GS칼텍스 MFC. 사진=GS칼텍스
GS칼텍스 MFC. 사진=GS칼텍스

[데일리한국 김정우 기자] 정유업계가 바이오·수소 중심의 석유화학 사업 구조로 전환을 꾀하고 있다. 전기차 전환 등 전 세계적인 탄소중립 기조에 대응하고 전통적 석유화학 시장의 악재를 극복하기 위함으로 보인다. 

3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GS칼텍스는 대한항공과 '바이오항공유(SAF)' 실증 추진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양사는 정부가 발표한 바이오항공유 실증연구 추진 계획에 따라 바이오연료 사업 활성화 정책에 적극 동참하기로 뜻을 모았다.

바이오항공유는 동·식물성 기름이나 폐식용유 등 바이오 원료를 가공해 생산하는 지속가능연료로 기존 화석연료 대비 탄소 배출량을 최대 80%까지 줄이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럽연합(EU)은 2025년부터 기존 항공유에 바이오항공유를 최소 2% 이상 섞는 것을 의무화했으며 2050년까지 혼합 의무화 비중을 70%까지 점진적으로 높일 예정이다. 미국도 세액 공제 지원 등을 통해 바이오항공유 사용을 독려하고 있다.

이번 협약을 통해 GS칼텍스는 바이오항공유를 대한항공에 공급하고 대한항공은 실증 비행을 수행한다. 이를 위해 양사는 바이오항공유 도입을 위한 제반 인프라와 환경을 공동 조성하며 향후 정부는 양사의 실증 결과를 바탕으로 품질 등 기준을 마련하고 상용화를 지원할 예정이다.

GS칼텍스는 미래 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딥 트랜스포메이션’ 전략을 추진하고 있으며 특히 기존 사업의 탄소감축과 수소, 폐플라스틱 순환경제, 바이오 사업 등 저탄소 신사업을 본격화하는 ‘그린 트랜스포메이션’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해 7월 GS칼텍스는 LG화학과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친환경 바이오 원료 상업화를 위한 실증플랜트 건설에 나섰으며, 지난 4월에는 HMM과 바이오선박유 사업 업무협약을 맺었다. 최근에는 로레알과 바이오 기반 화장품 원료 개발·공급 협약을 체결했다. 이를 통해 바이오디젤, 바이오선박유, 바이오항공유, 바이오케미칼 등 바이오 사업 전반의 밸류체인을 구체화한다는 방침이다.

SK이노베이션도 울산콤플렉스(CLX)에 바이오항공유 생산 설비를 구축하고 있으며 지난해 미국 펄크럼 바이오에너지에 2000만달러를 투자, 생활 폐기물을 활용한 합성 원유 생산 등 바이오에너지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내년까지 친환경 자산 비중을 70%까지 확대한다는 목표 설정했다. 이를 위해 최근 유상증자를 통해 조달한 자금 1조1800억원 중 924억원을 수소·암모니아 관련 사업에 투자한다. 미국의 암모니아 기반 수소 연료전지 시스템 기업 아모지에는 지금까지 총 8000만달러를 투자했다.

SK이노베이션은 전략적 투자자로서 아모지와 협업 관계를 강화하고 탄소감축을 위한 핵심 기술 기반을 확보할 계획이다. 또 청정 에너지 수요가 커질 것으로 기대되는 아시아 및 오세아니아 지역에서 사업 개발과 상업화에 협력을 확대할 방침이다.

에쓰오일은 블루 수소·암모니아를 국내에 들여와 저장·공급하고 활용하기 위한 인프라 구축 사업에 나선다. 모회사인 사우디아라비아 아람코와 석유화학 신기술(TC2C), 저탄소 미래 에너지 생산 관련 연구개발(R&D), 벤처 투자 등 대체 에너지 협력 강화를 위한 업무협약 4건을 체결했으며 삼성물산, 남부발전 등과 대규모 청정수소 프로젝트 컨소시엄에 참여하고 있다.

또한 에쓰오일은 2021년 삼성물산과의 파트너십 체결을 통해 차세대 바이오 연료 사업을 공동으로 개발하고 해외 인프라를 활용한 원료 공급망 구축·생산 등을 추진하기로 했다.

HD현대오일뱅크는 2030년까지 연간 100만t에 달하는 ‘화이트 바이오 생태계’를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그 첫 단계로 올해 대산공장에 연산 13만t 규모 차세대 바이오디젤 제조 공장을 건설하고 2024년까지 대산공장 일부 설비를 연산 50만t 규모 수소화 식물성 오일(HVO) 생산설비로 전환할 예정이다.

다음 단계로 HD현대오일뱅크는 HVO를 활용한 차세대 바이오 항공유를 생산하고 글로벌 시장 공략에 나설 방침이다. 이어 2026년까지 글리세린 등 화이트 바이오 부산물을 활용한 바이오케미칼 사업을 추진한다. 앞서 2021년 대한항공과 바이오항공유 제조·사용 기반 조성 협력을 위한 협약을 맺은 바 있다.

정유업계는 전기차 전환 등 전 세계적인 탄소중립 기조에 따라 장기적으로 휘발유·디젤 등의 제품 수요 감소가 예상되는 만큼 석유화학 사업 강화를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에쓰오일이 ‘샤힌 프로젝트’로 울산에 구축하는 세계 최대 규모 정유·석유화학 스팀 크래커, GS칼텍스의 여수 올레핀 생산시설(MFC) 구축 등이 대표적 투자 활동이다. 

다만 전통적 석유화학 시장 전망은 좋지 않다. 사업 수익성 지표인 에틸렌 스프레드(에틸렌-나프타 가격 차이)가 이달 평균 237달러로 통상적인 손익분기점(300달러)을 하회하는 등 글로벌 공급 과잉과 수요 부족 현상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에 국내 정유업계는 중장기적 관점에서 수소·암모니아, 바이오 제품 등 친환경 사업 비중을 높여 지속가능한 성장 동력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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