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한국 천소진 기자] 지난 주말, 불금을 맞아 지인들과 가진 식사자리에서 ‘막걸리와 제로음료를 정말 믿고 마셔도 되냐’는 주제로 한바탕 논쟁 아닌 논쟁이 벌어졌다.

친구 A는 “하루에 제로콜라 55캔씩 마셔야 위험하다며. 정부도 현행 기준 유지한다잖아, 그냥 먹어”라며 대수롭지 않아 했다. 그러나 다른 친구 B는 “괜찮다면서 발암 가능 물질로 지정한 것 자체가 말이 안 되지 않아? 그게 뭐야 헷갈리게”라며 여전히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세계보건기구(WHO) 산하의 두 전문기구인 국제암연구소(IARC)와 식품첨가물전문가위원회(JECFA) 등은 지난 14일(현지시간) 발암가능물질 분류군인 2B에 아스파탐을 포함했다.

아스파탐은 제로 음료 등에 설탕 대신 쓰이는 인공감미료로, 설탕의 200배 단맛을 낸다. 대표적으로 채소, 젓갈, 김치 등도 2B에 속한다.

IARC는 발암 위험도에 따라 1(확정적 발암 물질), 2A(발암 추정 물질), 2B(발암 가능 물질), 3(분류불가) 등으로 분류한다. 이 중 ‘발암 가능 물질’은 인체 자료가 제한적이고 동물 실험 자료도 충분하지 않을 때 해당된다.

그러나 JECFA는 기존 설정된 1일섭취허용량(체중 1㎏당 40㎎)을 유지하고 현재 섭취 수준에서 안전하다고 평가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도 이번 JECFA의 평가결과와 2019년에 조사된 국민의 아스파탐 섭취량을 고려했을 때 현재 아스파탐의 사용기준을 유지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당시 조사된 국민의 아스파탐 평균섭취량은 JECFA에서 정한 1일섭취허용량 대비 0.12%에 불과하다.

현재 수준에서는 문제가 없다는 발표에 유통·식품업계도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다. 그러나 아스파탐 대체 원료를 사용할 것이라는 방침에는 변함이 없어 보인다.

롯데마트는 팝콘류 과자 등 일부 10품목 정도에 아스파탐이 함유돼 있어 대체 원료를 찾아 순차적으로 바꿔나갈 예정이다. 추가로 출시하는 상품에 대해서는 아스파탐을 함유하지 않을 계획임을 명시했다.

이마트는 아스파탐이 함유된 PB브랜드 ‘노브랜드’의 일부 제품들에 대해 식약처 이번 발표와 상관없이 다른 원료로 대체하기로 했다. 홈플러스도 10여 종 PB 품목에서 아스파탐 대신 다른 원료로 대체하기로 했다. 

오리온과 크라운제과 등 제과업계도 마찬가지다. 이들 모두 제품에 들어가는 극소량의 아스파탐 대신 대체 원료 작업에 착수한 상태다.

업계가 아스파탐을 대체하기로 한 데는 이미 소비자들 사이에 아스파탐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확산했기 때문이다. WHO가 발암 가능 물질이지만 지금처럼 먹어도 문제가 없다는 모순된 발표가 소비자 혼란을 부추긴 점도 지적한다.

이에 식약처를 향해 보다 적극적인 대응을 요청했다. 식품 첨가물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적극적으로 알려 국민들이 안심하고 먹을 수 있게 했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WHO의 발표를 기다리는 동안 지나치게 신중한 자세를 취했던 식약처로 인해 이미 아스파탐 제품으로 낙인찍혀 이미지를 새롭게 하는게 쉽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식약처가 소비자들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첨가물에 대한 정확한 정보와 명확한 기준, IARC의 발암물질 분류, ‘아스파탐 괴담’에 대한 과도하고 잘못된 인식을 좀 더 빠르게 바로잡았으면 어땠을까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기존 섭취량 그대로 먹어도 된다고 하더라도, 친숙하고 자주 마시던 제품에 발암 가능 물질이 함유됐다는 이유만으로 이미 아스파탐은 소비자들에게 발암 가능 물질도 아닌 ‘발암 물질’로 인식이 된 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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