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성자동차 노조 부분파업 진행
본사 레이싱홍 그룹, 벤츠코리아 대주주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의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 노동조합이 2일 인천 서비스센터에서 파업 집회를 개최했다. 사진=한성자동차 노동조합 제공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의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 노동조합이 2일 인천 서비스센터에서 파업 집회를 개최했다. 사진=한성자동차 노동조합 제공

[데일리한국 안효문 기자] 한성자동차 노동조합이 지난달부터 부분 파업에 돌입했다. 한성자동차가 본사인 레이싱홍 그룹에 수천억원에 달하는 배당금을 송금하면서도 정작 국내 직원들은 열악한 임금 조건과 근무 환경에 내몰았다는 것이 노조측 주장이다.

3일 업계에 따르면 한성자동차 노조는 지난달 26일 성수 서비스센터에서 출정식을 열고 부분파업에 돌입했다. 이후 노조는 성수, 성산, 인천 서비스센터가 조업을 중단했다. 서비스센터 뿐만 아니라 영업사원과 비영업직 종사자 등 파업 및 업무 거부에 참여한 인원이 300여명에 달한다는 것이 노조측 설명이다.

노조 측은 "한성자동차가 모기업인 말레이시아 화교 자본 레이싱홍에 3년간 배당한 금액이 4000억원에 달한다"며 "반면, 2000여명에 달하는 한성자동차 근로자들의 임금 인상안에 반영된 금액은 100억원에 불과하다”고 전했다.

노조측의 요구사안은 식대 10만원 신설, 설·추석 여름휴가 상여금 지급, 근속 수당 신설 등이다. 여기에 영업직에서는 판매 인센티브 인상, 서비스직을 포함한 비영업 직군에서는 기본급 20만원 및 자격 수당 10만원 신설·증액 등도 제안했다.

한성자동차 노사 양측은 1월 첫 임금협상을 시작한 이후 13차례 단체교섭을 진행했고, 4차례의 실무교섭 및 중앙노동위원회 조정 회의도 거쳤다. 그럼에도 이견이 좁혀지지 않음에 따라 노조는 중노위에 쟁의 신청을 접수했고, 지난달 중노위 협상이 결렬됨에 따라 합법적으로 단체행동을 할 수 있는 권리를 확보했다.

26일 한성자동차 노동조합이 성수 서비스센터에서 출정식을 열고 부분파업에 돌입했다. 사진=한성자동차 노동조합 제공
26일 한성자동차 노동조합이 성수 서비스센터에서 출정식을 열고 부분파업에 돌입했다. 사진=한성자동차 노동조합 제공

한성자동차는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의 최대 딜러사(판매사)로, 레이싱홍 그룹이 말레이시아에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 '보너스 리워즈'의 자회사다.

레이싱홍 그룹이 국내 수입차 시장, 특히 메르세데스-벤츠의 국내 사업에 미치는 영향력은 대단하다. 레이싱홍 그룹은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의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의 실 소유주이자 벤츠코리아 지분 49%를 보유한 2대 주주다. 여기에 계열사인 스타오토홀딩스를 통해 벤츠 할부 금융사인 메르세데스-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지분도 20% 가지고 있다.

한성자동차는 파업 발생 하루 전인 지난달 25일 회사 내부망을 통해 임직원들에게 발송한 메시지에서 "최근 불안한 글로벌 경제 상황은 회사의 경영 환경에도 상당한 어려움을 초래하고 있다"며 "노동조합이 이러한 내·외부 환경과 사정을 고려하지 않고 대화보다는 파업을 선택한 것에 대해 매우 아쉬울 따름"이라고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한성자동차는 노조의 주장과 달리 지난 3년 간 레이싱홍 그룹에 배당한 금액은 2021년 1200억원, 2022년 1000억원 등 총 2200억원이라는 입장이다. 회사 관계자는 "직전 2년 간 배당이 회사 설립 후 36년 만에 처음으로 지급된 이익 배당금"이라고 설명했다.

라대관 금속노조 수입차지부 부지회장은 “다음주 수요일(9일)과 금요일(11일) 무제한 협상에서도 결론이 도출되지 않을 경우 총파업을 피하기 어렵다”며 “양측이 제안한 안건의 금액 차이가 20억원 정도인데, 회사 매출이나 본사 배당금 등의 규모를 고려했을 때 사측이 이를 수용하기 어렵다는 것은 받아들이기 힘들다”고 말했다.

한편,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는 이번 한성자동차 파업과 관련 '타 법인의 노사 문제인 만큼 어떠한 입장을 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최근 수입차 업계에서는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가 국내에서 직영판매 시스템을 구축할 것이란 설이 돌면서 이후 행보에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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