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에 참가한 영국 대원들. 사진=연합뉴스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에 참가한 영국 대원들.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안병용 기자] ‘2023 새만금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는 준비 부족으로 파행의 연속을 겪었다. 열악한 야영시설로 인해 온열 질환자가 속출하자 잼버리 역사상 첫 참가국 철수라는 오명을 개최국으로서 뒤집어쓴 일은 그저 파행의 시작일 뿐이었다. 새만금 잼버리의 미숙한 운영 능력은 부산 엑스포의 유치 역량을 의심받게 하고 있다. ‘2030 세계박람회’(엑스포)의 개최 도시 선정이 불과 석 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부산 유치 활동에 총력전을 펼쳐온 국내 기업들의 근심이 깊다.

11일 주요 외신들에 따르면, 이들의 최근 잼버리 관련 보도는 이번 파행이 ‘준비 부족’으로 벌어진 일이라는 내용으로 귀결된다. 이어 한국의 엑스포 유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보도로 이어진다.

미국 워싱턴포스트는 지난 9일 “2016년부터 극한 기상이 예측돼 사전 조치의 필요성이 제기됐지만 대비하지 못했다”며 한국 관계자들이 적신호를 무시했다고 비판했다.

특히 새만금 야영장에서 퇴영한 국가 중 하나인 영국의 주요 매체들은 거센 비판을 가했다.

로이터통신은 10일 “올림픽, 월드컵을 개최한 한국이 대규모 행사를 개최할 수 있는 능력을 보여줄 기회에서 준비가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가디언은 “개최국 선정이 몇 달 남지 않은 2030년 세계엑스포는 한국의 국가적 우선순위인 행사”라며 우리나라의 타격이 불가피하다고 봤다.

BBC는 성범죄 대응 미흡을 이유로 전북스카우트연맹이 조기 퇴영한 사건을 언급하며 “여성을 보호할 대책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잼버리는 전 세계의 보이스카우트와 걸스카우트가 한자리에 모이는 국제적인 야영대회다. 새만금 잼버리는 말 그대로 ‘생존게임’이 됐다. 잼버리 시작과 함께 폭염에 의한 온열질환자가 속출했고, 화장실과 샤워실이 더러워 위생 논란이 불거졌다. 또 대원들이 식수대에서 빨래와 설거지를 하는 등 기본적인 여건도 마련해주지 못했다. 모두 세심한 배려가 있었다면 해결이 가능한 문제였다.

정부의 미숙한 대응은 시간 부족으로 이뤄진 문제도 아니라는 지적이다. 이번 잼버리 유치는 2017년에 이뤄졌다. 6년간의 준비 기간이 있었음에도 국제적인 대형 이벤트를 철두철미하게 이뤄내지 못한 것이다.

잼버리 조직위원회가 공개한 예산 내역에 따르면, 2020년 조직위 출범 이후 사업비로 1171억원이 투입됐다. 이 중 문제가 된 야영장 화장실, 샤워장, 그늘막 등의 설치에 395억원이 집행됐다. 약 400억원을 투입하고도 기본적인 위생문제조차 해결하지 못한 것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윤석열 정부 출범 1년3개월 동안 뭘 했는지 한심한 일”이라고 쓴소리했다. 2017년부터 잼버리 주무부처인 여성가족부의 역대 장관들이 6년간 공식 일정으로 새만금 잼버리 현장을 찾은 건 두 번뿐인 것으로 확인돼 이번 파행은 현 정부의 탓으로 돌리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이에 부산엑스포 유치 활동을 적극 펼쳐온 기업들 사이에서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한 4대그룹 관계자는 “잼버리 문제로 부산엑스포 유치 역량까지 의심받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석 달 뒤인 개최지 투표에 불똥이 튀지 않을지 걱정이 크다”고 말했다.

대한상의에 따르면 삼성과 SK 등 10개 그룹 총수들이 유치교섭을 위해 뛴 국가는 84개국, 거리는 지구 64.5바퀴(258만6137㎞)에 달한다. 4대그룹 회장들은 지난 6월 파리에서 진행된 경쟁 프레젠테이션(PT)에 총출동하기도 했다. 최태원 SK 회장은 발목을 다쳐 목발을 짚은 채였다.

기업들이 잼버리 현장에 인력과 물품을 대거 지원하며 반전을 도모한 것도 이번 파행이 부산엑스포 유치전에 악재가 될지 우려됐기 때문이다.

삼성은 입사 후 연수를 받고 있는 신입사원 150여명을 잼버리 현장에 파견했다. 또 삼성서울병원 의사 5명, 간호사 4명, 지원인력 2명 등 총 11명으로 구성된 의료지원단이 진료 활동을 벌였다. 삼성물산은 잼버리 운영 인력들이 현장 내에서 원활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산하 골프장을 통해 전동 카트 11대와 전기차 2대를 지원했다. 또 에어컨 장착 간이 화장실 7세트, 살수차 5대, 발전기 5대 등도 설치했다.

LG는 잼버리 참가자들의 온열질환 예방을 위해 넥쿨러 1만개를 비롯해 휴대용 선풍기, 보조배터리, 냉동탑차 등을 건넸다. 생수와 이온음료 총 20만병, 그늘막(MQ텐트) 300동도 지원했다. 아울러 샴푸·린스 등 여행용 생활용품 세트와 비누·세제 등 위생용품도 제공했다. LG유플러스는 무료 충전스테이션을 상시 운영하고 안정적인 통신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5G 무선 와이파이 라우터, 유선 와이파이를 지원했다.

HD현대는 봉사단 120여명을 지원했다. HD현대중공업, 현대미포조선, 현대삼호중공업, HD현대1%나눔재단으로 구성된 봉사단도 파견했다.

포스코그룹은 쿨스카프 1만장을 전달했다. 한진그룹은 1.5리터 생수 4만5000병을 지원했다. LS그룹은 발전기와 대형 내동 컨테이너, 생수 10만병, 컵얼음 5만개를 건넸다. 신세계 이마트는 생수 총 70만병을 지원했다. GS25는 생수를 하루에 4만개씩 무상으로 공급했다. SPC그룹은 파리바게뜨 아이스바와 SPC삼립 빵 3만5000개씩을 매일 제공했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은 선크림 4만개를 지원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냉동 생수 10만병을 공급했다. 한국무역협회는 쿨스카프 4만5000여개를 지원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대형 아이스박스 400여개를 전달했다.

기업들의 지원이 없었다면 잼버리 참가국들의 철수(미국·영국·싱가포르)는 더 많아졌을지도 모른다는 얘기도 공공연하게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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