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일본 과하게 언급… 때·장소 맞는 메시지 내야"
천하람 "국민 정서 고려않으면 반작용 튀어나올 수도"
김종인 "극소수 일반화해 이야기하는 것은 문제 있어"
[데일리한국 박준영 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제78주년 광복절 경축사가 도마 위에 올랐다. 과거사에 대한 언급 없이 ‘한일 동맹’과 ‘공산 전체주의 척결’을 강조한 것을 두고 야권에 이어 여권에서도 쓴소리가 이어지는 모양새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는 16일 YTN 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에 출연해 “일본 친화 정책을 펼친다는 것은 알겠지만, 광복절에 내는 메시지로는 일본이 너무 과하게 언급됐다”고 지적했다.
이 전 대표는 한덕수 국무총리가 대독했던 제주 4·3 추념사를 언급하면서 “제주도의 미래 일자리 이야기가 나왔었는데, 뒤에서 고성이 들렸다”며 “희생자분들한테는 제삿날이다. 미래 일자리가 중요할 순 있겠지만, 4·3 추념식에서 나올 메시지는 아니었다”고 말했다.
이어 “때와 장소에 맞는 메시지가 중요하다”면서 “도대체 대통령실에서 누가 메시지를 쓰는지, 그 사람 좀 자르라고 계속 얘기하는 데 반복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천하람 국민의힘 순천갑 당협위원장도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자유민주주의 세력 대 공산 전체주의 세력으로 나눠 대립 구도를 짠 부분도 그렇지만 (경축사에) 북한이 일본보다 더 많이 나왔다”며 “광복절보다는 6·25전쟁 기념사 같은 느낌이었다”고 밝혔다.
천 위원장은 “정부에 반대하면 반국가 세력, 공산 전체주의 세력이고, 야당이랑 친한 사람들은 공산 전체주의 세력인가. (경축사를 들은 국민들은 대통령이) 생각이 다른 사람들을 배제하려는 언어를 쓰는 거 아니냐는 식으로 느끼게 되는 것”이라며 “우리 민족 전체의 기쁜 날에 왜 갈라치기 프레임, 뭔가 나누는 프레임을 가지라는 인상을 강하게 줄 수 있다. (경축사는) 지지층 결집용이라는 정치적인 고려를 떠나 대통령의 생각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본과 미래지향적인 관계를 추구해 나아가야겠지만, 많은 국민들이 진정성 있는 꾸준한 사죄와 반성은 좀 있어 줘야 하는 거 아니냐는 생각이 있다”면서 “그런 부분을 이야기하지 않으면 오히려 반작용이 튀어나올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도 이날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윤 대통령의 광복절 경축사를 비판했다. 특히 ‘공산 전체주의’를 언급한 데 대해 “극소수를 일반화해서 이야기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분열된 국민을 융합하기 위해선 정치가 노력해야 하는데, 누군가 특별하게 자유에 반대하는 사람이 있는 것처럼 인상을 주는 정치 행위는 국익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한편 윤 대통령은 전날 광복절 경축사에서 과거사를 언급하는 대신 일본을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고 공동의 이익을 추구하는 ‘파트너’라고 규정하면서 “한일 양국이 미래지향적으로 협력하고 교류해 나가면서 세계의 평화와 번영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공산 전체주의를 맹종하며 조작선동으로 여론을 왜곡하고 사회를 교란하는 반국가세력들이 여전히 활개치고 있다. 우리는 결코 이러한 공산 전체주의 세력, 그 맹종 세력, 추종 세력들에게 속거나 굴복해서는 안 된다”면서 정부에 비판적인 세력을 ‘반국가세력’으로 낙인찍는 듯한 메시지를 내놨다.
이에 일본 언론들은 역사문제에 대한 언급이 없었던 것은 물론 역대 정부와 달리 일본을 비판하지 않은 점에 주목하면서 이날 '이례적'이라는 평가를 연이어 내놨다.
요미우리신문은 윤 대통령의 광복절 경축사를 보도하면서 "강제동원, 위안부 등 역사 문제를 언급하지 않았다"며 "일본의 책임을 호소해 온 역대 대통령의 경축사와 차이가 두드러졌다"고 평가했다. 또한 "일본을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고 공동의 이익을 추구하는 파트너라고 소개하면서 파트너십을 강조했다"고 밝혔다.
아사히신문은 사설을 통해 "윤 대통령이 일본과 안보와 경제면에서 협력을 강화해나가겠다고 밝혔다"면서 "이번에야말로 한일관계 개선 행보가 궤도에 오르고 있는 것같다"고 전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도 "자국의 안보에 일본의 후방 기지가 중요하다는 인식을 보였다"며 "(한국 대통령이) 광복절에 역사문제를 거론하지 않고 일본과 안보협력을 강조한 것은 이례적"이라고 분석했다.
마이니치신문도 "역사 문제 등에서 일본에 대한 비판이 전혀 없는 이례적인 연설이었다"면서 "안보와 경제협력 파트너로서 미래지향적 관계를 전면에 내세웠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