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해외 매출 1조원 넘어...국내 최초
[데일리한국 홍정표 기자] 하이브가 올해 상반기 매출의 3분 2 이상을 해외에서 벌어들이며, K-팝 리더로서의 제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하이브의 앨범을 소장하려는 트렌드가 확산되면서, 수출 규모도 계속 커지는 추세다.
2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 상반기 하이브 매출 1조316억원에서 해외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63.3%(6526억원)로 집계됐다.
회사 매출의 3분의 2를 해외에서 벌어들이고 있는 셈이다.
국내 주요 엔터테인먼트 회사들과 비교해 봐도 해외 매출 비중이 높다. 같은 기간 JYP의 해외매출 비중은 52%, YG는 49%, SM엔터테인먼트는 34% 수준이다.
단순히 비중만 커지는 것이 아니라 해외 매출 규모도 가파른 증가세다. 하이브 해외 매출은 2018년 1661억원에서 2021년 6801억원 규모로 성장했다. 지난해에는 1조1812억원으로 매출 1조원의 벽을 깼다. 5년 사이 7배 넘게 매출이 늘어난 것이다.
국내 가요 기획사가 연간 1조원 이상을 해외에서 벌어들인 것은 하이브가 처음이다.
K-팝을 앞세워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는 하이브가 수출기업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는 평가다.
하이브의 해외 매출은 한국을 제외한 아시아에서 30.7%, 북미가 27.8%를 차지하며 이외에도 다양한 국가에서 매출이 나오고 있다.
하이브 해외 매출을 이끌고 있는 것은 앨범이다. 하이브 매출 중 앨범이 차지하는 비중이 41.7%다.
업계에서는 상반기 중 하이브 한 곳에서만 해외에 판매한 앨범이 2000억원 규모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한다.
음악을 온라인에서 실시간 스트리밍 하는 소비형태가 대중화됐는데도 실물음반 판매가 줄어들지 않고 오히려 늘어나고 있다는 얘기다.
업계에서는 하이브가 이처럼 해외에서 높은 앨범 판매고를 올리는 배경으로 MZ세대의 '디깅 소비' 트렌드를 꼽는다.
디깅 소비란 음반, 음원 등을 듣는 일차원적인 소비를 넘어 좋아하는 것들을 소장하고 커뮤니티에 공유하며 더 깊이 콘텐츠 세계관에 몰입하는 문화를 가리킨다.
사실상 하이브가 다수의 ‘해외 충성고객’을 확보했다는 의미다.
디깅 소비 트렌드는 하이브를 넘어 국내 K-팝 전반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음악 시장 분석업체 루미네이트는 지난달 발표한 2023년 중간보고서에서 지난 미국에서 가장 많이 팔린 실물(피지컬) 앨범 10장 가운데 7장은 K-팝 그룹이 차지했다고 발표했다.
실물 음반을 MD(머천다이즈)처럼 모으는 팬덤 문화가 앨범 판매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됐다.
앨범은 CD와 포토카드로 구성되는데, IP(지식재산권) 산업의 특성상 포토카드 자체가 앨범 소장 가치를 높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식재산권 전문가인 법무법인 린의 구태언 대표 변호사는 “세계가 열광하는 K팝 스타들의 포토카드가 한류를 대표하는 수출품으로 자리잡고 있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포토카드의 인기는 최근 막을 내린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행사에서도 입증됐다.
하이브는 지난 12일 열린 잼버리 폐영식에서 방탄소년단 포토카드 세트 4만3000개를 스카우드 대원들에게 제공했는데, 다수의 대원이 SNS에 방탄소년단 포토카드 인증을 올리며 큰 만족감을 나타냈다.
업계 한 전문가는 “디지털 시대를 맞이해 언제 어디서나 손쉽게 무료로 음악을 감상할 수 있게 되면서, IP를 생산하는 기업들은 관련 굿즈와 결합해 매출을 일으키는 쪽으로 비즈니스 방향을 전환하고 있다”며 “초상권 보호 등 K팝 스타들의 IP 가치를 높일 방안을 고민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