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제 수수료·단말기 등 각종 문제 산적
높은 수수료 낮춰야 도입 가능성 ↑
[데일리한국 최동수 기자] 올 초 야심 찬 출발을 알렸던 애플페이가 현대카드를 제외한 다른 카드사와의 협업엔 지지부진한 모습이다. 도입 당시 '뜨거운 감자'로 거론되며 업계 판도를 바꿀 것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선점효과가 사라진 지금, 카드사들은 애플페이 제휴에 대해 미온적인 반응만 내놓고 있다.
신한·KB국민·BC카드 등 일부 카드사들이 최근 애플페이 도입 관련 논의를 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수수료·단말기 보급 등 여러 문제로 난항을 겪으면서 애플페이를 국내에 최초로 도입한 현대카드의 독점 체제가 한동안 깨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12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현재 카드사들은 애플페이 서비스 제휴 논의를 멈춘 것으로 전해졌다. 올 초 애플페이를 통한 현대카드의 인기를 몸소 실감했던 카드사들이 지난 7월 애플페이 사업 참여 의향서를 제출하면서 하반기 확대가 기대됐지만 아직까지 별다른 소식은 들리지 않고 있다.
KB국민카드 관계자는 "애플페이 도입에 대해선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 없다"며 말을 아꼈다. 다른 카드사들 역시 애플페이 합류에 대한 입장을 밝히지 않으면서 연내 애플페이 추가 확대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주거래 카드로 애플페이를 이용하려던 소비자들의 기다림은 더 길어질 전망이다.
애플의 근거리무선통신(NFC) 결제 서비스인 애플페이는 지난 3월 21일 국내 공식 서비스를 시작했다. 금융위원회 심사 과정에서 현대카드가 애플페이에 대한 배타적 사용권을 포기하면서 모든 카드사가 애플페이를 도입할 수 있었지만 일부 카드사들이 준비 부족을 이유로 참여하지 않으면서 현대카드 독점 형태로 도입됐다.
현대카드는 애플페이 선점 효과를 통해 빠르게 신규 가입자를 늘리며 업계 3위사로 올라섰다. 현대카드의 신규 회원 수는 지난 3월 애플페이 출시 이후 20만3000명을 기록하며 정점을 찍은 이후 △4월 16만6000명 △5월 14만5000명 △6월 12만5000명 △7월 12만명 등으로 증가세는 꺾였지만 여전히 높은 가입자수를 유지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현대카드의 신규 회원 수가 가파른 증가세를 보인 데 대해 애플페이 효과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현재 애플페이와 제휴를 맺고 있는 카드사는 현대카드가 유일하다 보니 독점효과를 누렸다는 설명이다.
카드사 관계자는 "애플페이 출시 이후 신규 회원 수가 크게 늘어나는 효과를 현대카드가 톡톡히 얻었다"며 "이 효과를 꾸준히 유지하는 게 관건이다"라고 설명했다.
◇ 인기 확인했지만 다양한 문제로 도입 꺼려
카드사들은 애플페이의 높은 인기를 눈으로 직접 확인했지만 추가 진입은 선뜻 나서지 못하고 있다. △높은 수수료 △지원 단말기 부재 △사라진 신규 특수 등으로 눈치만 보고 있는 실정이다.
가장 큰 문제는 높은 수수료다. 구체적인 내용이 공개된 적은 없지만 업계에선 현대카드가 애플페이 수수료로 건당 0.15%를 애플에 지불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다른 나라와 비교하면 최고 수준의 수수료율이다. 애플페이를 도입한 국가별 수수료를 살펴보면 미국은 건당 최고 수수료 0.15%를 지불하고 중국과 이스라엘은 각각 0.03%, 0.05%가 부과되고 있다.
카드사 관계자는 "현재 국내 다른 페이사들은 카드사에 수수료를 부과하지 않고 있지만 애플페이는 높은 수준의 수수료를 요구하면서 도입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라며 "중국과 이스라엘 수준의 수수료가 도입되면 급물살을 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애플페이 사용처가 편의점 등 소액결제 시장 위주로 형성된 상황에서 페이 수수료까지 지급하면 카드사들이 되레 손해를 볼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이에 현대카드 기준으로 추가 협상을 하면 국내 카드사들에 이점이 크지 않다는 지적이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애플페이를 도입한 현대카드가 올해 국정감사에서 애플페이와 관련해 뭇매를 맞고 있다는 점 역시 도입을 선뜻 나서지 못하는 이유다.
애플페이가 도입되고 국내 근거리 무선통신(NFC) 단말기가 순차적으로 보급되고 있지만 여전히 마그네틱 보안전송(MST) 단말기 보급량에 비해선 역부족이다. 현재 국내 NFC단말기의 보급률은 10%선을 돌파하지 못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아무래도 결제를 위해 20만원을 선뜻 쓰는 자영업자는 적은 게 현실이다"며 "삼성페이 등 다른 페이를 사용해도 되는 현시점에서 단말기가 늘어나는 게 쉽지는 않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애플페이 개점 효과도 이미 지나간 상황이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애플페이 출시 직후인 지난 3~5월에는 현대카드에 매달 13만~19만명가량이 신규 유입되면서 회원 수 증가로 업계 1위를 기록했다. 하지만 지난 8월에는 신규 회원 수가 11만명에 그치면서 업계 5위로 뚝 떨어졌다. 애플페이 초기 이용자들을 현대카드가 흡수하면서 후속 주자들이 누릴 애플페이 제휴 효과도 크지 않을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이다.
다만 일각에선 일부 카드사들의 추가 진입이 조용히 이뤄지고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실제 애플의 비밀유지조항(NDA)은 업계에서도 유별나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로 철저하다. 과거 현대카드와 애플이 페이 서비스를 준비하는 과정에서도 현대카드 측은 '결정된 사항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