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제시장에서 인지도 쌓기 실패
홍보·시스템 부족으로 아쉽단 평가
적극적인 마케팅 이어지면 희망도

KB국민카드 'KB페이' 앱과 신한카드 '신한플레이(pLay)' 앱. 사진=각 사.
KB국민카드 'KB페이' 앱과 신한카드 '신한플레이(pLay)' 앱. 사진=각 사.

[데일리한국 최동수 기자] 급변하는 결제시장에 대응하기 위해 카드사들이 힘을 합쳐 출시한 오픈페이 서비스가 8개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시장에서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주요 카드사들의 미진한 참여율과 '애플페이' 등 빅테크 계열 페이 업체에도 밀리면서 미래 역시 불투명하다는 평가다.

카드사의 소극적인 마케팅 역시 오픈페이 부진의 원인으로 지목되면서 업계에선 출범 당시 계획됐던 '카드사 연합'이라는 취지만 제대로 살린다면 결제시장의 판도가 다시 카드사로 향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31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BC카드는 다음 달 안에 오픈페이에 참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BC카드의 합류 시 참여사는 신한·KB국민·롯데·하나·BC카드로 총 5개 사가 된다. 앞서 BC카드는 지난 3월 오픈페이에 합류할 예정이었지만 인프라 점검과 테스트를 이유로 연기한 바 있다.

지난해 12월 첫선을 보인 오픈페이는 기존 고객들이 여러 개의 카드사를 보유한 경우 모든 카드사 결제 앱을 설치해 사용해야 했던 불편을 개선한 서비스다. 고객이 주로 사용하는 카드사 결제 앱에 카드사 구분 없이 보유 중인 카드를 등록·사용할 수 있게 하는 것이 핵심이다.

오픈페이 출범 배경에는 간편결제 시장의 급성장이 자리하고 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2년 중 전자지급서비스 이용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하루 평균 간편결제 서비스 이용실적은 2342만건, 이용 금액은 7326억원으로 집계됐다. 1년 전과 비교해 각각 18.2%, 20.8%나 증가했다.

특히 이 기간 카카오페이, 네이버페이 등 전자금융업자를 통해 이뤄진 간편결제 이용 건수는 1년 전과 비교해 14.9% 늘었지만 카드사는 9.2% 늘며 성장세에서 밀렸다. 또 지난 3월 애플페이까지 가세하면서 결제시장에서 카드사의 입지는 더 줄어들었다.

결국 카드사들은 빅테크의 간편결제 서비스에 대응하기 위해 '불편한 동거'를 시작했다. 출범 당시 업계에서는 오픈페이에 진입하는 카드사가 늘어날수록 사용자를 유입시킬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지만 카드사들의 미온적 태도는 '반쪽짜리'라는 지적으로 이어지며 오픈페이의 실패로 귀결됐다.

카드사 관계자는 "출범한지 벌써 8개월 차에 접어들었음에도 아직 존재감이 미미하다"며 "간편결제라는 게 사용하는 사람들이 많아야 하지만 점유율이 전혀 늘지 않으면서 방안을 찾아야 하는 시기다"라고 지적했다.

카드사. 사진=각 사.
카드사. 사진=각 사.

◇ 개선 어렵지만 아직 희망 보인다

업계에서는 오픈페이의 실패 원인에 대해 △카드사의 더딘 합류 △홍보 부족 △불편한 시스템 등을 꼽았다. 현재 오픈페이는 BC카드가 참여하더라도 국내 9개의 카드사 중 5곳만 참여한 상태다.

업계 2·3위에 위치한 삼성카드와 현대카드는 참여 의사를 밝히지 않고 있다. 우리카드 역시 오픈페이에 참여할 가능성이 낮은 만큼 결국 오픈페이는 '반쪽짜리' 비판에서 벗어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업계 내부에서는 오픈페이에 관심이 멀어진 지 오래됐다는 평가다. 소비자들이 잘 알지 못하는 오픈페이보다는 현 시장의 흥행을 이끌고 있는 애플페이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애플페이에 대적할 만큼 큰 시장수요를 확보할 수 있는 것은 현재로서는 삼성페이밖에 없다는 자조적인 목소리도 나온다. 

오픈페이 자체 홍보 역시 부족하다는 평가다. 대부분의 카드사들이 오픈페이를 홍보하기보단 운영 중인 자사 플랫폼을 개편하거나 비대면 서비스를 확충하면서 각 카드사 경쟁력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

하나카드는 자사의 페이 플랫폼을 '원큐페이'에서 '하나페이'로 변경하며 새 출발을 홍보했다. 신한카드도 올해 '신한플레이'에 전자문서, 국민비서 등의 기능을 강화했다. KB국민카드는 'KB페이'에 월별, 계절별 이벤트를 단행하면서 경쟁력을 강화했다.

카드사 관계자는 "자칫 오픈페이 사업에 집중할 경우 그동안 독자적으로 키워온 자사 중심의 경쟁력을 잃어버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며 "각자 회사를 홍보하려고만 하지 오픈페이 자체를 홍보하는 경우는 없을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모바일 기기 접촉만으로 결제할 수 있는 삼성·애플페이와 달리 '앱 가동→카드선택→인증→결제'로 이어지는 번거로운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점도 오픈페이를 소비자들로부터 멀어지게 만들었다. 이와 더불어 온라인 결제에는 사용할 수 없다는 맹점도 있다.

다만 일각에선 아직 1년이 채 되지 않은 서비스인만큼 추후 카드사들이 추가로 합류하고 단점들만 보완한다면 가능성은 아직 남아있다고 설명한다. 이와 더불어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인지도를 쌓으면 기존 카드사의 고객을 그대로 가져올 수 있는 만큼 빠른 시간안에 이용자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실제 애플리케이션 통계 플랫폼인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각 카드사의 앱 이용자 수는 지난해 말부터 올 6월까지 꾸준히 증가했다. 가장 많이 이용자 수가 늘은 곳은 KB페이(KB국민카드)로 595만명에서 711만명으로 약 116만명이 증가하기도 했다.

카드사 관계자는 "업황이 어려운 상황에서 실적 반전을 위해선 오픈페이가 필수다"라며 "카드사들이 새로운 서비스 확장성을 갖기 위해선 오픈페이가 흥행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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