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에미리트 40곳 최다...사우디에는 24개 설립
CXO연구소 조사결과 건설·IT·운송업 진출 많아
[데일리한국 민병무 기자]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무력충돌이 이어지면서 중동에 대한 우려가 고조되는 가운데, 국내 대기업이 주요 중동 국가에 세운 해외법인 숫자는 110곳이 넘었다.
중동에 1개 이상의 해외계열사를 둔 국내 그룹은 23곳이고, 이중 삼성이 가장 많은 26개나 되는 해외법인을 설립했다. 또 중동 국가 중에서는 두바이가 있는 아랍에미리트연합(UAE)에만 40곳이 넘는 법인이 설립돼 최다였고, 사우디아라비아에도 20곳 이상 되는 해외계열사를 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기업별로 촉각을 곤두세우며 전쟁 포화 속 피해 예방에 고심하고 있다.
기업분석전문 한국CXO연구소는 25일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82개 국내 대기업 집단이 중동 국가에 세운 해외법인 현황’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 결과에 의하면 국내 82개 그룹이 중동 국가에 세운 해외법인 숫자는 10개 국가에 113곳이다. 국가별로 살펴보면 아랍에미리트에만 가장 많은 44개 해외법인이 세워졌다. 삼성 그룹이 10곳으로 최다였고, LG 그룹도 7곳으로 아랍에미리트에 해외법인을 다수 운영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사우디아라비아에는 24개 법인을 해외계열사로 둬 중동 국가 중에서는 두 번째로 많았다. 국내 그룹 중에서는 삼성이 사우디아라비아에 가장 많은 4개의 해외법인을 배치했다.
오만과 이집트에는 각각 11개 해외법인을 세운 것으로 파악됐다. 이어 ▲이스라엘(8곳) ▲요르단·이란(각 4곳) ▲키프로스(3곳) ▲바레인·쿠웨이트(각 2곳) 순으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 대상 국가에 포함된 곳 중 레바논, 시리아, 예멘, 이라크, 카타르, 팔레스타인에는 해외법인을 따로 두고 있지 않았다.
그룹별로 살펴보면 삼성이 26개나 되는 법인을 중동 국가에 설립했다. 삼성의 경우 아랍에미리트에만 10개 법인을 운영 중이다. 이어 이스라엘(5곳), 사우디아라비아(4곳) 순으로 법인을 많이 두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세부적으로 삼성은 아랍에미리트에 삼성전자가 세운 전자제품 판매회사인 ‘삼성 걸프 일렉트로닉스(Samsung Gulf Electronics Co., Ltd.)’를 비롯해 삼성물산이 지배하고 있는 ‘에스에이엠 걸프 인베스트먼트(SAM Gulf Investment Limited)’ 투자 회사를 세워 사업을 영위 중이다.
특히 사우디아라비아에 세운 4개 법인 중 3곳은 건설 관련사인 것으로 확인됐다. 삼성물산이 최대주주로 있는 ‘삼성 씨앤티 코퍼레이션 사우디아라비아(SAMSUNG C&T CORPORATION SAUDI ARABIA)’가 대표적이다. 또 삼성엔지니어링을 통해서는 ‘삼성 사우디 아라비아(Samsung Saudi Arabia Co., Ltd.)’라는 플랜트 건설 회사를 설립해 사업을 펼쳐나가고 있다.
삼성 다음으로는 ▲LG 그룹(13곳) ▲GS 그룹(12곳)이 10개가 넘는 해외법인을 둔 것으로 나타났다. 이중 LG는 아랍에미리트에만 7개 법인을 해외계열사로 편입시켰고, 사우디아라비아와 이집트에도 각각 2개의 해외법인을 세워뒀다. 대표적으로 아랍에미리트에는 LG전자를 통해 지배하고 있는 전자제품 판매 업체인 ‘LG EDF(LG Electronis FZE)’와 ‘LG EGF(LG Electronics Gulf FZE)’가 중동에서 활약 중이다. 사우디아라비아에는 전자제품 생산 업체인 ‘엘지-쉐이커(LG-Shaker Co.Ltd.)’ 법인 등을 설립해 운영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GS 그룹은 오만에만 8개 해외계열사를 두고 있는데, 모두 건설 관련사인 것으로 조사됐다. 또 아랍에미리트와 사우디아라비아에도 각각 2개의 법인을 두고 있는데, 이들 법인도 건설과 부동산 업종인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사우디아라비아에는 GS건설을 통해 세운 ‘GS Construction Arabia Co.,Ltd.)’, 아랍에미리트에는 ‘GS CONSTRUCTION MIDDLE EAST-SOLE PROPRIETORSHIP L.L.C.)’ 건설 관련 해외법인을 두고 있다.
현대차 그룹은 주요 중동 국가에 8개의 법인을 세웠다. 특히 아랍에미리트와 이집트에 각각 3개의 계열사를 많이 둔 것으로 파악됐다. 아랍에미리트에는 완성차 제조 및 판매지원 회사인 ‘Kia Middle East & Africa FZE (Kia MEA)’를, 이집트에는 자동차 A/S부품 판매사인 ‘Mobis Auto Parts Middle East EGYPT’라는 법인이 활약 중이다.
이외 사우디아라비아에는 지난 1978년 11월에 현대건설을 통해 세운 ‘Middle East Engineering Development Co., Ltd’가 40년 넘게 현재까지도 유지 중이다. 앞서 법인은 현대그룹 창업자인 정주영 회장 시절부터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오랫동안 지속해왔다는 것을 증명해주는 회사로도 손꼽힌다.
이외 ▲SK·한화 그룹(각6곳) ▲CJ·KCC 그룹(각5곳) ▲DL·중흥건설 그룹(각4곳) ▲HD현대·LX·호반건설 그룹(각 3곳) ▲한국타이어·두산·OCI·LS·세아 그룹(각 2곳) ▲아모레퍼시픽·KT&G·넷마블·HMM·글로벌세아 그룹(각 1곳) 순으로 중동 국가에 해외계열사를 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CXO연구소 오일선 소장은 “국내 그룹에서 중동에 진출시킨 100곳이 넘는 해외법인을 업종으로 구분해보면 건설(26곳), IT(22곳), 물류 및 운송업(12곳) 순으로 많았다”며 “국내 대기업은 중동 시장에서 건설, IT, 운송 관련 사업에 대한 경쟁력 강화를 통해 먹거리 시장을 확대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