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달 임기 만료 앞두고 연임 긍정 평가 속 촉각
실적 끌어올렸지만 노사관계 해결은 부족하단 평가

김기환 KB손해보험 대표. 사진=KB손해보험.
김기환 KB손해보험 대표. 사진=KB손해보험.

[데일리한국 최동수 기자] 다음 달 임기 만료를 앞둔 김기환 KB손해보험 대표의 연임을 놓고 업계에서 다양한 추측을 내놓고 있다. 취임 첫해부터 실적 반등에 성공한 김 대표는 최근 KB금융그룹 비은행 계열사 가운데 가장 많은 순이익을 내면서 연임과 관련된 낙관적인 전망이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지만 △노사갈등 △KB금융그룹 회장 변경 등 다양한 리스크로 인해 연임과 교체의 갈림길에 서 있다는 의견도 많다.

보험업권에선 탄탄한 호실적을 바탕으로 김 대표의 연임 신호등에 '초록불'이 켜졌단 예측이 나오고 있지만 지난해부터 불거진 노사 갈등이 아직까지 해결되지 않으면서 김 대표 연임에 발목을 잡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있다. 또 KB금융그룹 새 사령탑으로 선임된 양종희 회장이 계열사 CEO 인사를 진행할 수도 있다는 변수 역시 존재한다.

20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KB손해보험은 대내외적 시장 환경 변화에서도 안정적인 실적 흐름을 보이고 있다. 지난 3분기 실적 발표에서 KB손해보험은 누적 순이익 6803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KB금융지주 계열사에서 KB국민은행을 제외하고는 가장 많은 순이익을 냈으며, 순이익 3611억원을 낸 KB증권과도 격차를 벌렸다.

또 보험사가 보유한 보험 계약을 바탕으로 향후 이익을 가늠하는 지표인 보험계약서비스마진(CSM)은 2분기 대비 약 9.3% 증가한 9조2000억원으로 나타나 앞으로도 이익 증가세를 지속할 기반을 다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CSM 확보에 유리한 장기보장성보험이 KB손해보험 전체 원수보험료의 67%에 이르는 점도 양호한 실적이 기대되는 이유 중 하나다.

서영호 KB금융지주 재무 총괄 부사장은 실적 발표 당시 "KB손해보험은 하반기 계절적 영향을 감안하여도 안정적 실적 흐름을 이어가고 있으며 특히 장기보장성보험을 중심으로 시장지배력도 확대해 나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KB손해보험 강남 사옥. 사진=KB손해보험.
KB손해보험 강남 사옥. 사진=KB손해보험.

◇ 뛰어난 리더십으로 실적 이끌어

업계에선 이러한 KB손해보험의 실적에는 김 대표의 뛰어난 재무 감각과 리더십이 주효했다고 평가한다. 김 대표는 과거 KB금융에서 최고재무책임자(CFO)를 역임하며 재무통으로 알려진다. 실제 지난 2017년부터 2020년까지 매년 순이익이 줄어들던 KB손해보험은 2020년 12월 김 대표가 부임하자 실적 반등에 성공했다. 2021년 2861억원, 2022년에는 5815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하는 등 지속적인 성장세를 이어오고 있다.

KB손해보험의 실적을 정상 궤도까지 올린 김 대표는 2년의 공식 임기를 마친 후 우수한 경영실적을 바탕으로 지난해 말 1년 연임에 성공했다. 특히 올해 적용된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을 앞두고 장기 보장성보험에 집중하면서 실적 방어에 성공했고 연임 가능성 역시 높였다. KB금융지주는 "취임 이후 당기순이익 확대 및 자본 건전성 확보 등 안정적인 성장에 기여했다"며 김 대표를 평가했다.

또 김 대표는 미래 먹거리 개발을 통해 KB손해보험을 보험업에 국한되지 않는 기업으로 만들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이에 KB손해보험은 마이데이터와 헬스케어 등 신사업 강화에도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며 지난해 4월 손보사 최초로 마이데이터 서비스를 출시했다. KB손보는 자사 마이데이터 서비스를 이용해 타 보험사의 실손의료보험금 청구도 가능하게 했다.

이와 더불어 2021년 10월에는 금융사 최초로 헬스케어 자회사인 KB헬스케어를 설립했다. 건강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디지털 헬스케어 플랫폼 KB오케어(KB O'Care)는 만족스럽다는 평가를 받으며 사용자를 꾸준히 늘리고 있다.

이에 재계는 물론 업계에서는 김 대표의 연임에 대해 "연임은 물론 부회장 선임까지 가능하다"는 평가를 연이어 내놓고 있다. 연말 KB금융 계열사 사장단 인사를 앞두고 김 대표가 가장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이유 역시 이러한 실적에 기인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김 대표의 향후 거취 예측은 대부분 낙관적이다"라며 "경영 능력이 입증된 만큼 조심스럽지만 부회장 선임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KB손해보험의 오케어 플랫폼. 사진=KB손해보험.
KB손해보험의 오케어 플랫폼. 사진=KB손해보험.

◇ 노사갈등은 연임 최대 리스크

김 대표를 향한 평가가 대체로 긍정적이지만 △노사갈등 △KB금융 인사 등으로 인한 리스크는 배제할 수 없다. 특히 지난해부터 시작된 노동조합과의 임금·단체협상 갈등은 김 대표의 위기 대처 능력에 대한 의구심을 키웠다.

지난해의 경우 극적으로 노조와 합의를 이뤄내면서 한숨을 돌렸지만 올해는 아직 타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지난 10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KB손해보험 본사에서 열린 제17차 임금 및 단체협약 교섭에서 사측은 4개월 만에 수정한 교섭안을 제시했지만 노조 측이 제시한 것보다 차이가 커 결국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KB손해보험 관계자는 "현재 협상이 꾸준히 진행 중인 상황이다"라며 "좋은 방향으로 협의가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노조와의 갈등 해결에 시간이 걸리면서 일각에선 김 대표의 연임에도 제동이 걸리는 것 아니냐는 반응도 나오고 있다. 그룹 내 입지를 다지기 위해선 실적도 중요하지만 협상 능력 역시 중요하기 때문이다.

새 KB금융지주 사령탑에 양종희 회장이 선임되면서 곧 진행될 주요 계열사 CEO 인사 역시 김 대표에겐 리스크로 다가올 수 있다. '새 시작'을 이유로 일정 수준 이상의 변화가 이뤄질 가능성도 배재할 수 없고 업계에서도 윤종규 회장 시대를 함께 보좌한 장수 CEO들은 계열사 실적과 무관하게 교체 가능성이 자주 언급되는 편이다.

다만 아직 국내 금융환경이 불안정한 상황에서 실적을 내고 있는 자회사 대표를 교체하기보단 '안정'에 중점을 둘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9년 만에 회장이 바뀌는 만큼 변화의 가능성도 있지만 첫해는 안정에 중점을 두고 추후 변화를 꾀하지 않겠냐는 관측이 많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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