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수수료에 실적 악화 말하던 카드사
할부 혜택 대폭 줄이며 수수료 수익 증가세
삼성카드 6200억·신한카드 4300억 챙겨
상생금융 기조에 무이자 혜택 살릴 수도
[데일리한국 최동수 기자] 고금리 기조와 가맹점 수수료 인하가 계속되면서 실적 악화에 시름하던 카드사들이 지난해 2조원이 넘는 할부 수수료를 벌어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심화되고 있는 업황 부진을 핑계로 앞다퉈 무이자 할부 기간을 대폭 축소하면서 카드사들은 막대한 수수료 수익을 거뒀지만 여전히 내실 경영을 강조하면서 할부 수수료 수익 증가세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선 올해도 계속될 이러한 영업 기조로 인해 고객들에게 돌아갈 혜택은 더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카드사들도 상생금융 기조에 맞춰 일부 혜택을 더 늘리겠다는 입장이지만 조달비용이 더 증가하면 비용 절감 차원에서 마케팅 비용을 대폭 줄일 수밖에 없다고 호소한다.
17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누적 기준 국내 8개 전업 카드사(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우리·하나·BC)의 할부 수수료 수익은 전년 동기(1조7205억원) 대비 35.8% 증가한 2조3372억원으로 집계됐다.
카드사별로 보면 삼성카드의 할부 수수료 수익은 전년 대비 26% 증가한 6211억원으로 8개 카드사 중 가장 많았다. 이어 △신한카드(4323억원) △롯데카드(3664억원) △KB국민카드(3450억원) △현대카드(2660억원) △우리카드(1631억원) △하나카드(1418억원) △비씨카드(14억원) 순이었다. 대체로 대다수의 카드사가 전년 대비 25~35%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지난 2020년 이후 카드사 할부 수수료 수익은 매년 늘고 있다. 실제 지난 2020년 3분기 1조4437억원이었던 할부 수수료 수익은 △2021년 3분기 1조4943억원 △2022년 3분기 1조7205억원 등으로 꾸준히 증가세다.
높은 카드 할부 수수료도 수익 증가로 이어졌다. 여신협회에 따르면 카드 할부 수수료 상단은 19.9~19.95%로 법정 최고금리(20%)에 근접했다. 우대등급 차주들의 경우 8.1~11%로 이용할 수 있지만 이마저도 기준금리(3.5%)를 훌쩍 뛰어넘는 수치다.
할부 수수료 수익이 대폭 늘어나면서 지난해 3분기 기준 8개 카드사 전체 카드 수익(15조5098억원) 중 할부 수수료 수익이 차지하는 비중도 1년 새 3%포인트 가량 높아진 15%를 넘어섰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마케팅 비용을 줄이면서 상대적으로 수수료 수익이 늘었다"며 "매년 조달비용이 증가하면서 무이자 할부 기간을 줄인 게 영향을 줬다"고 설명했다.
◇ 무이자 할부 혜택 대폭 줄이며 수익 증가
지난해 들어 카드사들의 할부 수수료 수익이 눈에 띄게 증가한 이유는 무이자 할부 혜택을 대폭 줄였기 때문이다. 지난 2022년 11월에만 해도 삼성카드를 제외한 7개 카드사가 최대 6~12개월 무이자 할부를 지원했으나 현재는 6개월 무이자 할부도 찾아보기 어려운 상황이다.
일부 카드사들의 경우 6개월 이상 무이자 할부 혜택을 제공하는 경우도 있으나 제휴 업체에 한해 제한적으로 적용하거나 할부 개월 수에서 일부만 무이자 혜택을 받고 일부는 이자를 지불해야 하는 '부분 무이자 할부'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카드사들이 할부 수수료 혜택을 줄이는 배경에는 카드사의 나빠진 영업 환경이 있다. 카드사는 여신전문금융채권을 발행해 영업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한다. 하지만 시장 금리가 오르면서 여전채 금리가 급격히 상승했다. 영업 자금을 끌어올 때 더 많은 이자를 내야 하니 보니 카드사들이 조정할 수 있는 마케팅 비용을 줄일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고금리로 인해 실물 경기가 나빠지면서 할부 잔액이 늘어난 결과라는 분석도 나온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NH농협카드를 포함한 9개 카드사의 지난 10월 말 기준 개인 할부 거래액은 117조6754억원으로 2022년 같은 기간보다 5.0% 늘어났다.
카드사 관계자는 "조달비용이 늘어나면서 비용을 절감해야 하는 데 포인트 등의 혜택을 줄이는 것보단 할부 관련 혜택을 줄이는 게 소비자들에게 더 나을 거라는 판단이 있었다"며 "추후 상황이 나아지면 장기간의 무이자 할부 혜택을 다시 시작할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카드사의 긴축 경영 기조가 올해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면서 특히 당분간 카드사의 할부 수수료 수익 증가세는 계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최근 여전채 금리가 점차 내려가면서 여유가 생긴 카드사들의 혜택 복구가 빠르게 이뤄질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또 금융당국의 상생금융 압박이 연일 계속되고 있는 만큼 카드사들의 혜택 강화도 기대해 볼 수 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16일 열린 '2024년 여신금융회사 CEO 합동 신년 조찬 간담회'를 통해 서민금융의 제공자로서 카드사의 역할에 대해 조금 더 충실해달라는 당부를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카드사 관계자도 "상생금융에 대한 요구는 어느 정도 파악한 상황이다"라며 "다양한 방안이 나오고 있고 그중 수수료 감면 등의 방안도 있는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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