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오만한 불통에 답답…국민 기대 배신"
[데일리한국 박준영 기자] 윤석열 대통령은 김건희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 논란에 대해 "매정하게 끊지 못한 것이 문제라면 문제고, 아쉽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7일 오후 KBS 1TV에서 방영된 '특별대담 대통령실을 가다'에서 해당 논란과 관련해 "대통령이나 대통령 부인이 누구에게 박절하게 대하긴 어렵다"며 이같이 밝혔다. 지난해 11월 해당 논란이 불거진 뒤 윤 대통령이 밝힌 공식 입장이다.
윤 대통령은 "(김 여사에게 접근한 목사가) 아버지와 동향이고 친분을 이야기하며 접근했던 사람"이라며 "저라면 조금 더 단호하게 대했을 텐데, 제 아내 입장에서는 그런 여러 가지 상황 때문에 이렇게 물리치기 어렵지 않았나 생각이 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해당 논란을 '정치 공작'이라고 규정한 여당과 같은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몰카까지 들고 와서 이런 것(함정 취재)을 했기 때문에 공작이다. 선거를 앞둔 시점에, 1년이 지나서 이렇게 이걸 터뜨리는 것 자체가 정치공작"이라며 "선을 분명하게 (그어서) 국민들께서 여기에 대해 좀 오해하거나 불안해하거나 걱정 끼치는 일이 없도록 그런 부분을 분명하게 해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제도적인 대책과 관련한 질문에는 제2부속실을 비서실 차원에서 검토하고 있다고 답했다. 제2부속실은 영부인의 일정과 수행 업무 등을 담당하는 곳이다. 윤 대통령은 당선 이후 대통령실 슬림화 기조와 함께 영부인에 대한 과도한 의전을 줄이겠다면서 이를 폐지했다. 하지만 논란이 수그러들지 않자, 대통령실은 지난달 국민적 요구를 전제로 제2부속실 설치 가능성을 열어놨다.
윤 대통령은 "예방에는 별 도움이 되지 않는 것 같다. 어떤 비위가 있으면 사후에 감찰하는 것이지, 예방할 수 있는 건 아닌 것 같다"며 "저나 제 아내가, 앞으로 국민께서 걱정 안 하시도록 사람을 대할 때 좀 더 명확하게 단호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쨌든 이런 제2부속실을 비롯한 제도들은 지금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더불어민주당은 윤 대통령이 해당 논란에 사과하지 않은 점을 문제 삼으며 "대국민 사과와 철저한 수사를 요구하는 민의에 대한 대통령의 오만한 불통에 답답함을 누를 수 없다"고 비판했다.
권칠승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대통령의 뻔뻔한 태도가 암담하다. '눈 가리고 아웅' 하는 변명으로 성난 국민을 납득시키겠다는 생각이야말로 대통령의 오만"이라면서 이같이 밝혔다.
권 수석대변인은 "윤 대통령은 진실한 사과를 요구했던 국민의 기대를 배신했다"며 "책임 회피를 위한 몰카 공작, 정치 공작 주장에 대통령이 동참하다니 기가 막힌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런 억지 주장이 대통령으로부터 비롯된 것은 아닌지 의심스러울 정도"라면서 "윤 대통령이 국민에게 용서를 구할 길은 김건희 특검법을 수용하고 명품백 수수 의혹에 대해 철저한 수사를 하겠다고 천명하는 것 뿐"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대통령실에 따르면 이번 대담은 원고와 사전 자료 없이 3시간 동안 이뤄졌고, 프롬프터도 설치되지 않았다. KBS 측은 사전 질문서를 요구하지 않았으며, 윤 대통령은 박장범 KBS 앵커의 질문에 즉답했다. 하지만 녹화 방송의 경우 사전 조율이나 사후 편집이 가능한 만큼, 일각에서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오는 모양새다. 윤 대통령은 이번 대담 이후 기자회견과 식사를 겸한 간담회 등을 통해 언론과의 소통을 계속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