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 추정치, 근거 없으면 배제"...투자자 보호 측면 긍정적
기술특례제도 기업에 안정된 실적 요구시 상장 위축될 수도
[데일리한국 김영문 기자] 지난해 불거진 파두의 '뻥튀기 상장' 논란의 여파가 계속해서 금융투자업계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상장 기준이 엄격해지면서 기업들의 IPO 일정이 잇따라 미뤄지고 있다. 투자자 보호가 한층 강화된 측면에서는 긍정적이지만, 상장을 준비 중인 기업들까지도 윈윈할 수 있는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2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19일 NH투자증권은 파두의 뻥튀기 상장 논란과 연관돼 금융감독원 자본시장특별사법경찰(특사경)로부터 본사 압수수색을 당했다.
NH투자증권이 상장을 주관한 파두는 시스템 반도체 팹리스 기업으로 지난해 11월 코스닥 시장에 입성했다. 파두는 당시 상장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2023년 전체 매출은 1203억원, 영업이익은 1억1100만원으로 추정해 이를 기반으로 공모가 등을 산정했다.
그러나 상장 이후인 지난해 3분기 연결매출 3억2100만원, 영업손실 148억원을 기록했다고 공시하면서 논란이 일기 시작했다. 상장 당시 1조원이라는 몸값이 매겨졌던 기업의 분기 매출이 고작 3억원인 것이 충격적이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파두의 지난해 2분기 매출이 5900만원에 불과했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매출 추정 자체가 오류였다고 지적받았다.
파두의 주가는 3분기 실적을 발표한 직후인 지난해 11월9일 하한가를 기록했
고, 그다음 날에도 무려 21%나 떨어지면서 사실상 반토막 났다. 이에 파두의 주주들은 단체로 NH투자증권과 함께 상장을 공동 주관한 한국투자증권에 집단소송을 제기했다.
이번 논란의 여파로 금융당국은 상장을 앞둔 기업들의 증권신고서를 면밀히 살펴보기 시작했으며 매출 등 실적과 관련해서는 기준이 엄격해졌다. 이로 인해 최근 신고서 정정 사례가 대폭 늘어났다.
이미 상장한 케이웨더와 이에이트, 코셈뿐만 아니라 대어로 꼽혔던 에이피알도 증권신고서를 정정하면서 상장했으며 이달 중 상장이 예정돼 있던 이노그리드, 민테크 등 기업들은 신고서 정정 요청으로 일정이 다음달 이후로 연기됐다.
실제로 신고서 정정 요청을 받은 상장사 측에 따르면 실적 추정치와 관련해서 금융당국이 이를 입증할 수 있는 자료, 근거 등을 요구했으며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이를 제외했다고 밝혔다.
금감원도 파두 사태의 재발을 방지하기 위한 근본적인 개선 방안 마련에 나섰다. 지난해 12월 'IPO 시장 개선을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한 금감원은 올 2분기에 개선 방안을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IPO 성공 시에만 상장주관사가 수수료를 받는 현재 구조에 칼을 댈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의 이러한 적극적인 대응에 개인투자자들은 환영하는 분위기다. 그간 고평가 논란 등 IPO와 관련한 논란들이 이번 기회에 다소 줄어들 것으로 보이는 등 투자자 보호 차원에서 긍정적이기 때문이다.
다만, 상장을 고려중인 기업에는 다소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성장성이 기대되는 기업들에게 상장 기회를 주는 '기술특례제도'에도 어느 정도 실적 안정성이 받쳐줘야 한다는 전제조건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기술특례제도는 당장의 실적이 안 좋아도 산업의 성장성 등의 기준을 통과하면 상장할 수 있는 제도다. 파두를 포함해 최근 IPO를 진행하는 대부분의 기업들이 해당 제도를 통해 상장했다.
당장의 실적이 안 좋은 상황에서 엄격한 심사를 통해 기업가치가 낮아질 경우 유입자금이 줄어 상장의 효과가 무의미해질 수 있다. 또 현재 추진 중인 수수료 개선 방안으로 실패 시에도 수수료를 내도록 바뀐다면 상장 예정 기업들에게는 수수료 지출 자체도 부담이기 때문에 상장 도전을 꺼릴 확률이 높다.
이에 일각에서는 기존 높은 상장 조건을 완화해 기술특례제도를 만들었듯이 기술특례제도를 다변화하거나 상장 요건을 더욱 세부적으로 나누는 등의 제도 개선 필요성을 제시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