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보험 판매 손보사, 3년 만에 생보사 넘어
IFRS17 적용에 따른 착시효과란 지적도
[데일리한국 최동수 기자] 국내 보험사들이 지난해 13조원 넘는 순이익을 올려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한 가운데 손해보험사가 새 회계제도(IFRS17) 도입과 신계약 성장에 힘입어 생명보험사의 수입보험료·순이익을 크게 앞질렀다. 그간 보험업계는 생보사 위주의 운영이 이뤄졌지만 이번 결과를 통해 업계 판도도 변화를 맞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일각에선 보험사의 최대 실적이 새로운 회계기준 도입에 따른 착시 효과일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는 의견도 존재한다. 실적 대비 연체율과 부실채권비율이 올라가며 재무 건전성에 먹구름이 끼었다는 것도 문제다. 금융당국도 충분한 대손충당금 적립을 유도해 보험사 건전성을 관리한다는 계획이다.
27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생명보험사 22개사와 손해보험사 31개사의 당기순이익은 총 13조3578억원으로 집계됐다. 2022년 대비 4조1783억원(45.5%) 급증한 역대 최대 실적이다. 업권별로는 생보사가 5조952억원으로 전년 대비 1조3915억원(37.6%) 늘었으며 손보사는 8조2626억원으로 2조7868억원(50.9%) 증가했다.
같은 기간 전체 보험사의 수입보험료는 237조6092억원으로 전년(15조1832억원) 대비 6% 감소했다. 손해보험사는 125조2017억원으로 전년(5조929억원)보다 4.2% 증가했지만 생명보험사는 112조4075억원으로 전년(20조2761억원)보다 15.3% 줄었다.
또 지난해 보험사 총자산은 1224조6000억원으로 전년(85조5000억원)보다 6.5% 감소했지만 자기자본은 166조6000억원으로 전년(77조7000억원)보다 87.4% 증가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판매 노력과 함께 새로운 회계기준 적용 여파로 실적이 늘어났다"며 "보험사들은 실적 유지를 위해 판매채널을 확대하는 등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장기보험 판매로 손보사, 생보사 역전
보험사가 역대급 실적을 거둔 배경에는 지난해 새 회계기준 도입 영향이 크다. IFRS17가 적용되면서 사업비 등 비용 감소 효과로 이어졌고 손보사의 경우 장기보험 판매가, 생보사의 경우 보장성보험 판매가 늘어나면서 실적이 개선됐다. 투자 이익이 전년 대비 반토막 났음에도 불구하고 역대 최대 규모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한 이유다.
특히 손보사는 장기보험과 자동차보험, 일반보험, 퇴직보험 등 전체 상품의 수입보험료가 4.2% 증가하면서 지난 3년간 실적 우위를 이어오던 생보사를 넘어섰다. 실제 지난해 '순이익 1조 클럽'에 손보 3개사(삼성·메리츠·DB)가 들어간 반면 생보사는 한 곳(삼성)이었다.
향후 전망을 놓고서도 전문가들은 손보사의 우위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상품 포트폴리오'를 놓고 보면 생보사의 경우 저출산 고령화, 1인 가구 확대 등으로 주력 상품인 생명보험이 주춤한 반면 손보사는 장기·자동차·일반보험 등 다양한 상품군을 유지하면서 실적을 끌어올리고 있는 상황이다.
다만 성장성이 떨어지고 있는 생보업계는 헬스케어·요양 등 새로운 '먹거리' 창출을 추진하고 동남아 등 해외 진출 확대도 꾀하고 있다. 김철주 생명보험협회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연금 시장 내 생명보험 역할 강화, 제3보험(질병·상해나 간병에 금전 등을 지급할 것으로 약속하고 계약하는 보험) 경쟁력 강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 IFRS17 적용에 따른 착시효과 가능성
일각에선 보험사들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지만 IFRS17 적용에 따른 착시효과라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지난해 도입된 IFRS17로 인해 보험계약의 미래 이익을 나타내는 '계약서비스마진(CMS)' 산출과 신계약비 이연 상각기간이 확대되면서 보험손익이 개선됐다.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지만 연체율과 부실채권비율이 꾸준히 상승했다는 점은 보험사 재무 건전성 악화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단 지적도 나온다.
고금리·고물가 상황이 지속되고 경기 불황이 이어지면서 보험사 연체율도 증가 추세다. 지난해 12월 말 기준 보험사 대출채권 연체율은 0.42%로 전년 말(0.22%) 대비 약 2배가량 증가했다. 수치로는 가계대출(0.52%)이 기업대출(0.37%)보다 훨씬 높았지만, 증가율로 보면 가계대출(0.15%포인트)보다 기업대출(0.22%포인트)이 가팔랐다.
부실채권비율도 전체로는 가계대출은 0.37%를 기록해 전년 말 대비 0.08%포인트 늘어나는 데 그쳤지만 기업대출은 0.91%를 기록하며 전년 말(0.2%) 대비 4.5배나 높아졌다. 특히 중소기업 부실채권비율은 1.33%로 같은 기간 1.04%포인트나 올랐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부실이 확대한 영향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은 보험사들의 재무 건전성을 관리하겠다는 입장이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금리·환율 변동과 관련한 불확실성에 따라 향후 손익·자본의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면서 "보험회사의 영업·투자활동에 따른 재무 건전성 리스크 요인에 대해 상시 감시 활동을 철저히 수행할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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