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상병특검법, 與 불참 속 통과…'이태원 합의' 후 전운 고조
대통령실도 수사대상…與 “남은 일정 협조 없어”
[데일리한국 이지예 기자] 여야가 합의한 ‘이태원참사 특별법’(이태원참사 피해자 권리보장과 진상규명 및 재발방지를 위한 특별법)이 2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지 1시간 만에 또다시 대치 정국으로 돌아왔다. 국민의힘의 반발 속 야권의 주도로 ‘채상병 특검법’(해병대 채상병 사망사건 외압 의혹 특별검사법)이 통과되면서다.
이날 개의된 국회 본회의에서 '채상병 특검법'은 재석 의원 168명 중 찬성 168표를 얻어 가결됐다. 여당인 국민의힘 의원들은 합의되지 않은 안건이라며 표결에 불참했다. 국민의힘에서는 김웅 의원만이 남아 찬성표를 던졌다.
이 같은 상황은 여야 합의로 발의된 '이태원 특별법'이 국회에서 통과된 지 불과 한 시간 만에 일어났다. 당초 채상병 특검법은 본회의 사안이 아니었으나, 민주당이 제출한 ‘의사일정 변경동의의 건’을 김진표 국회의장이 상정시키면서 야당 단독으로 통과됐다.
김 의장은 “의장으로서 본 안건에 대해 여야 합의 처리를 독려해 왔다”면서도 “국회법이 안건의 신속처리제도를 도입한 취지에 비추어 볼 때 이 안건은 21대 국회 임기 이내에 어떠한 절차를 거치든지 마무리가 돼야 한다”며 상정 이유를 설명했다.
앞서 민주당은 경북 수해 현장에서 실종자 수색 작전 중 순직한 채상병 사망 사건에 대해 정부가 수사를 은폐하려 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이를 규명하기 위한 특검 법안을 발의한 바 있다. 법안에 따르면 대통령실과 국방부, 해병대 사령부와 경북지방경찰청 등도 수사 대상이다.
◇ 與, '채상병 특검법' 통과에 반발…"尹거부권 건의할 수밖에"
여권은 채상병 특검법 통과 직후 규탄대회를 열어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건의를 시사했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 겸 당 대표 권한대행은 국회 로텐더홀에서 규탄대회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 거부권을 건의할 수밖에 없다”며 “"김진표 국회의장이 오늘 아무런 사전 통보 없이 본회의에서 민주당 입법 폭주에 가담하고 의사일정을 독단적으로 운영한 것을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간 우리 당은 이태원참사특별법에 합의 처리하는 조건으로 의사일정에 동의했다. (민주당과 김 의장이) 채상병특검법을 애초에 처리하겠다고 했으면 저희는 오늘 본회의 의사일정에 동의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김 의장을 향해선 “국회 수장으로서 입법부 권위를 실추시킨 아주 잘못된 선례”라며 “국회 의사일정에 협조하기 어렵다. 서로를 기만하고 불신이 팽배한 상황에서 국회 의사일정 협의가 원만히 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이후 민주당이 재의결에 나설 것이란 관측엔 “애초에 선거에 악용하기 위해 선거용 법으로 정치공세를 해온 것”이라며 “선거에 이겼다는 자신감으로 일방적으로 처리하고, 국정운영을 발목 잡겠다는 저의가 깔린 법”이라고 힐난했다.
규탄대회에서는 “앞으로 21대 마지막까지 모든 국회 의사일정에 협조할 수 없다”고 밝혔다.
◇ 野 “오늘에라도 통과된 것 다행…4월 총선 민심"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본회의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윤 권한대행에게는 다소 죄송한 마음이 있지만 정치는 때로는 국민이 원하는 것 그리고 국민의 눈높이가 원칙과 기준이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이태원 특별법·채상병 특검법·전세사기 특별법이) 오늘에라도 통과된 것은 다행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홍 원내대표는 “이번 과정에서 국회의장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하고 여야 간 합의를 통해 국회가 원만하게 진행돼야 한다는 기본 방향에 대해서는 이의를 달고 싶지 않다”라며 “윤 권한대행도 이 법안에 반대한 게 아니라 일정을 늦춰달라는 입장이었는데 의장님의 일정과 국회 남은 기간을 감안할 때 오늘을 지나서는 안 된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의 규탄대회에 대해선 “국민의힘 입장을 존중하겠다. 그러나 지난 4월 총선에서 드러난 민심이 해병대 채상병 순직 사건에 대한 진실규명을 밝히라는 요구가 있었다”며 “그 요구를 따르고 국민이 원하는 것을 해드리는 게 정치의 본령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측면에서 오늘 저희는 해야 할 일을 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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