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퓨라70 울트라'에 삼성 LPDDR5X 탑재
제조사 확인 어렵게 패키징 표면 마킹 삭제

 

화웨이의 '퓨라70 울트라'. 사진=화웨이 제공
화웨이의 '퓨라70 울트라'. 사진=화웨이 제공

[데일리한국 김언한 기자] 중국 화웨이가 최신 스마트폰에 삼성전자의 D램을 사용하고 반도체 제조사를 알 수 있는 표기를 지웠다. 중국에 대한 미국의 반도체 제재를 의식한 것처럼 보인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시장조사업체 테크인사이츠는 화웨이의 플래그십(최고급) 스마트폰 '퓨라70 울트라'에 삼성전자의 D램이 탑재된 것으로 확인했다.

퓨라 시리즈는 지난해까지 화웨이의 주력인 P 시리즈가 이름을 바꾼 것이다. 퓨라70 시리즈는 지난달 출시 1분 만에 화웨이 홈페이지에서 모든 모델이 '일시 품절'된 바 있다. 울트라는 퓨라70 시리즈 중 최고급 모델로, 저장공간 1테라바이트(TB) 제품 가격은 1만999위안(약 205만원)에 이른다. 

퓨라70 울트라에는 삼성전자의 저전력더블데이터레이트(LPDDR)5X D램이 탑재됐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출시한 갤럭시S23 플러스에 들어간 D램과 같은 것이다. 미국의 중국 제재 이후 화웨이 스마트폰에 삼성전자 D램이 탑재됐다고 확인된 것은 2021년 출시된 '메이트40'과 이번에 확인된 퓨라70 울트라, 두 종이다.

기본형인 '퓨라70'와 '퓨라70 플러스'에는 SK하이닉스의 LPDDR5 D램이 탑재됐다. 이 시리즈의 전작인 'P60'와 'P60 프로'에도 SK하이닉스의 LPDDR5가 들어갔다. 화웨이가 한국 반도체를 구하는 일은 크게 어렵지 않은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화웨이는 이번 시리즈에서 패키징 외부 표면 마킹을 지워 어느 업체의 반도체가 들어갔는지 알기 어렵게 했다. 이 상태에서 제조사를 알려면 전자현미경으로 내부를 들여다봐야 한다. 

화웨이의 '퓨라70 울트라'에 탑재된 D램 다이(die) 마킹을 통해 제조사가 삼성전자로 확인된 모습. 사진=테크인사이츠 제공
화웨이의 '퓨라70 울트라'에 탑재된 D램 다이(die) 마킹을 통해 제조사가 삼성전자로 확인된 모습. 사진=테크인사이츠 제공

화웨이는 퓨라70 시리즈에 자국 기업이 만든 D램을 사용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중국의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는 LPDDR5를 공급할 수 있지만 LPDDR5X는 아직 개발하지 못했다.

테크인사이츠는 CXMT가 LPDDR5을 발표한 것은 지난해 11월이라며 이 때문에 화웨이가 퓨라70와 퓨라70 플러스에 SK하이닉스의 D램을 넣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퓨라70 시리즈 출시 준비 시기와 CXMT의 LPDDR5 출시 시점을 고려하면 화웨이가 원하는 만큼의 D램을 이 업체로부터 받기 힘들었을 것이란 예상이다.

저장공간인 낸드플래시의 경우 중국 기업 제품을 사용했다. 퓨라70 시리즈에는 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YMTC)가 만든 128단 낸드플래시가 탑재됐다.

2020년 5월 미국은 화웨이가 미국 기술이 포함된 첨단 반도체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제재 수위를 높였다. 이를 기점으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우리나라 기업도 화웨이와 거래를 중단했다.

하지만 이후에도 이 회사 스마트폰에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의 메모리반도체가 꾸준히 발견됐다. 특히 SK하이닉스의 D램이 들어간 비중은 삼성전자보다 훨씬 높았다.

앞서 화웨이 P60 시리즈 외에도 △메이트X3 △메이트60 프로 등에 SK하이닉스의 D램이 발견됐다. 메이트60 프로에선 SK하이닉스의 176단 낸드플래시도 탑재됐다.

화웨이가 한국 메모리반도체를 어떻게 확보했는지는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한편 테크인사이츠는 화웨이의 퓨라70 시리즈의 올해 출하량을 1040만대로 전망했다. 업계에선 전작인 P60 시리즈가 지난해 400만~500만대 출하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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