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산업의 고성장은 인터넷 데이터센터(IDC) 등 전력 수요를 촉발하며 관련 업계에 호황을 불러왔다. 전력 생산시스템 효율화, 전력 수요·공급 매칭 등 AI 생태계로 파생하는 시장은 무궁무진하다. 재생에너지를 여러 국가 및 지역과 연계하기 위한 초고압 직류송전(HVDC)망과 각종 해저케이블, 전력 분산화 기조에 따른 ESS(에너지저장장치) 저변 확대 등 다양한 루트를 통해 업계는 ‘전력 빅뱅’의 시대를 열어가는 중이다.
[데일리한국 최용구 기자] LS에코에너지는 초고압용 및 중·저압용 케이블, 버스덕트(전선 대신 쓰이는 금속 배선통) 등 제품을 생산한다. 최근 글로벌 전력 수요 붐을 타고 유럽과 동남아 등으로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유럽에서는 해상풍력단지 건설에 더해 송전망 지중화 등으로 케이블 수요가 급증했다. 특히 덴마크는 LS에코에너지의 입지가 탄탄한 국가다. 그간 1000km 이상의 케이블을 공급하며 신뢰를 쌓았다.
LS에코에너지는 지난 4월 덴마크에서만 2건의 초고압 케이블 공급 계약을 따냈다. 220kV(킬로볼트)급 지중 케이블을 북해 ‘토르 해상풍력단지’와 연결하는 프로젝트로 1300만 달러(약 180억원) 규모다. 오는 2027년 준공 예정인 토르 해상풍력단지의 전력을 내륙으로 연결한다.
또 덴마크 에너지 공기업 에네르기넷과는 3년 동안 3051만달러(약 426억원) 규모의 계약을 맺었다. LS에코에너지는 지난 8년간 에네르기넷과 장기공급 계약을 통해 덴마크 케이블 시장 1위 공급사(170kV 이하, 220kV 이상 부문)로 자리매김했다. 모회사 LS전선과 교차판매 전략을 취하며 시너지를 내고 있다.
영국에선 세계 최대 규모의 해저케이블 공장 구축을 추진 중이다. 영국 북동부 타인항을 부지 임대 장소로 정하고 협상 단계에 있다. 항만을 포함해 약 15만4711㎡(4만6800평) 규모로 이르면 올해 말 부지 임대조건 등 협상이 완료된다. 협상 후엔 현지화 작업이 더욱 무르익을 전망이다.
LS에코에너지는 에너지 분야 투자사 지아이지(GIG)와 공동으로 참여하는 이번 협상에서 우선협상권을 확보한 상황이다. 지아이지는 영국과 아이슬란드 간 해저케이블 구축 사업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LS에코에너지는 올해 1분기 매출 1799억원, 영업이익 97억원, 순이익 80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약 2% 증가했으며 영업이익은 83% 급증했다. 순이익은 지난해 6억원에서 1230% 증가했다. 유럽과 싱가포르 등에 대한 초고압 케이블 수출 증가가 주효했다.
실적 개선 흐름은 당분간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많다. 베트남의 인프라 확대와 구리 가격 상승, 해저케이블 시장의 탈중국화 기조 등 중장기 수혜 요인이 많다. 미국, EU, 대만 등은 해저케이블 매설 과정에서 안보 이슈 등을 이유로 중국산 제품을 배제하고 있다.
베트남 정부는 지난 2020년 69GW(기가와트)였던 발전 용량을 오는 2030년까지 약 2배로 키울 계획이다. 도시화와 함께 글로벌 기업들의 대규모 데이터센터 건설로 전력 수요가 많아진 베트남에선 지중화 사업 등 수요가 크게 늘고 있다.
LS에코에너지는 지중화 사업과 더불어 송전 효율을 극대화시키는 ‘초전도 케이블’의 상용화도 베트남에서 진행 중이다. 베트남 국영 페트로베트남 그룹과는 베트남과 싱가포르 간 해저전력망 건설 사업을 논의하고 있다.
이상호 LS에코에너지 대표는 지난달 밸류업 데이에서 “베트남 발전 설비 용량 확대와 글로벌 전력 부족에 따른 수혜 등으로 기존 사업이 성장하는 상황”이라며 “해저케이블은 물류비를 감안했을 때 원가 경쟁력 측면에서 현지화가 필수”라고 말했다.
이어 “향후 15년 이상 전 세계 대규모 전력 수요가 예상된다. 특히 유럽, 아시아, 북미를 중심으로 풍력발전 용량이 급증할 것”이라면서 “지난해 기준 7000억원 규모인 매출을 2030년 1조8000억원까지 확대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