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나노 프로세서 테이프아웃"
중국 첨단 반도체 자립에 진전
[데일리한국 김언한 기자] 중국의 샤오미가 현지 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 기업과 손잡고 모바일용 4나노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개발에 뛰어들었다.
미국 퀄컴과 대만 미디어텍으로부터 독립을 시도하는 행보로 분석된다. 샤오미는 삼성전자가 설계한 엑시노스도 간혹 사용하던 업체여서 고성능 칩 개발에 성공할 경우 삼성이 영향을 받을 가능성도 있다.
대만 자유시보 등 외신은 모바일용 4나노 칩 개발을 위해 손잡은 샤오미와 유니SOC가 테이프아웃(tape out. 설계 완료 후 생산으로 가는 단계)에 성공했다고 최근 보도했다.
이 칩셋을 어느 업체가 생산하게 될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현재 중국에서 선단 공정을 이끄는 대표적인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기업은 SMIC다. 반도체 설계 검증에 성공하더라도 파운드리 업체의 기술력이 없으면 실제 양산에 이를 수 없다.
SMIC가 양산성을 확보한 가장 최첨단 기술은 7나노 공정으로 추정된다. 앞서 화웨이는 자회사 하이실리콘을 통해 7나노 프로세서 개발에 성공했고, 지난해 SMIC가 이를 양산했다. 이 칩셋은 스마트폰 '메이트60 프로' 등에 탑재됐다.
SMIC는 심자외선(DUV) 노광장비를 활용해 7나노 프로세서를 만들었다. 일각에선 이 회사가 이 장비로 5나노 칩 양산에 성공할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보고 있다.
중국은 덩샤오핑이 주창한 '도광양회'(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기다리면서 실력을 기름)로 정책 방향의 대전환을 시도하고 있기에 실제 이 회사의 기술 수준이 어느 정도까지 왔는지는 가늠하기 어렵다.
최근 장핑안 화웨이 상무이사 겸 화웨이클라우드 최고경영자(CEO)가 "미국의 제재 속에서 3나노, 5나노 반도체를 확보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말한 것도 실제로는 미국의 제재가 강해지는 것을 피하기 위한 속셈이 깔려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유니SOC가 파운드리 업체를 통해 실제 양산에 필요한 과정까지 가려면 적어도 2년은 더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만약 4나노칩 양산에 성공한다면 중국은 최첨단 반도체의 자립화에 큰 진전을 이루는 것이 된다.
샤오미의 퀄컴, 미디어텍 프로세서의 의존도도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매체 기즈모차이나는 샤오미와 유니SOC가 개발한 4나노 칩이 퀄컴 '스냅드래곤888'과 비슷한 성능을 낼 것이라고 보도했다. 스냅드래곤888은 2021년 출시된 프로세서다.
유니SOC의 반도체 설계 능력도 향상된 것으로 분석된다. 앞서 화웨이가 미국의 제재를 받자 반도체를 설계하는 하이실리콘의 기술 인력 상당수가 2020년부터 유니SOC로 이동한 점이 배경으로 지목된다.
삼성전자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샤오미는 과거 삼성전자의 고성능 엑시노스를 스마트폰에 탑재한 적이 있다. 핵심 반도체 독립에 성공하면 삼성의 프로세서 수주 가능성은 낮아질 전망이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샤오미의 전 세계 스마트폰 출하량 점유율은 14%로 3위를 차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