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한국 박준영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24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한동훈 국민의힘 신임 당대표와 만찬에 나선다. 대통령실은 당정(黨政) 화합과 결속에 방점을 뒀다. 7·23 국민의힘 전당대회 과정에서 친윤(친윤석열)·친한(친한동훈)계 간 계파 갈등이 격화하면서 '윤한(윤 대통령·한 대표) 갈등'이 부각됐었던 점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정부의 호위무사'에서 이제는 '반윤'(반 윤 대통령)계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한 대표가 집권당의 수장이 된 가운데 윤 대통령이 그간의 앙금을 털고 대화합을 이뤄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이날 저녁 용산 대통령실 정원인 파인그라스에서 한 대표 등 신임 국민의힘 지도부와 만찬에 나선다. 이 자리에는 이번 당대표 선거에서 낙선한 원희룡, 나경원, 윤상현 후보 등도 자리한다. 대통령실에서는 수석급 이상 참모진들이 참석한다.

이번 만찬은 대통령실의 제안으로 성사됐는데, 전날 전당대회가 끝난 뒤 윤 대통령과 한 대표 간 통화가 이뤄진 뒤 자연스럽게 결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전당대회가 어느 때보다 치열했고 대통령께서도 어제 축사를 통해서 '당정이 하나가 돼야 한다. 운명 공동체'라고 말씀하셨다"며 "이번 만찬은 대화합의 만찬"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윤 대통령과 한 대표의 독대 계획에 대해선 "현재로선 확정된 바 없다"면서도 "오늘이 아니더라도 일정 조율을 통해 추후에 그런 것도 다 열려 있다고 보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당 대표가 되신 지 아직 하루도 채 지나지 않았다"며 "오늘 만찬을 계기로 어떤 식으로 당정이 소통하고 협력해 나갈 것인지 구체적인 방안 등이 마련되지 않을까 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윤 대통령은 전날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전당대회에 참석해서도 당정 간 화합과 단결을 강조했다. 특히 거대 야당에 대응하기 위해선 '원팀'이 돼야 한다고 역설한 바 있다.

문제는 감정적 앙금을 극복할 수 있느냐다. 한때 한 대표는 윤 대통령이 가장 신뢰하는 후배 검사라고 여겨졌으나, 김건희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 의혹 등을 두고 마찰을 빚었다. 전당대회 과정에서는 당정 관계를 수평적으로 재정립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특히 당선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는 제3자 추천 방식의 해병대 특검법 제안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소신을 세웠다. 또한 검찰이 김 여사를 검찰청이 아닌 제3의 장소에서 조사한 데 대해선 "국민 눈높이를 고려했어야 했다"며 비판적인 견해를 숨기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신뢰를 잃은 당정이 관계를 재정립하기 위해선 윤 대통령과 대통령실의 근본적인 변화가 불가피하다고 조언했다. 윤 대통령이 낮은 지지율로 고전하는 상황 속 한 대표가 압도적인 지지율로 선출된 것은 정권 재창출에 대한 당원들의 위기감이 반영됐다는 지적이다. 

최창렬 용인대 특임교수는 "한 대표가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것은 '변화' 해야 한다는 당원들의 명령과도 같다"면서 "당정 관계의 모든 열쇠는 사실 윤 대통령이 쥐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당정이 분열하지 않고 하나로 결속하기 위해선 기존 수직적 당정 관계에서 벗어나야 한다"면서 "이를 위해서 윤 대통령과 대통령실의 태도부터 바뀌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보수는 결국 괴멸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번 전당대회에 친윤(친 윤석열)계의 지지를 받던 원희룡 후보는 18.85%(9만6177표)를 얻는 데 그쳤다"며 "이는 결국 당내 친윤으로 분류할 수 있는 당원이 그다지 많지 않다는 것을 의미하고, 윤 대통령이 당을 장악하기 쉽지 않아졌다는 것을 뜻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당원들이 변화를 요구하고 있는 만큼, 윤 대통령과 대통령실은 왜 변화해야 하는지에 대한 이유를 잘 느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꼬집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국민의힘 당원들은 결국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대선 가도에 위협을 느껴 미래 권력을 택했지만, 윤 대통령과 대통령실의 전향적인 태도 변화 없이는 당정 관계가 파국으로 갈 가능성이 크다"면서 "주요한 현안을 놓고 대통령실과 계속 갈등 관계를 빚을 것으로 예상, 윤 대통령과 대통령실은 한 대표를 끌어내리는 데 모든 힘을 집중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