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군 중장 출신 전문성 강점
FA-50·수리온 등 수출 추진, 미래 모빌리티 수익모델 발굴
[데일리한국 최용구 기자] 강구영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사장의 대표 과제는 호황기를 맞아 달리는 말을 더욱 가속화하는 성장과 '뉴에어로스페이스' 시대의 적극적 대응이라 할 수 있다.
글로벌 군비 경쟁 지속에 방산업계는 역대급 실적을 견인 중이며 항공우주 시장은 정부에서 민간으로 무게추가 옮겨가고 있다.
2022년 9월 강 사장 취임 후 KAI는 만족할 만한 실적 성적을 내고 있다. 지난해 매출 3조8193억원, 영업이익 2475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37%, 75% 증가했다. 창사 이래 최대 매출이었다.
올해 2분기에는 매출 8918억원, 영업이익 743억원으로 각각 21.6%, 785.7% 급증한 실적을 냈다. 시장 컨센서스(증권사 실적 전망 평균치)인 영업이익 523억원을 크게 상회하며 '깜짝 실적'을 달성했다.
강 사장은 지난해 1월 ‘글로벌 KAI 2050 비전’을 발표하고 하드웨어 중심에서 소프트웨어 기업으로의 체질 혁신을 선언한 바 있다. ‘추격 전략’에서 ‘선도적 개발 전략’으로의 전환을 주문한 것이다.
6세대 전투기와 고기동헬기 개발을 위한 기반 기술 확보, 민·군 겸용 미래비행체(AAV) 독자 플랫폼 개발 및 고부가가치 위성서비스 시장 진출 등은 향후 30년 KAI를 책임질 키워드로 꼽힌다.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메타버스 등 첨단 핵심 기술을 집중 개발해 내재화시키는 과정이 수반된다.
강 사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주력 사업의 안정적 추진 △수주 확대를 통한 성장동력 확보 △뉴에어로스페이스 시대에 도전적 대응 △내재적 핵심 역량 강화 등을 강조했다. 국립현충원 참배에선 “창의와 열정의 KAI DNA를 되살릴 것”을 약속하기도 했다.
강 사장은 지난달 방위사업청과 한국형전투기 KF-21의 양산 계약을 성사시켰다. 2020년 중단됐던 T-50 계열 항공기의 납품을 재개했다. 국산 헬기 수리온의 수출도 가시화시키고 있다. 직접 수리온을 타보고 해외 세일즈를 진행하며 연내 수출을 확정시키겠단 의지를 보였다고 한다.
공군 중장 출신인 강 사장은 신속한 의사결정과 전문성이 강점인 인물로 통한다. 사장 취임과 동시에 폴란드와 FA-50 48대 수출계약을 맺었고 이 중 12대를 상대적으로 이른 1년 3개월만에 납품 완료시켰다. 폴란드로 날아가 직접 준비 상황을 챙기고 납기 준수를 약속한 것으로 전해진다.
조종복을 입고 글로벌 바이어들을 상대하는 영업방식은 전문성, 신뢰성을 어필하고 있다. 장교 시절 영국왕립시험비행학교를 거친 그는 평소 "CEO가 자사 제품을 잘 알아야 수출에도 성공한다"는 지론을 강조한다.
노력은 결실로 이어지는 분위기다. 지난해 10월 폴란드 바르샤바에 중부유럽사무소를 개소하고 나토 국가 진출을 위한 교두보를 마련했다. 폴란드 국영방산기업 PGZ와 후속 군수지원 관련 업무협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이라크와 CLS(Contractor Logistics Support·계약자 군수 지원) 사업을 추진 중이며 아랍에미리트(UAE)와 다목적 수송기(M-CX) 사업, 사우디아라비아와는 우주 사업을 협력 중이다. 슬로바키아의 고등훈련기 교체 사업, 미국 공군·해군 훈련기 도입 사업 등의 수주 가능성도 있다.
지난달 3일(현지시간) 페루 리마에선 FA-50 부품 공동생산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KAI는 현지 항공정비회사 세만(SEMAN)과 TF를 구성하고 기계·판금 등 주요 부품 공동생산을 위한 실무작업에 착수한다. 강 사장은 페루 등 중남미 시장 수출의 기반을 다지는 기회로 활용할 구상이다.
우주산업에서도 성과를 내기 시작했다. 지난달 1일 KAI는 사천 본사 우주센터에 위성체 시험용 대형 ‘열진공시설(Thermal Vacuum Chamber)’을 국내 민간기업 중 처음으로 구축했다. 초소형 위성부터 정지궤도 기상위성 및 항법위성(KPS) 등 3.5~4톤급 대형 위성까지 우주환경시험이 가능한 인프라를 보유하게 됐다.
재사용 발사체 등 우주 모빌리티 사업 추진 전담조직을 올해 안에 신설하고, 글로벌 네트워크 강화를 통해 국제 공동개발에 나서겠다는 것이 강 사장의 플랜이다.
강 사장은 지난달 15일 부산에서 열린 국제우주연구위원회(COSPAR) 학술총회 기조발표에서 “우주과학 연구기관과 산업체간 협력을 통한 시너지 창출이 필요하다”며 “그동안 국가 우주개발사업을 통해 확보한 기술 역량을 기반으로 상업성 높은 미래 우주모빌리티를 개발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