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현대‧대우건설 등 대형건설사 전년 대비 실적 ‘내리막길’
인건비‧공사비 급등에 수익성 악화…분위기 반전카드는 해외사업

서울 은평구의 한 아파트 공사 현장. 사진=김하수 기자
서울 은평구의 한 아파트 공사 현장. 사진=김하수 기자

[데일리한국 김하수 기자] 국내 대형건설사들이 올해 2분기에도 부진한 성적표를 거뒀다. 최근 서울을 중심으로 부동산 시장이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인건비 인상, 공사비 급등 등의 악재가 건설사들의 발목을 잡은 것으로 풀이된다.

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삼성물산 건설부문의 지난 2분기 매출은 4조9150억원, 영업이익은 2830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국내외 대형 프로젝트 공정 호조로 전년 동기 4조7510억원 대비 1640억원이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3050억원) 대비 7.2% 감소했다.

건자잿값 상승에 따른 수익성 저하 등이 영업이익 하락에 영향을 미쳤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국내외 대형 프로젝트 공정 호조로 2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보다 상승했다”며 “영업이익은 안정적인 공사 수행을 바탕으로 견고한 수익성을 유지했다”고 말했다.

삼성물산과 함께 올해 1분기에 만족스러운 성적표를 받았던 현대건설도 실적 부진을 피해가지 못했다.

현대건설은 2분기 매출액이 8조621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0.4%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1473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4.1% 감소했다.

신규수주액도 크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건설의 올해 상반기 신규수주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20조7270억원)보다 19.6% 감소한 16조6650억원을 기록했다. 특히 해외사업 부문 수주액 감소폭이 컸다. 현대건설은 지난해 상반기 해외에서 11조4240억원을 수주고를 기록했지만 올해는 6조1730억원에 그쳤다.

대우건설도 상황은 비슷했다. 대우건설의 2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2177억원) 대비 51.9% 급감한 1048억원을 기록했다. 고금리와 원가율 상승 등으로 수익성이 악화되면서 매출액과 영업이익, 당기순이익 모두 전년 대비 감소했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상반기 영업이익이 줄어들었지만 어려운 건설 경영 환경 속에서도 영업이익률 4.1%, 당기순이익률 3.5%를 기록하며 업계 최고 수준으로 내실경영에 주력하고 있다”면서 “하반기 투르크메니스탄, 베트남, 이라크 등 대형 프로젝트들의 수주가 가시화 될 것으로 보여 연말까지 실적 개선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삼성E&A도 2분기 영업이익이 2626억원으로 지난해 동기보다 23.8% 감소했다. 매출은 2조686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6% 감소했으며 순이익은 2053억원으로 18.4% 줄었다.

GS건설과 HDC현대산업개발은 2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모두 증가했지만, 이는 붕괴 사고 등으로 손실이 발생했던 것에 대한 기저효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GS건설의 올해 2분기 매출액은 3조297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66% 감소했지만, 영업이익은 937억원으로 흑자 달성했다. GS건설은 지난해 지하 주차장 붕괴 사고가 발생한 인천 검단신도시 아파트 전면 재시공에 따른 결산 손실 반영으로 지난해 2분기 영업 적자를 기록했다.

HDC현대산업개발도 올해 2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6.4% 상승한 1조872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 역시 지난해 같은 시기에 비해 대폭 상승한 538억원을 기록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관계자는 “상반기 건설사 국내 수주실적이 눈에 띄게 줄었다”며 “지난 4월 한시적으로 증가(38.8%)한 것을 제외하면 다시 줄었고, 원자잿값과 인건비 상승으로 미분양 상황이 이어짐에 따라 신규수주가 더딘 상황”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공사비 급등과 부동산 시장 침체 등의 여파로 하반기까지 건설사들의 실적 악화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한국기술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5월 건설공사비지수는 129.09로 4년 전인 2020년 5월(99.41)보다 29.68p 올랐다. 건설공사비지수는 건설공사에 투입되는 재료, 노무, 장비 등의 직접공사비에 대한 부담을 수치화한 지표다.

건설업 생산지수도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고금리 장기화로 건설 경기가 위축된 탓이다. 통계청의 ‘6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6월 건설업 생산은 한 달 전보다 0.3% 줄어들며 지난 5월(-4.4%)에 이어 두 달 연속 감소했다. 건설업 생산은 1년 전과 비교하면 4.6% 감소했는데, 이는 지난 2022년 3월(-5.1%) 이후 27개월 만에 최대 감소폭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건설경기 침체로 지연되는 공사 현장이 대폭 늘었지만 그 사이 증가한 공사비를 제대로 반영해주는 곳은 드문 상황으로 하반기 부동산 경기가 회복되지 않는 한 건설사들의 수익성은 크게 저하될 것”이라며 “해외에서 얼마나 선방하느냐가 변수”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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