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러·소비자 유치 프로모션 지원 확대
신규 채널에 'C커머스' 수혜 가능성도
[데일리한국 김보라 기자] 정산 대금 지급지연 사태 여파로 많은 판매자(셀러)와 소비자들이 티메프(티몬과 위메프) 이탈하면서 국내 이커머스 시장이 재편되고 있다. 200만명을 웃돌던 티메프의 하루 활성이용자가 불과 한달 사이 80% 급감하자 업계에서는 이른바 '탈(脫)티메프족'을 끌어들이기 위한 대응책 마련에 분주하다.
13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달 첫째주(1~7일) 티몬과 위메프의 평균 일간활성이용자(DAU)는 각각 115만3303명, 78만6952명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티메프 사태 후인, 이달 1~2일에는 각각 23만5144만명, 18만4846명으로 줄었다.
반면 G마켓·옥션의 이달 1∼6일 기준 일일 평균 이용자 수는 168만4597명으로 지난달 같은 기간(156만6906명)보다 7.5% 늘었다. 같은 기간 11번가 이용자 역시 143만1883명에서 146만4559명으로 2.3% 증가했다.
롯데온도 지난달 신규 가입 고객 수가 6월보다 10% 증가한 데 이어 이달 1∼7일에는 지난달 동기 대비 22%나 늘었다. SSG닷컴 ‘신세계 유니버스 쓱배송 클럽’의 이달 첫째주 신규 가입자 수는 전주 대비 30% 상승했다.
업계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상대적으로 규모가 크고 안전하다고 여겨지는 대형 플랫폼으로 눈을 돌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말했다.
판매자의 움직도 거세다. 티메프 사태 이후 롯데온에 새로 입점한 판매자 수는 지난달 동기간 대비 20% 늘었다.
11번가에서도 지난달 신규 입점 판매자 수가 전달 대비 16%가량 늘었다. 그동안 월간 신규 입점 판매자 증가율은 5% 안팎이었다. 롯데온과 11번가 모두 여름철 비수기에 휴가 절정기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례적인 판매자의 증가세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업계는 이같은 움직임에 우수 판매자를 끌어들이기 위한 지원 정책을 경쟁적으로 내놓고 있다. 특히 판매 후 최대 열흘 안에 대금을 지급하는 빠른 정산과 정산의 안전성을 강조하고 있다.
11번가는 판매 대금의 70%를 배송이 완료된 다음 날 지급하는 ‘11번가 안심정산’ 서비스를 출시했다. 이는 고객이 결제한 뒤 2~3일 만에 판매 대금의 상당 부분을 미리 받을 수 있고, 기존 일반 정산 대비 7일 정도 앞당겨 수령할 수 있다. 나머지 30%의 정산 금액은 고객이 구매를 확정한 다음 날에 지급된다.
또 '안심 쇼핑 착한 기업' 기획전을 열고, 최근 정산 지연 사태에도 고객의 신뢰를 저버리지 않고 배송 약속을 끝까지 지켜 화제가 됐던 기업들을 한자리에 모아 할인 혜택 등을 적용해 선보인다.
G마켓은 제품이 출고된 다음날 판매 대금의 90%를 정산해주는 ‘스마일배송’을 판매자들에게 적극적으로 홍보 중이다. 또 내달부터 신규 가입 판매자의 물류비용을 덜어주기 위해 운영 지원 프로모션을 실시한다. 가입한 달을 포함해 4개월간 최소 5개 박스에 적용되며 물류센터 내 상품 보관 비용도 전액 무료다.
'환불 예정금 서비스’도 도입하기로 했다. 고객이 환불을 요청할 시 기존에는 환불 비용을 '스마일캐시'로 지급하던 것을 현금으로 지급하는 내용이다. 고객 환불 금액을 따로 보관해둘 것으로 예상돼 이번 미정산 사태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롯데온은 이달 말까지 신규 입점 판매자의 판매 수수료 면제와 20억원 규모의 판촉비를 지원하는 정책을 시행 중이다. 지난 1일에는 매달 선착순 500명의 판매자에게 광고비를 지원하는 프로모션을 추가 도입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셀러들은 재무적으로 안정된 플랫폼으로의 이동이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커머스 업체들은 양질의 셀러 보유가 큰 경쟁력이기 때문에 셀러 모집을 위한 경쟁 상황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국내 이커머스 시장의 혼란한 틈을 타고 막대한 자금력을 앞세워 알리와 테무 등 중국 이커머스 기업들이 판매자와 소비자를 흡수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실제로 알리바바닷컴은 국내 기업을 위한 전용 기업간거래(B2B) 웹사이트인 ‘한국 파빌리온’을 지난 8일 공식 론칭했다. 이 웹사이트를 통해 향후 5000개 이상의 국내 중소기업이 글로벌 B2B 시장에 진출하도록 지원하겠다는 계획이다. 알리익스프레스에서는 한국 입점기업에 대해 9월까지 수수료를 면제해 준다.
또 알리와 테무는 벌써부터 소비자들을 확보하기 위해 할인 쿠폰 등을 발행하며 출혈 경쟁을 펼치기 시작했다.
국내 이커머스 업계 관계자는 “C커머스는 셀러들의 신규 채널로 떠오르고 있다”며 “국내 시장에 빠른 속도로 침투하고 있는 C커머스가 우위를 선점한다면 국내 이커머스 업체들은 이익을 내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