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용제품 부진 속 적자 지속…하반기 전망도 '먹구름'
[데일리한국 김소미 기자] 롯데케미칼의 차입 부담이 나날이 가중되고 있다. 여기에 업황 회복 시기가 안갯속에 빠지면서 재무건전성 회복에 빨간불이 켜졌다.
2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롯데케미칼 순차입금은 올 상반기 기준 6조8776억원으로 전년 동기(4조2083억원) 대비 1.6배 가량 늘었다. 순차입금 비율도 전년 말 29.2%에서 올 상반기 33.8%로 4.6%포인트 상승했다.
순차입금은 차입금에서 보유 현금 및 현금성자산을 뺀 금액이다. 수치가 클수록 재무부담이 큰 것으로 본다.
롯데케미칼 순차입금은 2020년에는 -3635억원, 2021년에는 -8165억원으로 사실상 무차입경영 상태를 유지했는데 불과 2~3년새 8배 가량 불어난 셈이다. 순차입금 증가 속도를 고려하면 재무구조가 더욱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
차입 부담 확대는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와 롯데정밀화학의 연결 편입과 함께 단기금융상품 비중 확대가 원인으로 꼽힌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인수에 2조7000억원, 롯데정밀화학 취득에는 2021~2022년에 걸쳐 총 2363억원이 투입됐다.
맹점은 투자 시점이다. 시설투자의 경우 롯데정밀화학의 고부가 포트폴리오인 반도체 현상액 원료, 식의약 생산라인 증설을 제외하면 대부분 2020~2022년 초에 투자가 시작됐다. 화학 업황이 호조세를 보일 때다.
실적 악화가 가시화된 2022년 2분기부터 실적 부진이 가속화 되면서 재무부담이 급격하게 커지고 있는 것이다.
1년 이내 갚아야 할 단기금융상품 비중도 확대되고 있다. 올 상반기 단기금융상품만 1조5548억원으로, 지난해 말(1조1009억원) 대비 불과 반년 만에 4500억원 가량 불어난 것이다.
여기에 유동성 위기를 겪은 롯데건설 회사채 발행에 지급보증한 후유증도 감지된다. 롯데케미칼은 롯데건설의 최대주주로 지난 2월 회사채 2000억원을 발행하는데 신용도를 보탰다.
차입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EBITDA 개선은 필수적이지만 올 2분기 EBITDA는 2079억원으로 지난 1분기 대비 3.4%포인트 감소했다. 화학 업황 회복 시기도 불투명하다. 업계에서는 현재 화학 업황이 저점을 지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지만 유의미한 결과를 확인하기에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시각이다.
업계 관계자는 "하반기에도 전방산업 및 석유화학 가동률 부진은 이어질 것"이라며 "수요 개선폭 역시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재무상황 악화로 롯데케미칼은 최근 차입 계약 내 재무약정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적용유예(웨이버)까지 받았다. 롯데케미칼 반기보고서를 보면 미즈호은행으로부터 차입한 2254억원과 관련해 웨이버를 수령했다. 해당 차입금에 대한 재무약정 요건은 '연결재무제표 기준 상각 전 영업이익(순금융부채/EBITDA) 비율 400% 이하 유지 및 EBITDA/이자비용 5배 이상 유지'다.
이를 충족하지 못하면서 투자금을 만기 전에 회수하는 EOD(기한이익상실)에 처할 뻔했으나 지난달 31일 웨이버를 수령함으로써 유예기간을 갖게 됐다.
롯데케미칼의 신용등급도 떨어지고 있다. 국내 신용평가 3사는 신용등급(AA0)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낮췄다. 자금조달 비용이 더 높아질 전망이다.
이에 롯데케미칼은 전사적으로 해외 증설과 투자를 조정해 재무건전성을 끌어올리겠단 계획이다.
롯데케미칼 관계자는 "올해 운전자본 유동화 및 공장 오퍼레이션 등을 통해 약 4000억원 이상 현금을 추가 확보할 계획"이라며 "에셋라이트 전략으로 내년까지 약 2조3000억원의 현금을 추가 확보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기초화학 중 비주력 사업에 대한 비중도 줄일 방침이다. 롯데케미칼은 2분기 실적발표를 통해 "기초화학, 첨단소재, 정밀화학, 전지소재, 수소에너지 5개 전략사업단위의 속도감 있는 포트폴리오 고도화를 진행 중"이라며 "매입채무 유동화 및 운전자본 개선 등으로 재무 건전성을 제고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