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한국 최성수 기자] 김인규 하이트진로 대표는 ‘하이트진로맨’이다. 1989년 하이트맥주로 입사해 하이트맥주와 진로가 합병한 해인 2011년 대표이사로 발탁된 이래 14년째 CEO 자리를 지키고 있다.
창립 100주년을 맞는 기념비적인 해인 올해도 김 대표는 자리를 지키고 있을 만큼, 경영능력을 대내외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진로이즈백’, ‘테라’, ‘켈리’, ‘필라이트’ 등 굵직한 브랜드들도 김 대표 경영 체제 아래 나온 제품들이다.
올해는 100주년을 맞아 더 큰 도전을 이어가고 있다. 국내 무대를 넘어, 글로벌까지 영향력 확대를 꾀하고 있다.
◇필사즉생 경영…14년째 장수 CEO
1962년생인 김 대표는 연세대 수학과를 졸업한 이후 1989년 하이트맥주로 입사했다. 하이트맥주에서 인사, 경영기획은 물론 영업지점장도 두루 거치며 풍부한 현장경험을 쌓았다.
김 대표는 그룹 경영기획실장과 영업본부장를 역임하고 2011년 공동 대표이사로 올랐다. 당시는 하이트맥주와 진로가 합병한 해였다.
합병으로 어수선한 상황에서 그의 경영 능력은 빛을 발했다. 결재시스템을 대폭 간소화해 속도경영을 실천한 것은 잘 알려진 일화다. 이러한 속도경영으로 소주와 맥주의 영업망 통합도 빠르게 이뤄졌다. 영업과 생산의 효율성을 위한 공급망관리(SCM)시스템도 일찌감치 도입했다.
그는 경영 능력을 인정 받으며 박문덕 회장의 두터운 신임 속에 2014년부터 전문경영인으로 홀로 지휘봉을 잡았다. 특히 영업과 생산 현장에서 리더십을 높이 평가 받으며, 직원들의 지지도 얻고 있다.
김 대표의 경영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필사즉생’(必死卽生‧죽기를 각오하면 살 것)이다. 그는 위기 때마다 이 말을 자주 써왔다. 어려운 상황을 회피하기보단 전면 돌파하는 방법을 택했다.
대표적인 예가 맥주 ‘테라’ 출시다. 대표 맥주인 ‘하이트’가 맥주 시장에서 크게 고전하자 하이트를 버릴 각오로 2019년 테라를 야심차게 내놓고, 모든 전사 역량을 쏟았다.
시장에서는 맥주 신제품 테라에 대한 우려도 많았다. 하지만 테라는 ‘청정’이라는 콘셉트로 시장에 자리잡으면서, 현재 하이트진로를 대표하는 맥주로 자리잡았다.
테라는 2019년 3월 출시 후 39일 만에 100만 상자 판매를 돌파하면서 맥주 브랜드 중 출시 초기 가장 빠른 판매 속도 기록을 세웠다. 코로나19 펜데믹 위기에도 5개년 연평균 성장률 17%를 기록했다.
맥주 테라와 참이슬의 조합을 의미하는 ‘테슬라’, 테라와 진로의 조합을 의미하는 ‘테진아’가 당시 유행어처럼 퍼진 것도 테라의 인기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다.
2017년 선보인 발포주 ‘필라이트’도 하이트진로 맥주사업의 도화선 역할을 톡톡히 했다. 필라이트는 발포주 브랜드 1위 맥주로, 올해 상반기에만 1억2000만캔이 팔렸다.
김 대표는 지난해 덴마크 맥아를 사용한 올몰트 맥주 ‘켈리’를 출시하며 맥주 분야에서 ‘투트랙’ 전략을 과감히 꺼내들었다.
투트랙 전략은 자칫 ‘카니발라이제이션’(자기잠식)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었지만, 시장에서 잘 자리잡고 있다는 평가다. 하이트진로의 지난해 맥주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5% 가량 성장했다.
소주부문은 1위를 지키고 있는 상황에서도 혁신을 이어가고 있다.
2019년 4월 원조 소주 브랜드를 뉴트로 트렌드로 재해석한 ‘진로이즈백’을 꺼내들며, 다양해진 소비자 니즈를 충족시켰다.
이후 두꺼비 캐릭터를 활용해 다양한 굿즈 출시를 출시하는 등 젊고 트렌디한 마케팅으로 소비자 폭을 넓혔다.
최근에도 ‘진로골드’, ‘일품진로 시리즈’ 등의 신제품을 출시하며 혁신을 꾀하고 있는 중이다.
◇새 100년 과제는 ‘글로벌’…세계화 넘어 대중화
100주년을 맞는 하이트진로가 김 대표 체제 아래 택한 성장동력은 ‘글로벌’이다. 특히 세계 증류주 부문에서 1위를 달리고 있는 ‘소주’ 사업에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하이트진로는 100주년을 맞아 비전으로 ‘진로(JINRO)의 대중화’를 선포했다. 해외에서 모든 하이트진로 소주 제품들은 ‘진로(JINRO)’로 브랜드를 통합해 운영중이다.
진로의 대중화는 소주 세계화를 넘어 2030년까지 세계인들의 일상과 함께하는 주류 카테고리로 성장시킨다는 것을 의미한다. 구체적인 목표치는 해외시장 소주 매출 5000억원 달성이다.
이에 맞춰 생산능력도 확대한다. 하이트진로는 베트남 타이빈 성 그린아이파크 산업 단지 내에 첫 해외 생산 공장을 설립한다. 내년 1분기 중 착공을 시작해 2026년 완공이 목표다.
이곳은 앞으로 해외 수출용 과일 소주 및 일반 소주를 생산하는 기지로, 글로벌 생산 거점이 될 예정이다.
생산에 맞춰 유통망도 확장한다. 국가별로 가정시장 뿐만 아니라 유흥시장으로도 영업 범위를 확대한다.
로컬 프랜차이즈 계약과 지역 내 핵심 상권을 우선 공략하고 거점 업소 및 팝업스토어를 운영하는 등 공격적인 영업 활동을 준비 중이다.
현지화 전략에 맞춰 새로운 과일향 제품 개발 및 출시 등 포트폴리오 확대도 준비 중이다.
매번 새로운 신제품을 내놓은 하이트진로지만 R&D 분야에서도 혁신을 계속해 나간다.
현재 맥주와 소주를 아우르는 ‘통합 하이트진로연구소’ 설립을 추진중이다. 기존까지는 강원 홍천 맥주 연구소와 충북 청주의 소주 연구소에서 각 제품을 연구해왔다.
통합 연구소가 건립되면 기술 통합 뿐 만 아니라 물리적인 거리까지 좁혀 시너지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 이르면 연내 용인 동백지구에 통합 연구소가 건립될 예정이다.
김 대표는 지난 3 정기주주총회에서 “맥주 부문의 시장점유율 상승과 소주 부문의 견고한 성장을 통해 새로운 100년의 기틀을 다지고, 제2의 도약과 변화의 원년을 만들어 나아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