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확장' 김미섭 대표, 인도시장 공략 총력
허선호 대표의 WM, 점유율·자산 1위 유지 순항
경쟁사 대비 IB 아쉬움 속 IPO·회사채 공격 행보
[데일리한국 김영문 기자] 미래에셋증권이 글로벌 비즈니스 강화, 자산관리 혁신 필요성을 느끼면서 각 분야의 강점이 있는 김미섭·허선호 대표가 지난해 말 취임됐다. 각각 해외사업과 자산관리(WM)·리테일 부문을 맡은 두 대표는 맡은 분야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두면서 올 상반기 양호한 실적을 기록했다.
다만, 투자은행(IB) 부문의 성장 둔화로 경쟁사 대비 아쉬운 실적을 기록한 것이 아니냐는 의견이 지배적인 가운데, 최근 기업공개(IPO)와 회사채 발행 등 IB부문의 행보도 눈에 띄면서 향후 글로벌, WM, IB 모두를 선도하는 기업으로 거듭날 것으로 기대된다.
◇ 상반기 WM 부문 전년비 25.% 증가...해외법인 최대 이익 경신
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증권의 상반기 연결 영업이익은 543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4% 증가했다. 다만 순이익은 3717억원으로 같은 기간 2% 줄었다. 회사 측은 WM과 연금 등 플랫폼비즈니스와 함께 해외사업에서 안정적인 성과를 거둬 이같은 실적을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사실상 두 대표의 전문 분야가 호실적을 견인한 것이다.
먼저, 플랫폼비즈니스의 경우 연금자산(38조원)·금융상품판매(194조원) 등 고객예탁자산 423조원을 기록했다. 또 증권업계 최초로 해외주식 잔고도 30조원을 넘어섰다. WM부문 반기순이익도 2620억원으로 전년 동기(2082억원) 대비 25.8% 늘어났다.
해외법인의 경우 상반기 세전이익 600억원으로 최대 이익을 경신했다. 특히 뉴욕법인은 전년 동기 대비 65.6%의 세일즈·트레이딩 성장세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베트남 법인도 26.5% 성장했다.
특히 인도법인의 성적이 눈에 띄는데, 인도법인의 세일즈·트레이딩 부문 세전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무려 245.6%나 늘어났다. 또 온라인 브로커리지 누적 계좌 수는 2분기 중 150만개를 넘어섰다. 이같은 상승세는 연내 인도 현지 10위권 증권사인 쉐어칸의 인수가 마무리되면 더욱 가팔라질 전망이다.
◇ '그룹 해외 확장 핵심' 김미섭 대표...인도 시장에 베팅
1998년 미래에셋자산운용에서부터 경력을 쌓은 김미섭 대표는 2005년 해외법인 대표를 맡은 이후 줄곧 글로벌 사업을 담당한 '해외통'이다. 2021년까지 미래에셋운용을 이끌어온 김 대표는 이후 미래에셋증권 글로벌 사업 담당으로 자리를 옮겼고 이후 지난해 말 대표로 선임됐다.
특히 김 대표는 미래에셋금융그룹의 글로벌 확장에 핵심에 있었던 만큼 미래에셋증권의 세계 시장 공략에도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김 대표는 미래에셋운용 대표 시절인 2018년 인수한 미국의 상장지수펀드(ETF) 운용사 글로벌 엑스(Global X)가 현재 운용자산 500억달러를 돌파하며 ETF 시장 급성장의 효과를 톡톡히 본 경험을 토대로 미래에셋증권에 넘어온 뒤에는 인도시장의 성장성에 베팅했다. 2018년 국내 증권사 최초로 인도에 법인을 설립한 미래에셋증권은 지난해 12월 인도 현지 10위권 증권사인 쉐어칸증권을 4800억원에 인수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또 미래에셋증권 홍콩법인은 지난달 22일 3570억원 규모의 유상감자를 결의했다고 공시했는데, 같은날 미래에셋증권은 해당 유상감자로 들어오는 자금을 인도법인의 지분을 취득하는 데 쓴다고 밝혔다. 사실상 아시아 시장의 자본 재배치로 인도법인의 경쟁력 강화에 날개를 달아주는 격이다.
지난 8월 미래에셋증권이 공시한 기업가치 제고 공시에 따르면 인도법인의 세전이익은 올해 335억원에서 내년 1320억원, 2030년에는 3184억원까지 늘린다는 계획이다.
◇ WM 선두 유지 중...허선호 대표 "AI 활용해 개인화 서비스 제공"
허선호 대표는 대우증권 출신으로 미래에셋증권과 합병된 이후인 2016년 경영지원 부문 대표를 역임했으며 2021년 WM총괄을 맡으면서 WM부문에 몸담고 있다. 이어 지난해 12월 대표이사로 선임 되면서 회사의 WM·리테일을 맡게 됐다.
당초 미래에셋증권의 WM은 순항 중이었던 만큼 이번 허 대표의 대표 선임은 향후 먹거리로 WM의 성장성을 높게 평가한 것으로 풀이된다.
올 상반기 퇴직연금(DC·IRP) 적립금이 20조원을 돌파하며 업계 1위, 점유율도 39.1%로 1위를 유지하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은 개인연금 랩,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 등을 통해 고객들이 투자성향별 다양한 포트폴리오 서비스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한 것이 상승세의 주요인이라고 평가했다.
허 대표는 그간 WM부문을 맡으면서 AI의 중요성을 강조해 왔다. 허 대표는 지난해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AI 환경의 전환이 중요하다며 AI 투자비서나 AI 영업비서와 같은 도구를 활용해 개인화된 고객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미래에셋증권은 올 하반기 퇴직연금 로보일임 서비스와 개인연금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를 출시해 연금 선두 입지를 더욱 공고히 한다는 방침이다.
◇ 김미섭 대표, IB도 챙겨...IPO·회사채 등 공격적 행보
다만, 미래에셋증권의 상반기 성적은 경쟁사와 비교하면 다소 아쉽다. 미래에셋증권은 자기자본의 절반 수준인 키움증권보다도 상반기 순이익이 낮았으며 자기자본 2위인 한국투자증권은 미래에셋증권의 2배를 기록했다. 미래에셋증권의 상반기 순이익은 한국투자·삼성·키움·NH에 이어 5위를 기록했다. 이에 미래에셋증권은 하반기 자존심 회복을 위해 분전이 필요한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두 대표가 각각 글로벌과 WM에 전문인 만큼 IB가 비교적 등한시되면서 IB가 성장의 큰 축인 경쟁사와 비교해 동력이 약한 것이 아니냐는 의견이 제기됐다. 실제로 올 상반기 우리투자증권의 출범과 경쟁사들의 IB 역량 강화를 위해 미래에셋증권의 IB 인력을 대거 영입하면서 인재들이 유출되기도 했다. 미래에셋증권의 상반기 IB 부문 영업수익은 지난해 상반기보다 소폭 감소한 3229억원을 기록했다. 이에 김미섭 대표가 하반기 들어 IB 부문을 함께 챙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올 하반기 미래에셋증권의 IB 부문에는 기대 요소가 많다. 먼저, 상반기 단 3건이었던 IPO 주관에 올 3분기 3건을 추가했으며, 이번 달에만 에이치엔에스하이텍, 클로봇, 미트박스글로벌까지 3곳이 상장을 앞두고 있다. 이어 다음 달에도 닷밀, 쓰리에이로직스 등 여러 기업이 IPO를 기다리고 있어 상반기와는 다른 결과물을 보일 예정이다.
또 최근 하이브의 400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CB) 발행을 주관하는 등 채권에서도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어 IB까지 갖춰진 미래에셋증권의 향후 성적에 기대감이 쏠릴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