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 신망 갖춘 IB전문가…취임 전부터 500억원 규모 자사주 매입·소각
IB호조로 순탄한 임기 시작…내분봉합·실적증명·신뢰회복 등 과제는 산적
[데일리한국 장은진 기자] NH투자증권은 지난 12일 차기 신임 대표로 윤병운 IB1사업부 부사장을 최종 낙점했다. 이에 따라 윤 부사장은 오는 27일 정기 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 선임을 거쳐 정식 대표로 취임할 예정이다.
윤병운 신임 대표 내정자는 1993년 NH투자증권의 전신인 LG투자증권에 입사해 평사원부터 사업부 대표까지 오른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이 때문에 사내에서도 내부 신망이 두텁다. 이뿐만 아니라 기업금융팀장, 커버리지 본부장, IB사업부 대표 등 기업금융 분야에서 굵직한 경력을 가지고 있어 NH투자증권 내부에서도 IB전문가로 꼽힌다.
◇ 취임 전부터 통 큰 결단…주주환원 정책 잇달아
NH투자증권은 윤 차기 대표 낙점과 더불어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50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 및 소각 정책을 발표했다.
이번 발표에 따라 NH투자증권은 보통주 약 417만주를 매입 후 소각할 계획이다. 이는 지난해 별도 당기순이익 증가분(965억원)의 절반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자사주 매입 및 소각 정책뿐만 아니라 배당금 규모도 확대했다.
올해 현금배당은 보통주 800원, 우선주 850원으로 배당금 총액 약 2808억원이다. 이는 전년 2458억원 대비 약 14% 확대된 수준이며, 배당성향은 약 65%다. 주요 증권사 배당성향(30~40%)에 비해 높은 수준을 유지할 전망이다. 자사주 소각과 배당금 총 합계는 약 3308억원 수준으로 주주환원성향은 당기순이익(별도 기준) 대비 약 76%에 이른다.
NH투자증권이 이같이 주주환원 정책을 펼칠 수 있는 배경엔 지난해 실적의 영향이 크다. NH투자증권은 지난해 매출 11조4438억원, 영업이익 7258억원, 순이익 5530억원(연결 기준)을 기록했다. 전년보다 매출은 10% 줄었으나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39%, 83%씩 증가했다. 수익성 측면에서 탁월한 성과를 내며 증권업계 순이익 3위를 차지했다.
NH투자증권이 두각을 나타낸 사업 분야는 투자은행(IB)이다. 다방면에서 굵직한 거래를 주관하며 'IB 강자'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최근 3년간 회사채 실적(대표주관+인수)을 보면 2021년 21조5688억원, 2022년 12조4011억원, 2023년 18조1661억원을 달성했다. 지난해 대표주관과 인수 모두에서 업계 1위에 올랐다. 유상증자 인수 부문에서도 1위였다. SK이노베이션 4002억원, OCI홀딩스 3307억원 등 2조793억원을 기록했다.
인수금융 부문에서는 오스템임플란트 인수 관련 브리지론 1조7000억원, 오스템임플란트 인수금융 1조2000억원, 루트로닉 인수 관련 브리지론 9000억원 등 실적을 냈다. 2021년 크래프톤 6465억원, SK바이오사이언스 5519억원, SD바이오센서 3494억원과 2023년 에코프로머티리얼즈 1220억원 등 대규모 기업공개(IPO) 딜도 꾸준히 따냈다.
김재철 키움증권 연구원은 "10년간 주주가치 제고 및 소각을 위한 자사주 매입을 진행한 이력이 없었으나 이번 소각을 위한 자사주 취득 결정은 본격적인 주주환원 확대 의지를 보인 것이다"라며 "올해 실적 상승에 기반한 배당 규모 상향과 추가 자사주 취득 및 소각이 발생할 경우 9% 이상에 달하는 총주주수익률(TSR)을 기대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 내분봉합부터 실적증명·신뢰회복 등 당면 과제 산적
주주가치 제고로 시작한 윤병운 체제는 안정적인 첫발을 내디뎠다. 하지만 차기 대표 선임과정에서 다양한 잡음이 있었던 만큼 당면 과제도 산적한 상황이다.
윤 신임 대표에게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정영채 대표의 그늘에서 벗어나 홀로서는 도전이다. 그는 전임자인 정영채 대표와 20년간 호흡을 맞춘 것으로 유명하다. ‘포스트 정영채’라고도 불리지만 본인의 능력을 입증할 필요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정영채 체제에서 NH투자증권은 눈부시게 성장했다. NH투자증권의 당기순이익은 정 사장 부임 첫해인 지난 2018년 3614억원에서 지난 2021년 9314억원으로 치솟았다. 2022년 시장 분위기가 악화되며 3029억원로 내려앉기도 했지만, 지난해에는 5564억원으로 회복세를 보였다.
실적 입증뿐만 아니라 집안싸움 수습에도 나서야 한다. 올해 NH투자증권의 대표 후보 선정은 농협중앙회와 금융지주가 서로 다른 후보를 밀면서 유독 치열한 공방전이 일어났다. 농협중앙회는 유찬형 전 농협중앙회 부회장을, 농협금융지주는 윤 부사장을 강력히 추천했다. 이러한 갈등이 외부로 노출되며 금융감독원에서도 농협 지배구조 검사에 돌입한 바 있다.
윤 부사장은 임기 시작부터 금감원 검사에 대응하며, 중앙회와 금융지주 사이를 조율해야하는 상황에 처했다. 여기에 NH투자증권이 옵티머스 사태 등으로 논란을 겪는 중인 만큼 차후 신뢰회복도 중요한 요소다.
업계 관계자는 "NH투자증권의 경우 정영채 대표 임기 동안 꾸준히 성장해 왔고 이를 바탕으로 은행과 함께 농협금융을 대표하는 계열사로 자리매김했다"며 "취임 전부터 중앙회와 금융지주간 갈등이 빚어진 상황에서 윤병운 내정자가 이를 어떻게 극복하고 회사 성장을 이어갈지 지켜봐야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