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작 자신이 추천했던 엔켐 CB 공모 투자엔 ‘소극적'
2차전지로 재미본 뒤 바이오로 갈아타 개미들 분노
[데일리한국 김병탁 기자] 코스닥 상장사 젬백스가 이달 두차례에 걸친 신주인수권부사채(BW) 발행을 통해 272억원에 달하는 운영자금 확보에 나섰다. 이중 ‘2차전지 전도사’로 불리는 선대인 선대인경제연구소 소장과 그의 배우자가 201억원을 투자한다고 밝혀 관심을 받고 있다. 이로 인해 일부에서는 선 소장이 2차전지가 아닌 바이오 테마주로 주요 투자 섹터를 변경한 것이 아니냐는 추측도 일고 있다.
◇ 선대인 소장, 젬백스 BW 지분 201억원 인수…“2차전지 섹터 정리 아냐”
4일 투자업계에 따르면 젬백스는 향후 신약개발에 필요한 운영자금 마련을 위해 제10회차(72억원)와 제11회차(200억원) BW를 발행할 예정이다. 총 272억원 규모로, 제10회차 투자금 납입일은 이달 6일이며 제11회차도 이달 27일 예정이다. 또한 주당 발행가격은 1만6544원으로 지난 3일 종가(1만8050원) 대비 약 8.3% 낮은 가격이다.
특히 이번 대규모 투자가 시장에서 크게 주목 받는 데는 선 소장의 참여 때문이다. 선 소장과 그의 부인 김태현 씨는 각각 100억원씩 제11회차 BW 지분을 확보할 예정이다. 또한 김 씨의 경우 제10회차 BW에도 1억원의 자금을 투자할 계획이다.
이를 모두 더하면 201억원으로, 이번 투자로 선 소장의 일가는 젬백스 기발행주식의 3%에 달하는 121만4941주를 잠재물량으로 받게 될 예정이다.
선 소장은 ‘밧데리 아저씨’로 알려진 박순혁 전 금양 홍보이사와 함께 최근 몇 년간 2차전지 투자를 장려한 유명 인플루언서 중 한명이다. 그런 그가 2차전지 관련주가 아닌 신약 및 바이오 개발 기업에 투자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시장에 높은 관심을 받게 된 것이다.
이런 움직임에 대해 일부에서는 선 소장이 2차전지에서 신약 및 바이오 개발 기업에 투자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선 소장은 지난달 29일 자신의 유튜브채널 커뮤니티 게시판을 통해 “최근 젬백스 탐방을 갔다가 BW에 참여할 기회가 마침 바로 생겨서 하루 이틀 만에 급하게 결정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2차전지 투자 철회 의혹에 대해선 “제가 2차전지 섹터를 버리거나 기존에 소개한 종목들을 정리해서 젬백스에 투자하는 것이라는 억측은 버리기를 바란다“며 ”그동안 저회 회원들이나 선대인TV(선 소장이 운영하는 경제 유튜브)에 소개하지 않은 종목들의 비중이 20~30% 차지하는 데, 이들 종목들을 주로 정리할 것이다“라며 2차전지 섹터가 아닌 다른 투자 섹터를 정리해 자금을 납입하겠다고 해명했다.
젬백스 측 역시 “젬백스를 탐방하면서 기업의 경쟁력이나 성장 가능성에 대해 긍정적으로 본 것 같다”며 “마침 BW발행 기회가 있어 참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 엔켐 공모 CB 2500억원 중 86% 미달…선 소장 추천하고 투자 참여는 ‘소극적’ 비판도
하지만 선 소장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의혹이 가시지 않은 것은 선 소장 본인이 추천한 종목 대신 다른 종목에 대규모 투자를 결심해서다.
선 소장은 지난 10월부터 자신의 유튜브 채널 시청자를 대상으로 2500억원 규모의 엔켐 공모 전환사채(CB) 투자를 추천한 바 있다. 그는 엔켐의 주가가 20만원 이하일 경우 중장기 관점에서 상승여력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후 발표된 엔켐의 CB 공모가액 확정가격은 14만800원으로 시장의 큰 주목을 받았다. 또한 엔켐은 투자금액 중 2000억원은 전해액 생산 설비 증설에 투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를 통해 엔켐은 미국 조지아와 테네시, 캐나다 온타리오 등 북미 지역뿐만 아니라 폴란드, 헝가리, 프랑스 등 유럽에서도 공장 설비를 확충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공모 결과 대규모 청약 미달 사태가 발생했다. 대표주관사인 KB증권은 지난달 26일부터 27일까지 2000억원 규모의 엔켐 공모CB 청약을 진행했으나, 공모 배정금액은 308억원으로 1692억원이 미달됐다. 대신증권도 500억원을 공모 청약 진행했으나, 공모 배정금액은 4억원에 지나지 않았다. 이를 모두 더하면 일반공모로 배정된 공모금액은 349억원으로 청약 미달율은 86%에 달했다.
다행이 엔켐은 KB증권과 대신증권이 청약 미달 사태 발생 시 각각 2000억원과 500억원을 인수한다는 계약을 맺어 투자금 유치에는 성공했다.
하지만 이번 대규모 엔켐의 공모CB 물량 미달 사태와 선 소장의 젬백스 투자가 겹치면서 비난이 일고 있다. 젬백스에 납입 예정인 자금으로 충분히 미달된 엔켐의 공모 CB 물량을 인수할 수 있었지 않느냐는 추측이다.
이에 대해 한 소액투자자는 주식 커뮤니티를 통해 “선 소장은 엔켐 사채공모에 투자한다고 해놓고 젬벡스로 갔다”며 “선대인에 당한 엔켐 개미들은 들고 일어서서, 검찰에 선대인을 고발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해 데일리한국에서는 답변을 듣기 위해 선 소장이 공개한 이메일로 취재 요청을 했으나 답변을 듣지는 못했다. 이후 선대인 소장 측에서 연락이 왔으며 아래와 같이 해명했다.
선 소장은 "최근 엔켐의 주가가 조정된 이후 남은 현금으로 엔켐을 포함한 몇명 2차전지 종목을 인수했다"며 "현재 국내 2차전지 기술을 이용한 외국계 투자 기업이 향후 2~3달 안에 나스닥 상장을 추진하면서 대박이 날 거 같으며, 이 주식의 30~50%를 정리해서 젬백스에 투자하는 것이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엔켐 공모 CB 청약일 당시 투자할 만한 현금 보유량이 없었다"며 일부 투자자들의 오해에 대해 억울함을 호소했다.
이어 그는 "앞에서 언급한 외국계 주식 또한 실리콘음극재를 개발하는 2차전지 업체인데, 이 주식까지 포함하면 제 전체 포트에서 2차전지 섹터가 차지하는 비중은 대략 75%가량 된다"며 기존 2차전지 투자도 계속 이어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선 소장은 이번 젬백스 투자에 대해서도 "최근 탐방했던 젬백스의 장래 성장성이 매우 크다고 판단한 데다 시한부 인생을 사는 PSP 환자들에게 구원과도 같은 첫 치료제 개발의 성공을 응원하는 차원에서 투자를 결심하게 됐다"며 "권리 행사가격이 청약일 전날의 종가보다 높고 하향 리픽싱 조항도 없어 상당한 리스크를 지고 정당하게 투자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젬백스의 투자도 현재 공시된 납입기간 내 투자금을 납입하기 위해 노력할 예정이지만, 외국계회사의 주식 매각 정리 시점에 따라 한두번은 연기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