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정국 장기화 조짐...주요 기관장 인선도 연기될 듯
[데일리한국 안희민 기자] 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둘러싼 여야 분쟁으로 내년 예산안과 주요 입법안 심의가 공전될 위기에 처했다.
8일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정국이 장기화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여야는 내년 예산안이나 주요 입법안 심의에 엄두를 못내고 있다.
7일 탄핵표결 전 만난 민주당 관계자는 “현재 탄핵안에 당이 모든 역량을 집중하고 있어 예산안 심의나 여당과의 협상이 멈춰 선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탄핵안이 처리되면 예산안과 주요 법률안 심의를 위해 국회와 정부가 한테이블에 모일 것”이라고 말했다.
윤종오 진보당 당대표도 “탄핵안이 가결되면 예산안 심의에 돌파구가 생길텐데 부결되면 예산문제는 뒷전으로 밀릴 가능성이 크다”며 “국회 본회의에서 감액예산안을 우선 통과시키고 추가로 필요한 예산의 경우 추가경정예산안을 통해 마련하면 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탄핵표결이 무산된 직후 제1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일주일마다 한번씩 탄핵안을 발의할 것을 다짐한 상황이다.
이를 의식한 한덕수 국무총리는 8일 국민의힘 한동훈 당대표와 가진 공동담회에서 정부 예산안을 통과시켜 줄 것을 요청했다.
그는 “비상시에도 국정운영을 위해 예산안 통과가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국회 예결위는 정부안에서 4조 1000억 원을 삭감한 ‘감액예산안’을 처리한 상태다.
국민의힘은 감액예산안 단독 처리에 대해 사과하고 감액예산안을 철회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10일 정기국회까지 여야가 협의할 것을 요청한 상황이다. 민주당은 여당과의 협의가 진행되지 않으면 정기국회 마지막날인 10일 감액예산안을 단독으로 처리하겠다는 입장이다.
감액예산안엔 이른바 ‘대왕고래’ 예산안이 전액 삭감돼 있다.
정부는 유전개발사업출자금 명목으로 505억 5700만 원을 요구했다. △‘대왕고래’ 예산으로 불리는 8광구와 6-1북부 광구 탐사시추 예산 497억 2000만 원과 함께 △4·5광구 2억 3900만 원, △1·2·3광구 6억 9800만 원을 요구했다.
이 가운데 야당은 대왕고래 예산을 전액 삭감한 채 9억 3700만 원만 남겨 예결위에서 의결했다.
이렇게 되면 석유공사는 내년 대왕고래 탐사시추 예산을 자체적으로 조달할 수 밖에 없게 된다. 산업통상자원부도 유전개발사업출자를 통해 자원개발 생태계를 복원한다는 계획이었는데 뜻을 이룰 수 없게 된다.
또 야당이 국회 산자위에서 확보한 신재생금융지원융자금 2000억 원 증액분도 없던 일이 된다. 현재 100억 원 요구한 한국에너지공대 예산안 100억 원 증액도 같은 처지다.
국민의힘이 국회 산자위에서 신규사업으로 확보한 다수의 인공지능(AI) 관련 예산도 같은 운명에 처했다.
탄핵표결 무산으로 공전될 운명에 처해진 주요 법률안으로 △고준위 방폐장법 △국가 기간전력망 확충법 입법도 뒷전에 밀려날 가능성이 크다.
국회의 업무는 아니지만 주요 기관장 인선도 연기될 가능성이 크다.
현재 한국에너지공대, 한국에너지정보문화재단 등은 신임 총장과 기관장 후보를 2~3배수로 압착한 후 최종 결정을 남겨두고 있다.
이번 탄핵표결 무산으로 인해 도래할 탄핵정국으로 임기만료가 도래한 주요 기관장의 인선도 차일피일 미뤄질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