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한국 나혜리 기자] 3년 전 경기도에 있는 육군 보병사단에서 군 복무를 한 A씨(23)가 위력행사 가혹행위와 협박 혐의로 기소돼 2심에서 벌금 1000만원을 16일 선고받았다.

A씨는 당시 고참급이 되면서 분대장으로 선임됐다. A씨는 자신의 중대로 전입한 지 하루밖에 안 된 이병 B씨(21)에게 작업하다가 남은 전선을 갑자기 갖다 대며 "전기충격"이라고 외쳤다.

당황한 B씨가 얼어붙자 A씨는 "넌 지금 감전당한 거야. 감전됐는데 가만히 있을 수 있냐"며 "진짜 감전된 것처럼 하라고"라고 소리쳤다.

B씨는 다른 병사들이 있는 생활관에서 1분 동안 몸을 심하게 떨면서 바닥에 누워 감전된 것처럼 흉내를 내야 했다.

A씨에게는 '전기놀이'였지만 B씨에게는 '가혹행위'였다. 가혹한 전기놀이는 점호시간에도 이어졌다. B씨는 다시 A씨 입에서 "전기충격"이라는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감전된 것처럼 몸을 반복해서 떨었다.

또 B씨를 부대 내 매점(PX)에 데려가 냉동 치킨 6봉지, 컵라면 2개, 음료수 2개를 산 뒤 "선임이 준 건데 남기냐"며 억지로 다 먹게 했다.

B씨보다 열흘가량 먼저 전입한 또 다른 후임병은 오후 10시 취침 시각이 되자 생활관에서 "성 경험이나 재밌는 이야기를 해보라"는 강요를 받고 새벽 1시까지 잠을 자지 못했다.

범행이 뒤늦게 들통난 A씨는 결국 위력행사 가혹행위와 협박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A씨는 1심 양형이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며, 검찰은 오히려 형이 지나치게 가볍다며 항소했다.

인천지법 형사항소2-3부(신순영 부장판사)는 1심 판결을 파기하고 벌금 1000만원을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은 군대 내 상명하복 질서와 폐쇄성을 이용해 후임병인 피해자들을 지속해서 괴롭혀 죄질이 불량하다"면서도 "원심에서 합의하지 않은 피해자들과 항소심에서는 모두 합의했다. 피고인이 초범이고 잘못을 뉘우치면서 반성하는 태도를 보인 점 등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