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양행 렉라자. 사진=유한양행 제공
유한양행 렉라자. 사진=유한양행 제공

[토토 사이트 커뮤니티 최성수 기자] 2024년은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연구개발(R&D) 성과가 본격화되는 한 해였다. 세계 최대 시장이자 가장 진입장벽이 높은 미국 시장에 진출하는 국산 의약품이 잇따랐다. 국내 허가를 받은 신약도 2개가 더 나왔다. 위탁개발생산(CDMO) 기업들의 성과도 본격화됐다.

◇렉라자에 알리글로까지…美 넘은 K-의약품

유한양행의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렉라자‘(미국 상품명 라즈클루즈)가 국산 항암제로는 최초로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들을 넘고, 미국 시장에 출시됐다.

FDA는 지난 8월 20일(현지시간) 유한양행의 렉라자와 존슨앤드존슨(J&J)의 리브리반트(성분명 아미반타맙) 병용요법에 대해 비소세포폐암 1차 치료제로 허가했다.

유한양행이 2018년 J&J에 렉라자를 최대 12억5500만 달러(약 1조7000억원) 규모에 기술수출했고, J&J에서 지난해 말 FDA에 렉라자와 리브리반트 병용요법에 대한 신약허가신청서를 제출한 바 있다.

렉라자는 올해 3분기 미국에서 판매가 개시됐으며, 유한양행은 상업화에 대한 성과로 마일스톤 약 800억원을 올해 수령했다. 판매에 따른 로열티 수익도 기대된다.

GC녹십자의 혈액제제 ‘알리글로’ 사진=GC녹십자 제공
GC녹십자의 혈액제제 ‘알리글로’ 사진=GC녹십자 제공

GC녹십자의 혈액제제 ‘알리글로’도 지난 7월 첫 출하 이후 8월부터 환자투여가 본격 시작됐다. 국내 혈액제제가 미국 시장 진입에 성공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알리글로는 선천성 면역 결핍증으로도 불리는 일차 면역결핍증에 사용되는 정맥투여용 면역글로불린 10% 제제다. 지난해 12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품목허가를 획득했다.

GC녹십자는 알리글로 출시 이후 유통망 확보에 빠르게 나섰다. 지난 9월 시그나 헬스케어, 유나이티드 헬스케어, 블루크로스 블루실드 등 미국 내 주요 보험사 3곳에 알리글로 처방집 등재를 모두 완료하고, 순조롭게 판매가 진행 중이다.

셀트리온의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짐펜트라’(램시마SC 미국 제품명)도 지난 3월 성공적으로 미국 시장에 출시됐다. 셀트리온의 첫 신약 제품이다.

짐펜트라는 FDA로부터 승인받은 인플릭시맙 피하주사(SC) 제형으로, 지난해 10월 신약으로 허가를 받은 바 있다. 

지난 10월 미국 3대 처방약급여관리업체(PBM)에서 운영하는 6개의 모든 공·사보험 영역에 짐펜트라를 등재시키는 계약을 확보하며, 판매가 진행 중이다.

휴젤도 지난 2월 FDA로부터 보툴리눔 톡신 제제 ‘레티보’에 대한 품목허가를 획득하고, 7월 미국 첫 수출 물량을 선적했다.

휴젤은 미국 시장 진출로, 글로벌 3대 톡신 시장인 미국·중국·유럽에 모두 진출한 국내 최초 기업이자 전 세계 3번째 기업에 이름을 올렸다.

휴젤은 올해 출시를 통해 매출을 발생시킨 후 내년부터 본격 판매 확대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제일약품 자회사 온코닉테라퓨틱스의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자큐보’. 사진=제일약품 제공
제일약품 자회사 온코닉테라퓨틱스의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자큐보’. 사진=제일약품 제공

◇2년만에 국산 신약 37·38호 등장

국내 제약사가 개발한 신약이 올해 2개나 나온 것도 올해 R&D 성과를 증명하는 사례다. 특히 신약이 나온 것은 2022년 대웅제약의 당뇨병 치료제 ‘엔블로’(성분명 이나보글리플로진) 등장 이후 2년 만이라 더 값진 성과로 기록됐다.

국산 37번째 신약은 제일약품 자회사 온코닉테라퓨틱스의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자큐보’(성분명 자스타프라잔 시트르산염)다. 지난 4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품목허가를 획득했다.

자큐보는 P-CAB(칼륨경쟁적 위산분비억제제) 계열 신약으로, 빠른 약효 발현과 긴 지속 시간이 특징이다.

출시 이후 제일약품, 동아에스티와 공동판매계약을 맺고, 시장 진입을 가속화한다는 계획이다.

국산 38호 신약은 비보존제약의 비마약성진통제 ‘어나프라주’(성분명 오피란제린)다. 지난 13일 식약처로부터 품목허가를 획득했다.

비보존제약은 국내 임상 3상에서 효능에 대한 통계적 유의성을 확보하고 지난해 11월 식약처에 품목허가를 신청했다.

어나프라주는 세계 최초 비마약성, 비소염제성 진통제다. 글라이신 수송체2형(GlyT2)과 세로토닌 수용체2a(5HT2a)를 동시에 억제해 중추신경계와 말초신경계에서 다중으로 발생하는 통증 신호와 전달을 막는 기전으로 작용한다.

삼성바이오로직스 4공장 전경. 사진=삼성바이오로직스 제공
삼성바이오로직스 4공장 전경. 사진=삼성바이오로직스 제공

◇CDMO 전성시대…너도나도 사업 본격화

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기업들의 성과도 두드러졌다. 특히 CDMO기업 선두인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올해 제약·바이오업계에서 유례없는 실적 성장세를 보였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연결기준 올해 3분기 누적 매출이 3조2909억원으로, 사상 첫 3조원을 돌파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9944억원으로 30% 늘었다. 창립 이래 최초로 별도 기준 분기 매출이 1조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올해 매출 4조원을 넘길 것으로 기대된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3분기 실적 발표 당시 공정공시를 통해 올해 매출 전망치를 4조3411억원(예상 매출범위 내 중위값 기준)으로 제시하기도 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수주역량도 본격화되고 있다. 올해 총 수주 금액은 공시기준 약 5조4000억원에 달한다. 1조원 규모 계약만 올해 3건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CDMO 고공행진 분위기를 타고, CDMO 사업 진출을 선언하는 기업도 잇따랐다.

셀트리온그룹은 이달 CDMO 전문기업 ‘셀트리온바이오솔루션스’(이하 바이오솔루션스)를 출범하고, CDMO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현재 생산시설 등 본격적인 인프라 구축 절차와 운영에 돌입했다. 

신규 법인은 신약 후보물질 선별부터 세포주 및 공정 개발, 임상시험 계획, 허가 서류 작성, 상업 생산까지 의약품 개발 전 주기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서비스 기반이 되는 신규 법인의 생산시설은 부지 후보 상세 검토 중으로, 국내에 최대 20만리터 규모로 설계해 우선 내년에 10만리터 규모로 1공장 착공에 들어갈 계획이다.

보령(구 보령제약)도 CDMO 사업을 올해 본격화했다. 지난 12일 대만 로터스와 세포독성 항암제의 위탁개발생산(CDMO) 계약을 체결했다.

이번 CDMO 계약을 통해 보령은 로터스의 항암 주사제 생산을 담당하게 된다. 해당 의약품은 관련 인허가 절차 완료 후, 2026년부터 해외 시장에 공급될 예정이다.

이번 CDMO 계약은 보령이 전략적 오리지널 필수 의약품을 인수하고 생산을 내재화해 이를 해외로 공급하는 글로벌 CDMO 사업에 진출한 첫 사례다.

보령은 이번 CDMO 계약을 시작으로 오리지널 필수 의약품을 제조해 글로벌로 공급하는 차별화된 CDMO 사업을 지속적으로 강화해나간다는 방침이다.

휴온스는 지난달 143억원을 투자해 팬젠의 주식 265만주를 취득하는 주식양수도계약을 체결했다. 이후 지난 13일 팬젠 임시주주총회를 거쳐 지분 인수를 마무리하며 팬젠을 신규 종속 회사로 편입했다.

휴온스는 팬젠 인수를 통해 바이오의약품 CDMO 사업을 강화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팬젠은 바이오의약품 생산을 위한 우수의약품제조및품질관리기준(GMP) 시설을 보유하고 있다.

CDMO 생산능력 확장도 이어졌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지난 3월 송도 바이오 캠퍼스 1공장 건립을 시작했다. 2026년까지 의약품 제조·품질관리기준(GMP) 승인을 거치고 나서 2027년부터 상업화 생산에 돌입한다는 계획이다.

롯데바이오로직스 송도 바이오 캠퍼스는 생산 공장 3개가 들어설 예정이다. 연면적은 약 6만1191평(20만2285.2m2) 규모다. 전체 가동시 생산역량은 송도 36만 리터에 이른다.

비만치료제 위고비. 사진=연합뉴스
비만치료제 위고비. 사진=연합뉴스

◇위고비가 쏘아올린 비만치료제 ‘열풍’

국내를 뜨겁게 달군 이슈도 있었다. 바로 비만치료제다. 노보노디스크가 개발한 비만치료제 ‘위고비’(성분명 세마글루티드)가 지난 10월 국내 정식 출시되면서 비만치료제에 대한 관심이 치솟았다.

위고비는 GLP-1(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이라는 호르몬과 비슷하게 작용하는 ‘GLP-1 유사체’를 주성분으로 사용한 비만치료제다.

GLP-1 유사체는 음식을 섭취하거나 혈당이 올라갈 때 소장에서 분비되는 인크레틴 호르몬 GLP-1과 유사한 작용을 나타내는 성분이다. 식욕을 억제하는 동시에 위장관의 연동운동을 늦춰 음식물이 장내에 오래 머물도록 해 포만감을 지속시킨다.

위고비는 펜 형태의 주사제로, 국내 비만 치료제 시장 점유율 1위인 노보노디스크의 ‘삭센다’(성분명 리라글루티드)가 매일 주사해야 하는 것과 달리 주 1회만 투여하면 되는 점이 장점으로 꼽힌다.

위고비 출시 이후 온라인 또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서 불법으로 판매하거나 광고하는 행위가 잇따르자 식약처에서는 해당 행위에 대한 적극적인 단속에 나서기도 했다.

다이어트 용도로 오·남용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자 보건당국은 지난 2일부터 비대면 진료시 위고비 등 비만치료제 사용을 제한하는 조처를 내렸다.

비만치료제에 대한 관심이 올라가면서 국내 제약사의 개발도 점차 속도가 붙었다.

대웅제약은 지난 12일 티온랩 테라퓨틱스, 대한뉴팜, 다림바이오텍과 ‘비만 치료 4주 지속형 주사제’ 공동 개발을 위한 계약을 체결했다.

한미약품은 지난 5월 FDA로부터 비만치료 삼중작용제 ‘HM15275’(LA-GLP/GIP/GCG) 임상 1상 심험계획을 승인 받고, 임상 1상을 순조롭게 진행 중이다. 내년 하반기 2상 진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

HM15275는 근 손실을 최소화하면서도 비만대사 수술 수준의 25% 이상 체중 감량 효과가 기대되며 부수적으로 다양한 대사성 질환에 효력을 볼 수 있도록 설계돼 기대를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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