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 번복으로 남은 자금 523억 중 230억 타계열사 지분 투자
휴림그룹 계열사간 복잡한 순환출자 고리로 경영권 강화 악용

[토토 사이트 커뮤니티 김병탁 기자] 휴림로봇이 이큐셀 인수를 위해 일반 유상증자로 모은 대규모 투자금을 이큐셀이 아닌 다른 계열사의 경영권 강화를 위한 지분 인수 및 타법인 취득 자금으로 썼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이로 인해 휴림로봇의 일반공모 투자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 이큐셀 매입자금 828억원→304억원…남은 523억원 자금 중 230억원 타계열사에 투자

23일 투자업계에 따르면 휴림로봇은 지난 17일 휴림에이텍이 발행하는 14회차CB(전환사채)에 80억원을 투자했다. 이에 앞서 지난 10일에도 파라텍의 3회차CB를 150억원에 인수했다. 이를 모두 더하면 이달에만 230억원의 자금이 계열사에 투자된 셈이다.

해당 자금은 앞서 휴림로봇이 이큐셀 인수를 위해 일반 공모(유증)로 마련한 투자금 597억원 중 일부인 것으로 추정된다. 휴림로봇은 올해 초 2차전지 장비기업인 이큐셀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으며, 지난 7월까지 인수를 마무리하기로 했다. 당시 이아이디와 이화전기가 보유한 이큐셀 지분 전량(2988만448주)을 주당 2000원씩 598억원에 인수하기로 계약했으며, 추가로 230억원을 더 투자하기로 했다.

휴림로봇은 해당 투자금 모집을 위해 지난 7월 일반공모로 597억원의 투자금을 유치했다. 또한 제3자 배정 유증(80억원)과 15회차CB(150억원) 발행을 통해 230억원의 자금을 확보했다.

이후 이큐셀이 상장 폐지 대상이 되자 휴림로봇은 이큐셀 인수를 철회했다. 하지만 초기 지급한 계약금 60억원은 즉시 회수했지만, 이큐셀에 넣은 제3자 배정 유증자금(230억원) 회수는 차일피일 미뤄왔다.

이후 지난 11월 휴림로봇은 다시 이큐셀을 인수하는 방안으로 선회했다. 대신 초기 계획과 달리 이아이디와 이화전기가 보유한 지분 일부(600만주)를 주당 1230원씩 총 74억원에 인수하기로 했다. 이전 제3자 유증(230억원)으로 납입한 금액을 더하면 304억원으로 초기 인수금액(828억) 대비 524억원가량 축소됐다.

아울러 이아이디와 이화전기가 보유한 남은 지분도 3년 이내 휴림로봇의 모회사격인 제이앤리더스가 우선적으로 주당 1370원 이상에 매입할 수 있다는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이후 해당지분을 인수하지 않아도 휴림로봇이 보유한 이큐셀의 지분율은 46.02%로 최대주주의 지위에는 흔들림이 없다.

이처럼 휴림로봇은 이큐셀 인수를 위해 모집한 투자금을 다른 계열사 재투자 자금으로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로 인해 주주들의 불만이 거세다. 애초에 이큐셀 인수용으로 모은 자금인 만큼, 이큐셀 사업 발전 자금으로 사용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일반 공모 당시 타법인 인수자금 목적으로 500억원을 사용한다고 명시돼 있지만, 공모 당시 엄연히 이큐셀의 인수자금으로 사용할 것이라는 기대로 투자자들이 공모에 참여한 것이다”라며 “하지만 이큐셀의 인수금액이 줄어들자 그 투자금을 다른 계열사의 투자금으로 활용하는 것은 당시 투자자들이 납득할 수 없는 경영 횡포다”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휴림로봇의 주가는 지난 4월까지 2000원대 후반대에 머물렀다. 이후 이큐셀 인수소식으로 한때 주가는 3000원대까지 치솟았다. 이처럼 주가가 치솟자 휴림로봇은 일반공모을 통해 대규모 유증에 성공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큐셀의 인수 철회로 주가는 급락했다. 주가는 한때 1073원까지 떨어졌으며, 현재 1300원대에 머무르고 있다. 이는 일반 공모 당시 발행한 신주가(1705원)보다 낮은 금액으로 투자자 피해를 야기했다.

◇ 휴림로봇, 이큐셀 공모금액 활용 순환출자로 문어발 계열사 확장 계속

이번 이큐셀 인수 철회 번복으로 큰 투자피해를 입은 일반 주주들과 달리 휴림로봇의 경우 이큐셀 인수 후 남은 523억원의 자금을 적극적으로 타법인 취득과 계열사 지분 매입 등 경영권 강화에 활용하고 있다.

예컨대 휴림로봇이 투자한 휴림에이텍의 14CB 투자금(80억원)은 라임트리사모투자합자회사(라임트리)→에이아이코어비즈→엣지파운드리를 거쳐 엣지파운드리의 제3자 유증 자금(150억원)의 일부로 흘러갔다. 엣지파운드리는 해당 자금을 향후 타법인 인수자금으로 사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휴림로봇이 투자한 파라텍의 3CB 자금 150억원도 아직 구체적인 인수사는 밝히지 않았으나 타법인 인수자금으로 쓰일 예정이다.

이뿐만 아니라 휴림로봇은 계열사의 투자금을 재투자 받는 순환출자 방식으로 투자금을 회수함과 동시에 지분 매입을 통한 경영권 강화도 시도하고 있다.  현재 휴림그룹은 휴림로봇, 휴림네트웍스, 휴림에이텍, 파라텍, 엣지파운드리 등 모두 5개의 상장사를 보유하고 있다. 

지난 7월 엣지파운드리의 경우 휴림로봇이 이큐셀을 인수할 당시 제3자유증에 참여해 80억원을 재투자했다. 이를 통해 휴림로봇→휴림에이텍→라임트리→엣지파운드리→휴림로봇과 같은 복잡한 순환출자고리를 만들었다.

또한 일반 공모(597억원) 당시 △파라텍 △휴림네트웍스 △휴림케이에스디 △휴림에이엠씨 등이 투자에 참여하며 상호출자 관계가 형성됐다. 다만 임원을 포함한 계열사들이 참여한 자금은 44억원으로, 대부분 일반 투자자(553억원)가 참여해 투자금을 마련했다.

토토 사이트 커뮤니티에서는 이에 대해 질의하기 위해 휴림로봇 측에 연락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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