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정치권, 밸류업 기조 하에 권고
'주주권익 확대' vs '위법 사유' 논리 충돌
[토토 사이트 커뮤니티 안효문 기자] 다음달 23일 고려아연 임시 주주총회에 주요안건으로 '집중투표제'가 올라온 가운데 MBK·영풍측이 반대의사를 표해 관심이 쏠린다.
정부는 집중투표제가 기업 지배구조를 나타내는 핵심 정보라고 판단, 일정 규모 이상의 상장사들에 집중투표제 도입 여부를 명시하도록 권장한다.
하지만 MBK측은 고려아연 정관에 집중투표제를 배제하는 규정이 있는 만큼 해당 제도 도입은 상법과 자본시장법 위반이라는 입장이다.
투자업계에선 고려아연이 집중투표제를 도입할 경우 MBK가 투자금 회수 등에 차질이 빚어질 것을 우려해 반발하는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지난 23일 이사회에서 내달 열릴 임시 주총 안건을 확정했다. 이 중 고려아연 주주인 유미개발이 제안한 '집중투표제 도입을 위한 정관 변경안'이 주목받았다. 집중투표제는 소수주주를 위한 대표적인 제도로 꼽히는 방안이다.
단순 투표 방식으로 이사를 선임할 경우 과반의 주식을 소유한 대주주의 의사에 따라 모든 이사가 선임될 가능성이 크다. 반면 집중투표 방식을 이용하면 소수주주의 의결권을 집중해 이들이 추천한 이사를 선임, 모든 이사가 대주주의 의사대로 선임되는 걸 막을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으로 꼽힌다.
최근 기업의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집중투표제 도입을 권장하고 있다. 정부는 상장사의 지배구조에 대한 정보를 주주 등 관계자들에게 제공할 수 있도록 기업지배구조보고서를 공개하도록 하고 있는데, 해당 보고서에 명시해야 하는 15개 핵심 지표에 집중투표제 도입 여부가 포함돼 있다.
특히 지난 2019년부터 일정 규모 이상 상장사에 공개를 의무화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정부가 적어도 이때부터 집중투표제 도입을 공식 권장한 것으로 투자업계에선 해석한다. 최근 정치권에서도 소수주주의 권리 강화 일환으로 집중투표제를 의무화하는 상법 개정을 추진 중이다.
업계에서는 MBK가 국내 대기업 전반에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내세운 만큼 집중투표제 자체를 반대하지는 않을 거라는 시각이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고려아연 인수 건처럼 MBK가 1대 주주로 지분을 갖고 있을 경우 되레 불편한 제도가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재계 관계자는 "MBK가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명분으로 내세워 놓고, 지배구조가 매우 부실한 것으로 평가되는 영풍과 손을 잡았다는 점에서 명분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많았다"며 "이제는 여기에 더해 소수주주 권익 보호의 대표 제도로 꼽히는 집중투표제를 반대하기까지 하면서 결국 MBK가 바라는 것은 지배구조 개선이 아니라 투자금 회수일 뿐이라는 비판을 받을 여지를 만들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