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보험계약대출 잔액 71조 돌파
'풍선효과' 작용하며 보험사 쏠림 현상
이중 납부·강제 해지 등 소비자 부담
[토토 사이트 커뮤니티 최동수 기자] 코로나19 엔데믹(풍토병화) 이후 이어진 고물가·고금리·고환율로 인해 가계 경제 침체가 계속되면서 들어뒀던 보험을 담보로 돈을 빌리는 보험계약대출 규모가 역대 최대치를 넘어섰다.
올해 역시 내수 부진이 계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불황형 대출'로 불리는 보험계약대출이 매년 증가하자 일각에선 △보험료·이자 이중 납부 △보험계약 강제 해지 등 보험 소비자들의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7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현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생명보험협회·손해보험협회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국내 보험사들의 지난해 10월 기준 보험계약대출 잔액은 71조328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2022년 말 기준 보험계약대출 잔액 68조4555억원 대비 3.8%(2조5770억원) 증가한 규모다.
보험계약대출은 보험 가입자의 보험 보장은 유지하되 보험계약의 해지환급금 일부(50~95%)를 빌려 쓰는 대출이다. 해지환급금이라는 담보가 있기 때문에 각종 증빙 서류가 필요한 은행권 대출에 비해 쉽고 차주의 신용 점수에 영향을 주지 않아 주로 은행 대출이 어렵거나 급전이 필요한 가입자들이 이용하는 '불황형 대출'로 불린다.
작년 1분기 말 70조1000억원, 2분기 70조2000억원으로 감소세를 보였던 보험계약대출은 작년 3분기 1조원 가까이 불어났으며 연말 기준으로는 역대 최대를 기록했을 것으로 추산한다.
김 의원은 "국민이 급전 마련을 위해 보험을 해약하거나 보험계약대출을 받는 현실은 가계 경제의 심각한 위기를 여실히 보여준다"며 "정부와 금융당국은 가계 부채 관리와 복지 정책 강화에 모든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 '풍선효과·낮은 금리'로 보험계약대출 증가
업계에선 이러한 보험계약대출 증가세에 대해 △경기 침체 △풍선효과 △낮은 금리 등의 이유가 겹친 결과라고 설명한다. 특히 지난 2년간 고물가·고금리·고환율이 계속되면서 서민들의 경제적 부담이 늘었고 은행권 가계대출 관리 기조에 따라 제1금융권에서 대출을 받기 힘든 중·저신용자들까지 보험 등 2금융권으로 대출 수요가 몰리는 '풍선효과'가 나타나면서 보험계약대출은 크게 늘었다.
현재 경기 상황을 보여주는 동행종합지수 순환변동치가 9개월 연속으로 반등에 실패하는 등 길어지고 있는 경기 침체 역시 대출 증가에 영향을 줬다. 통계청이 발표한 '11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전 산업 생산지수(계절조정·농림어업 제외)는 112.6으로 전월(113.0)보다 0.4% 떨어졌다.
보험사가 상생금융의 하나로 보험계약 대출 가산금리를 조정하면서 상대적으로 낮은 보험계약대출 금리 역시 쏠림 현상을 부추겼다.
지난해 생명보험사의 보험약관대출 금리(금리확정형·금리연동형) 평균은 5.157%로 2023년 말(5.365%) 대비 0.208%포인트 낮아졌다. 손해보험사 13곳의 약관대출 금리 평균 역시 2023년 12월 4.862%에서 지난해 상반기 4.491%로 감소세다. 이는 은행권의 지난해 상반기 신용대출 평균금리(6.41%·서민금융 제외)보다 낮고 주담대 평균금리(4.03%) 대비 소폭 높은 수준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사의 가산금리 인하가 계속되면서 급전이 필요한 소비자의 약관대출 수요가 줄지 않고 점점 늘고 있다"며 "이러한 약관대출 급증세가 가계 대출 관리에 역효과로 작용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 소비자 부담 이어지자 제도 활용 권장
일각에선 보험계약대출이 꾸준히 늘면 △보험료·이자 이중 납부 △보험계약 강제 해지 등 보험 소비자들의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보험료나 이자가 미납될 때 연체된 금액이 해지환급금의 일정 범위를 넘어서면 보험계약이 해지될 수 있다. 금융소비자 입장에서도 이중 납부에 대한 부담이 커지면 보험계약 해지까지 이어질 수 있다.
실제 통계를 보면 보험계약대출이 증가하는 만큼 보험 계약을 해지하거나 유지하지 못하는 소비자도 늘고 있다. 국내 생명보험사들이 작년 1월부터 10월까지 지급한 보험 효력상실 환급금은 총 1조3987억원으로 전년 동기(1조3408억원)보다 늘어났다. 효력 상실 환급금은 가입자가 일정 기간 보험료를 내지 않아 계약이 해지됐을 때 보험사로부터 돌려받는 돈이다.
가입자가 보험 계약 해지를 요청해서 돌려받는 해약 환급 금액은 43조4595억원으로 전년 동기(45조5870억원)보다는 다소 줄었지만 해약 건수는 418만8506건으로 전년 동기(395만9018건)보다 5.8% 많다.
대출 증가로 인한 해지 급증에 전문가들은 보험을 중도 해지하는 것보다는 우선 보험 계약을 유지할 수 있는 제도를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설명한다. 보험계약 유지를 위한 보험제도로는 보험료 납입유예, 감액제도, 감액완납제도, 자동대출납입제도, 중도인출, 연장정기보험제도 등이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중간에 계약을 해지하면 원금보다 돌려받는 돈이 적은데도 손해를 감수하고 급전을 위해 보험상품을 해약하는 경우가 많아졌다"며 "정부에서 지원하는 제도들을 이용하는 것이 좋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