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팔각도에서 변화구 던지면서 타자 상대 편해져"
(포항=연합뉴스) 일본과 미국에서 6시즌을 보내고 한국 무대로 돌아온 삼성 라이온스 마무리 임창용(38)이 미소를 머금고 물었다.
"저, 잘하고 있는 거죠."
임창용은 20일까지 11경기에 등판해 2승 7세이브 평균자책점 0.77을 기록했다.
11⅔이닝을 던지는 동안 안타 5개와 볼넷 2개만을 내줬고, 삼진은 14개나 잡았다.
모두가 임창용을 2014 한국 프로야구 최고 마무리로 꼽는다.
20일 포항구장에서 만난 임창용은 "10경기 넘게 등판해보니 '이제 나도 적응이 됐구나'라는 안도감이 생겼다"고 말했다.
"사실 나도 한국에 복귀할 때는 무척 긴장했다. 전력분석원을 통해 받은 영상 자료를 보니 타자들은 힘이 넘치고, 정교함도 있었다"고 떠올린 그는 "지금도 타자를 경계하긴 한다. 타율 3할을 넘는 타자만 해도 몇 명(30명)인가"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경기를 치르면서 자신의 구위에 자신감이 생겼다.
임창용은 "나 스스로 '잘할 수 있을까'를 걱정했는데 다행히 아직은 내 공이 통하더라"며 "내 공이 통하지 않는다면 어떤 변화라도 시도했겠지만 다행히 국내 무대에 잘 적응한 덕에 지금은 '내 것을 유지하고 발전하는 것'에 전념할 수 있다"고 말했다.
물론 임창용은 '현재'에 만족하지 않는다.
그는 "최근에는 경기당 두 세 개씩 시속 150㎞를 넘는 공이 나온다"면서도 "구속에 대한 욕심은 은퇴할 때까지 줄어들지 않을 것 같다"고 밝혔다.
이어 "아직까진 나를 낯설어하는 타자들이 많고, 전력분석도 덜 된 덕에 내가 수월하게 경기를 치른 면도 있다"며 "나도 국내 무대 타자들에 대해 더 연구하고, 구위를 조금 더 끌어올리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한 차례의 블론세이브도 임창용에게 좋은 자극이 됐다.
임창용은 지난 15일 대구구장에서 열린 한화 이글스와 경기에서 2-1로 앞선 9회초 등판했지만 폭투까지 범하며 1이닝 2피안타 1실점으로 동점을 내줬다.
임창용은 "블론세이브를 기록하지 않고 시즌을 마칠 수 있다면 좋겠지만, 경기를 치르다 보면 그런 경기가 꼭 나온다"며 "블론세이브에 대해서는 신경 쓰지 않지만 그런 경기를 최소화하려고 한다"고 했다.
'돌아온 임창용'의 최고 무기는 다양한 각도에서 나오는 직구와 변화구다.
사이드암 투수인 그는 때론 팔을 스리쿼터로 올려 공을 던진다.
예전에도 시도했지만 스리쿼터의 동작에서는 변화구 제구에 애를 먹었다.
하지만 2014년 임창용은 높은 타점에서도 변화구를 쉽게 뿌린다.
임창용은 "예전에는 스리쿼터로 변화구를 던지면 공이 엉뚱한 곳으로 가더라"고 웃으며 "지금은 어느 각도에서도 변화구를 쉽게 던진다"고 말했다.
그는 "'임창용이 스리쿼터로는 직구만 던진다'고 생각하던 타자들이 높은 타점에서도 변화구가 날아오니 혼란스러워하는 것 같다"고 효과를 설명했다.
류중일(51) 삼성 감독은 "경험 많은 임창용이 있으니 삼성 젊은 투수들이 많이 배울 수 있을 것"이라고 또 다른 효과를 기대했다.
차우찬(27)은 "임창용 선배가 불펜에서 몸만 풀어도 우리 후배 투수들은 감탄사를 연발한다"고 전했다.
이를 전해 들은 임창용은 "불펜에서는 후배들의 공이 내 공보다 좋다"고 했다.
이어 '좋은 공을 가지고도 실전에서 위축되는 후배 투수'에게 조언했다.
임창용은 "불펜에서 후배들의 투구를 지켜보며 '저 정도 공이라면 타자들이 칠 수 없겠다'는 생각을 한다"며 "그런데 정작 마운드에 서면 그 공을 던지지 못하더라. 타자와 승부를 피하는 투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좋은 공을 가졌다는 건 그만큼 발전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라며 "가능성에 그치지 않았으면 좋겠다. 타자와 정면승부를 펼치며 스스로 느껴야 한다"고 말했다.
임창용은 "나도 제구 위주의 투수가 아니다"라고 강조하며 "정말 가운데만 보고 던질 때가 많다. '볼넷을 내주느니 안타를 맞자'는 생각으로 정면승부를 펼쳤고, 실제로 정면승부를 펼치면 범타로 막아낼 확률이 더 높다는 걸 깨달았다"고 했다.
임창용은 "전성기가 끝났다"는 혹평을 받던 2007년 11월 일본 프로야구에 진출했고, 2013년에는 안정적인 일본 생활을 뒤로하고 미국 메이저리그에 도전했다.
인생을 건 정면승부였다.
임창용은 한국 무대에서도 정면승부를 이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