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중 <관자> 판법해편 첫 등장… '도리에 어긋남' 뜻해
하루가 멀다 하고 온갖 비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공무원 비리, 입시부정 비리, 인사 비리, 교육 비리, 경마 비리, 사회복지시설 비리... 그 중에서도 요즈음 공분을 가장 많이 사고 있는 것은 원전부품 비리이다.
2011년 9월 15일 전국 753만 가구가 정전되는 초유의 블랙아웃 사태가 발생했다. 같은 달, 울산의 한 시민이 은행 주차장에서 거액의 현금을 음료수 박스에 담아 포장하는 장면을 목격하고 뇌물로 의심, 울산지검에 제보하였다. 이를 바탕으로 수사한 결과, 이미 가동 중이거나 준비 중인 8개의 원전에서 시험성적서가 위조된 원전 부품이 사용되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그로 인한 피해가 단순 전력난 수준을 넘어 국민의 생존과 직결되는 '원전사고'로 이어질 수 있어 국민들의 불안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이다.
비리(非理)의 어원은 춘추시대 제나라의 관중이 지은 것으로 알려진 <관자(管子)> 판법해(版法解) 편에 나오는 다음 구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무릇 재앙과 난리가 발생하는 것은 원한을 품고 비난하는 데서 생기고, 원한을 품고 비난함은 非理에서 생긴다." 非理는 非(아닐, 어긋날 비)와 理(다스릴, 법률 리)로 이루어진 말로, 여기서의 理는 道理(도리) 또는 理致(이치)의 준말이다. 따라서 비리는 올바른 이치나 도리에서 어긋남을 뜻한다. 또한 非는 不과 동의어이고 理는 곧 法이므로 비리는 불법과도 통한다.
그런데 非자의 풀이에도 비리가 있음을 알면 놀랄 것이다. 후한의 허신은 <설문해자(說文解字)>에서 非에 대해 飛(날 비)와 연관시켜 "飛자의 생략으로 그 날개를 아래로 한 모양이다"고 풀이하였다. 그러나 1899년 이후 갑골문이 발견되어 非자가 두 사람이 등진 모양의 '北'에서 비롯된 글자임이 밝혀지면서 허신의 풀이는 이치에 어긋난 것으로 판명되었다. 그리고 非의 바른 음은 짧은소리인데 현대한국어에서는 긴소리로 왜곡된 점도 이치에 맞지 않다. 理(리)는 玉(옥)과 裏(속 리)의 생략형인 里의 합자로, 옥 속(里)의 정수를 골라내기 위해 채굴된 옥 표면의 불순물을 제거하고 다듬는 모양에서 '옥을 다듬다 → 다스리다 → (다스리는) 법률, 도리' 등의 뜻을 나타낸다.
조선의 세조는 "크게 욕심나는 어떤 일에 직면하였을 땐 필히 의리에 합당한가를 살펴보고, 만일 비리임을 알면 결연히 이를 끊어 버린다."고 말했다. 이번 비리가 비난을 넘어 재앙으로 발전하기 전에 속히 바로잡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