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경, 61년 만에 해체… 일각선 '도마뱀 꼬리자르기' 지적도
박근혜 대통령은 19일 세월호 참사와 관련한 대국민 담화에서 "고심 끝에 해경을 해체하기로 결론을 내렸다"며 "수사·정보 기능을 경찰청으로 넘기고 해양 구조·구난과 해양경비 분야를 신설하는 국가안전처로 넘길 것"이라고 밝혔다.
예상을 뛰어넘는 해경 해체 소식에 해양경찰관들은 망연자실한 감정을 숨기지 못했다. 한 경찰 간부는 한 매체에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큰 폭의 조직 개편을 예상하고는 있었지만 해체까지 될 줄은 전혀 상상하지 못했다"며 "뼈를 깎는 고통을 딛고 국민 성원에 부응하는 새로운 조직으로 탈바꿈하려 했는데 안타까울 뿐"이라고 말했다.
해경은 1953년 12월 내무부 치안국 소속 해양경찰대로 출범했다. 창설 초기에는 해양경비, 어로 보호 기능을 주로 담당했지만 지금은 해상범죄 수사, 해상교통 안전, 수상레저, 해양오염 방지 등 업무 영역이 크게 확대됐다.
해경청 본청을 인천 송도국제도시에 두고 산하에 동해·서해·남해·제주 등 4개 지방해양경찰청, 17개 해양경찰서, 여수 해양경찰교육원, 부산 정비창이 설치돼 있다.
해경은 2001년 한·중 어업협정 발효, 2005년 차관급 기관 격상 등의 호재를 등에 업고 조직을 키웠다. 독도 영유권을 주장하는 일본의 도발, 우리 배타적경제수역(EEZ) 내 중국 어선의 싹쓸이 조업은 역설적으로 해경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는 계기가 된 것이다.
이에 해경 인력은 전국에 1만1,600명, 연간 예산 규모는 1조1,000억원으로 10년 전보다 각각 배에 가까운 규모로 성장할 수 있었다. 현재 정부 부처 17개 외청 중 인력과 예산 규모가 4위일 정도로 거대한 조직으로 변모했다.
하지만 구조역량 강화는 뒷전이었다. 해경 인력 중 수사와 정보 관련 업무 인력은 750여명에 달하지만 구조인력은 230여명이었다. 게다가 해경은 수사 정보력을 바탕으로 사법권을 휘두르며 상급기관인 해수부를 내사했다. 해경에 대한 관리감독이 제대로 될리 없었던 것이다. 결국 해경은 세월호 참사 발생 34일 만에 해체됐다.
해경 해체라는 초강력 조치가 '도마뱀 꼬리 자르기'라는 지적도 나온다. 정작 관리감독업무 소홀을 지적받았던 해수부는 VTS(해상교통관제센터)의 국가안전처 이관 정도의 처분만 받았기 때문. 일각에서는 해경이 세월호 참사 정국의 희생양이 된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한편 이날 박 대통령의 결정은 경찰청도 몰랐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청 관계자는 "오늘에야 해경이 해체된다는 것을 알게 돼 기획조정 기능에서 관련 내용을 급히 검토하고 있다"며 "정부의 방침이 정해진 만큼 해경 조직을 차질 없이 이전시킬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부담은 만만찮다. 해경과 경찰은 원래 한 몸이었지만 20여년간 왕래가 없었기 때문에 두 조직의 융합이 잘 될 수 있을지 우려가 크다. 해경 출신 조직을 관리하고 이들을 지휘해야 할 경찰 수뇌부가 해양 관련 경험이 많지 않다는 점도 경찰에게는 적잖은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경찰청은 담화 발표 후 즉각 해경의 수사, 정보 조직을 흡수하기 위한 조직 개편 검토에 들어갔다.
현재 해경의 수사 및 정보 기능이 수사·정보국으로 통합된 형태로 있다는 점에서 이 조직이 그대로 경찰청 산하 국으로 들어오거나 기능별로 나뉘어 기존 경찰청 수사국과 정보국으로 편입될 가능성이 거론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