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권사 '매도' 비중 0.07% 불과…개미 불만 커진 것도 한 요인

출처=에프앤가이드
[데일리한국 견다희 기자] 최근 조정을 겪고 있는 증시에 투자의견을 하향하는 보고서가 잇달아 나오고 있다. 보기 드문 ‘매도’ 리포트까지 등장해 매우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2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KB증권은 대대적인 배당 축소 정책을 공시한 메리츠증권에 대해 투자의견을 ‘중립(HOLD)’에서 ‘매도(SELL)’로 지난 17일 하향 조정했다.

펀더멘털 요인은 아니지만 높은 배당수익률이 메리츠증권의 투자 포인트였던 만큼 수급 측면의 불확실성을 이유로 꼽았다. 같은 이유로 메리츠화재 투자의견도 ‘매수(BUY)’에서 ‘매도’로 하향했다.

앞서 지난 14일 DB금융투자도 한화생명에 대해 ‘중립’에서 사실상 매도로 해석할 수 있는 ‘언더퍼폼(Underperform)’ 의견의 보고서를 내놨다. 한화생명의 목표주가로 모건스탠리는 5500원, 유안타증권과 교보증권은 5000원을 제시하는 등 시장수익률을 밑도는 투자의견을 내놓은 곳은 DB금융투자가 유일하다.

실제 지난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국내 증권사가 발행한 투자의견 보고서 중 ‘매도' 의견은 전체의 0.07%에 불과하다. 국내 증권사 31곳 중 매도 의견을 1건 이상 낸 증권사도 단 10곳 뿐이다.

이 기간 국내 증권사 31개사에서 7만8297건의 투자의견 보고서를 냈다. 외국계 증권사 14개사에서 발행한 3만3023건의 보고서까지 합산하면 총 11만1320건에 이른다.

투자의견을 보면 국내 증권사의 경우 △매수 6만9690건(89.0%) △중립 8552건 (10.9%) △매도 55건(0.07%)으로 ‘매수’ 쏠림현상이 극심했다.

반면 외국계 증권사는 △매수 2만3434건(71.0%) △중립 6597건(20.0%) △매도 2992건(9.1%)으로 국내 증권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정적인 의견이 훨씬 많았다.

코로나19 여파로 극심한 변동장이었던 지난해에도 증권사 리포트 중 매도나 비중축소 투자의견 보고서는 손에 꼽힌다. 투자의견을 하향한 리포트는 327개, 매도 의견은 NH투자증권의 고영, 미래에셋증권의 CJ와 CGV 정도다.

매수의견 비중이 가장 큰 곳은 키움증권(98.7%)이다. 교보증권(97.8%) 상상인증권(97.4%) 유진투자증권(96.8%) 하이투자증권(96.5%) 신한금융투자(96.1%) 케이프투자증권(95.3%) 미래에셋대우(95.2%) 한화투자증권(94.4%) 등이 뒤를 이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증권가에선 매도 리포트를 내지 않는 것이 관행”이라면서 “증권사는 기업을 상대로 기업공개, 투자은행, 신용공여 등의 업무를 하고 있기 때문에 부정적인 리포트를 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또 “기업탐방 거절 등 각종 불편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에 업무에 불이익을 당할 우려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 때문에 리포트를 아예 내지 않거나 ‘중립’으로 하향 조정하는 것을 증권가에서는 매도하라는 의견으로 받아들인다.

그럼에도 최근 증권가에서 적극적으로 투자의견 하향에 나선 것은 시장의 속도와 발을 맞추기 위한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올 상반기까지 유동성 장세가 이어지면서 투자의견과 목표주가 등을 높게 잡은 경우가 많아 조정장을 맞아 변화가 일어난 것”이라며 “개인 투자자들의 영향력이 커진 상황에서 증권사 리포트에 대한 불만이 커진 것도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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