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프랑스)=김윤지기자 jay@
아이러니하다. 국내배우인 송혜교는 중국영화 '태평륜'으로 제 67회 칸국제영화제를 찾았다. 2008년에는 제작발표회로, 이번에는 기자간담회로 전 세계 취재진을 만났다. 6년 전 본격적으로 중국어권 활동을 시작한 그는 이제 중국에서도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는 톱스타로 자리매김했다.

첫 중국작품인 '일대종사'(一代宗師ㆍ2013)에 이은 '태평륜'은 1949년 중국에서 발생한 태평륜 호 침몰 사건을 재구성한 작품이다. '영웅본색' '미션 임파서블2' '적벽대전'으로 유명한 우위썬(吳宇森ㆍ오우삼) 감독이 연출을 맡고, 송혜교를 비롯해 장쯔이, 진청우(金城武ㆍ금성무), 황샤오밍 등이 출연하는 대형 프로젝트다.

칸(프랑스)=김윤지기자 jay@
송혜교는 극 중 부자집 딸 역을 맡아 황샤오밍과 부부로 호흡을 맞춘다. '일대종사'출연 당시보다 중국어 대사도 늘어났다. 욕심이 났다. 될 때까지 연습했다. 동료들의 칭찬에 힘을 얻었다. 처음엔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다. 외국어에 감정을 실어 연기하는 일이 쉽지 않았다. "지금도 완벽하진 않지만, 뻔뻔하게 중국어로 말한다"며 웃었다.

그는 우위썬 감독을 다정한 아버지로, '일대종사'를 연출한 왕자웨이(王家?ㆍ왕가위) 감독을 깐깐한 외삼촌으로 비유했다. 타국에서 온 자신을 배려해 촬영에 빨리 적응할 수 있게끔 배려해준 우 감독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반면 왕 감독은 "배우로부터 반드시 새로운 모습을 찾아낸 후에 오케이(OK) 사인을 내리는 사람"이었다. "결국에는 그 과정을 통해 성숙해졌다"고 덧붙였다.

"우 감독님의 작품이기 때문에 '태평륜'을 택했어요. 감독님은 영화 '황진이'를 보고 저에게 관심을 보이셨대요. 우 감독님 하면, 다들 액션영화를 떠올리잖아요. 이번엔 사랑에 대한 이야기예요. '우 감독=남성적인 영화를 만드는 사람'으로 생각했던 관객 분들이라면 깜짝 놀랄 거예요."

칸(프랑스)=김윤지기자 jay@

그에게 왜 중국이냐고 물었다. 이병헌 배두나 비 등 할리우드로 활동 영역을 넓힌 스타들이 늘어나는 요즘, 그는 일찌감치 중국어권을 선택했다. "영어를 못해 할리우드는 생각이 없다"고 고개를 저으면서 "꼭 중국이라고 생각한 건 아니다. 좋은 작품들이 저에게 올 기회가 있었고, 자연스럽게 여기까지 왔다"고 설명했다.

그는 '여기까지'라며 담담하게 말했지만, 그 과정엔 우여곡절이 많았다. 시기적으로 먼저 택한 '태평륜'은 제작이 중단될 위기에 처하기도 했다. 실질적으로 첫 작품인 '일대종사' 촬영 땐 지독한 외로움을 경험했다. 첫 중국 영화인데다, 당시 숙소가 외딴 곳에 있었다. 촬영 외에는 할 수 있는 것이 없었지만, 스케줄 마저도 불분명했다. 감정 기복이 심해졌다. 함께 지낸 두 명의 한국인 스태프와 한국 요리를 만들어 먹으며 향수병을 달랬다.

'태평륜' 촬영 땐 달랐다. 일본배우 나가사와 마사미와는 촬영이 끝날 때까지 만나지 못할 만큼 출연배우가 많았다. 촬영장은 수도인 베이징과 가까웠다. 촬영이 쉬는 날이면 다 함께 맛집을 찾았다. 오랜 지인인 장쯔이는 그를 '동생'이라고 불렀고, 그 역시 '언니'라고 불렀다. 상대역인 황샤오밍은 그를 살뜰히 챙겼다. 기자간담회 당시에도 이야기를 주고 받으며 친분을 과시한 두 사람이었다.

"중국 활동을 한다고 하면, 한국 활동이 소홀하다고 생각하세요. 막상 그렇지 않아요. 최근까지 영화 '두근두근 내인생'을 촬영하기도 했어요. 차기작까지 대부분 공백이 있는데, 그 시간을 허무하게 보내는 것보다 새로운 도전을 하는 게 나쁘지 않은 것 같아요. 카메라에서 너무 떨어져 있는 것 보다 어디서든 연기를 하는 게 도움이 돼요."

송혜교가 해외 작품으로 칸을 찾았다면, 이번 칸영화제 경쟁 부문 심사위원인 전도연은 국내 작품으로 칸에서 인정 받은 경우다. 함께 칸영화제를 빛내고 있는 전도연에 대해 "부럽고 멋있다"고 찬사를 보냈다. 별도로 연락은 하지 못했다. 그 역시 제대로 식사도 못할 만큼 칸에서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었다. 영화 한편 못 본 게 아쉽다며 다음을 기약했다.

"운이 좋게, 좋은 영화로 칸까지 왔어요. 한국이든 중국이든 열심히 하면 좋은 성과가 있지 않을까 싶어요. 더 나이 먹기 전에 무협 영화 하고 싶어요."


저작권자 © 토토 사이트 커뮤니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