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정빈
[문정빈 동국대 경주캠퍼스 영어영문학과] 세계에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찾아왔고 작은 불씨인 줄만 알았던 이 질병은 곧 종잡을 수 없는 큰 산불이 되었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었다. 우리의 생활반경은 제한되었고 자영업자들의 눈에선 땀이 아닌 눈물이 흘렀다. 실직자의 수는 증가하였고 취업의 문은 굳게 잠겼다. 그 어느 때보다 혼란스러웠던 한 해였지만 백신접종과 함께 코로나19도 이제는 잡을 수 있다는 희망이 보이고 있다.

하지만 코로나19에 앞서 우리 사회에 불어닥친 여성운동은 여전히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고 있다. 남성과 여성으로 갈라져 갈등의 골이 더욱 깊어지는 모습이다.

나는 여성운동에 대해 부정적인 편견을 갖고 있지 않다. 오히려 잘못된 인식과 관행이 있다면 그것을 바로잡으려 목소리를 높이는 건 존경받아야 할 일이고 지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불평등하고 부당한 사회적 구조가 존재한다면 남녀가 서로 대화를 나누고 힘을 합해 개선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현재 여성운동은 어느 때보다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많은 여성들이 자신의 인권 신장을 위해서, 혹은 당했던 부당함을 바로잡기 위해 소리치고 행동한다. 많은 매체, 뉴스나 포털 혹은 SNS 등에서 여성들의 목소리를 접할 수 있는데 바람직한 개선보다는 오히려 갈등을 조장하는 쪽에 가깝다.

우리는 종종 도덕적으로 그리고 정신적으로 부족한 남성이 여성에게 성폭행 등의 피해를 주는 사례를 자주 접한다. 물론 피해를 입은 여성에겐 위로를 건네고 가해자는 처벌받아야 마땅하다.

하지만 여성들은 범죄를 저지른 가해자는 물론 다른 일반 남성들을 성이라는 범주로 묶어 동일시하고 남성에 대한 혐오를 드러낸다. 이러한 이분법적 비판이 오늘날 남성에게 있어 페미니즘이라는 좋은 취지의 운동에 대해 거부감을 들게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어떤 남성도 ‘모든 남성이 잠재적 성범죄자’라는 말을 듣고 싶어하지 않는다.

일방적인 비판은 더 나은 길로 이어지지 않는다. 오히려 쉬운 길을 놔두고 돌아갈 뿐이다. 남성과 여성이 서로 협조하지 않고 적대시 하기만 한다면 어떻게 더 나은 미래를 그릴 수 있을까? 우리에겐 남성과 여성이 협력해서 해결해야 할 난제가 수두룩 하다. 서로 의지하며 앞으로 나아가기에도 벅찰 수 있다.

여성운동이 잘못되었다고 멈추라는 말이 아니다. 더 나은 사회를 위해 여성만이 노력해야 한다는 것도 아니다. 여성의 인권 개선을 위해선 남성의 노력도 꼭 필요하다. 다만 지금과 같은 방식보다는 서로 다름을 이해하고 대화를 통해 오늘 날의 안타까운 이분법적 양상이 화합을 이뤘으면 하는 바람이다. 무거운 짐을 혼자 옮길 필요는 없다. 우리의 귀는 열려있고 언제든 더 나은 길로 함께 나아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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