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븐일레븐, 미니스톱 인수로 업계 1·2위에 '바짝'
안수전 고배 마신 이마트24, 차별화 전략에 주력
[데일리한국 최성수 기자] 올해 편의점업계의 순위경쟁이 그 어느 때보다 뜨거워지는 모양새다. 롯데의 한국미니스톱 인수로, 기존 양강구도에 균열이 생겼다. 세븐일레븐은 한국미니스톱을 발판으로 CU와 GS25의 양강구도를 깨뜨리는 데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경쟁에서 밀려난 이마트24의 전략에도 이목이 쏠린다.
◇편의점 3강 체제 본격화
26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 편의점별 점포수는 CU 1만5700개, GS25 1만5400개, 세븐일레븐 1만1200개, 이마트24 5800개다.
롯데지주가 한국미니스톱 지분 100%를 3133억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하면서 세븐일레븐은 미니스톱 점포를 포함해 약 1만3800개까지 점포수를 늘릴 수 있게 됐다.
점포 수 기준 1·2위와 격차가 2000여개까지 좁혀진 것이다. 편의점은 점포 수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점포수가 늘면 자연스럽게 매출은 오르고, 고정비는 줄어드는 ‘규모의 경제’이기 때문이다.
특히, 편의점들은 근접 출점을 제한하는 자율 규약을 맺어 점포수를 마음대로 늘릴 수 없다는 점에서 점포수가 가져다주는 의미가 크다.
롯데가 2500억원 안팎으로 예상됐던 한국미니스톱의 가격에 프리미엄까지 얹어주면서 사들인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세븐일레븐은 한국미니스톱 인수를 계기로 올해 업계 1·2위와 격차를 줄이는 데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관건은 합병 과정에서 얼마나 문제없이 미니스톱 가맹점을 흡수할 수 있는지다.
롯데는 추후 인수 주체를 세븐일레븐을 운영하는 코리아세븐으로 넘기고, 미니스톱 가맹점을 세븐일레븐 브랜드로 통합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경우 간판을 바꿔다는 과정에서 가맹점주들을 설득해야한다. 미니스톱과 가맹계약이 돼있는 점주들이 타브랜드로 옮겨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세븐일레븐은 과거 로손, 바이더웨이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점주들의 이탈로 합병 효과를 극대화하지 못했다.
미니스톱 수익성 제고도 관건이다. 2월 결산법인인 미니스톱은 2020년 3월∼지난해 2월 매출이 1조795억원으로 전년보다 4.2% 줄었고, 143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롯데는 수익성 제고를 위해 미니스톱이 가지고 있는 강점인 즉석조리식품 운영 능력, 중대형 점포 등을 최대한 활용해 세븐일레븐과 시너지를 내는 데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편의점 업계 한 관계자는 “세븐일레븐과 미니스톱 브랜드 통합과정에서 순조롭게 통합을 완료할 수 있는지가 중요할 것”이라면서 “통합만 잘 끝난다면 규모의경제 측면에서 긍정적 효과가 나올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가맹전 쟁탈전 펼쳐진다
CU와 GS25간의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세븐일레븐까지 바짝 뒤쫓게 되면서 올해 편의점들의 가맹점 유치 경쟁이 어느 해보다 뜨거울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판은 깔아졌다. 올해 5000여개 점포의 계약이 풀린다. 이는 국내 전체 편의점의 약 10%에 달하는 수치다. 재계약 여부에 따라 업계 순위가 충분히 바뀔 수 있다.
벌써부터 유치전이 뜨겁다. GS25는 최근 일상회복 상생지원금 20만원 지급, 본부 입차점포의 가맹 재계약 지원금을 확대하는 등 1800억원 규모의 상생안을 발표했다. CU도 폐기지원금 상향, 신상품 도입 지원금 신설 등 2000억원 규모 상생안을 발표했다.
세븐일레븐은 점포 안심 보험제도와 통신사 이중화 시스템 구축 등을 담은 상생안을 제시했다. 이마트24는 심야 영업 확대 희망 점포를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신설하고, 신선식품 폐기 지원을 확대하는 내용의 상생안을 내놨다.
◇경쟁선 밀려난 이마트24 전략은
롯데와 함께 미니스톱 인수전에 뛰어들었다가 고배를 마신 이마트24의 향후 전략에도 관심이 모인다.
세븐일레븐의 이번 미니스톱 인수로 이마트24는 세븐일레븐과 점포 격차가 기존 4000여개 수준에서 7000여개 수준까지 벌어지게 됐다.
후발주자인 이마트24는 편의점 출점 제한으로 인해 공격적으로 점포수를 확장해 편의점 3사를 쫓아가기도 힘든 상황이다.
이마트24는 당분간 차별화 전략으로 덩치보단 내실을 강화하는데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경쟁력을 키워 타브랜드 가맹점주들의 간판교체를 유도하는 것이 이마트24로서는 현재 최선의 방안으로 꼽힌다.
이마트24는 올해도 특화매장을 늘리는 데 주력할 방침이다. 이마트24는 현재 3600여개인 주류특화매장을 올해 4000개까지 확대할 계획을 세웠다.
올해 들어 ‘딜리셔스 아이디어’에도 힘을 쏟고 있다. 딜리셔스 아이디어는 지난해 10월 발표한 슬로건으로 의지를 담은 슬로건이다.
맛있는 상품과 기분 좋은 경험을 제공해 고객이 이마트24를 다시 찾도록 하겠다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이마트24는 상품 개발을 위한 ‘딜리셔스 랩’을 신설하고, 호텔 셰프, 파티시에 등 전문 인력을 딜리셔스 랩에 영입했다. 다양한 연령대의 입맛을 잡기 위해 임직원 품평회 인원과 횟수도 지난해보다 2배로 늘렸다.
이마트24 관계자는 “기존의 차별화 전략을 계속해서 해 나갈 것”이라면서 “특히 올해부터는 계속 강조하고 있는 딜리셔스 아이디어를 슬로건으로 한 ‘맛있고 기분좋은 편의점’을 만들어가는 데 주력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