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억∼1억5000만원’ 묶인 직장인 신용대출도 다음주 이후 상향

주요 시중은행들이 현재 5000만원에 불과한 마이너스통장 한도를 푸는 등 가계대출 빗장을 활짝 연다. Ⓒ연합뉴스
주요 시중은행들이 현재 5000만원에 불과한 마이너스통장 한도를 푸는 등 가계대출 빗장을 활짝 연다. Ⓒ연합뉴스

[데일리한국 민병무 기자] 주요 시중은행들이 현재 5000만원에 불과한 마이너스통장 한도를 푼다. 또한 1억∼1억5000만원에 묶인 직장인 신용대출도 다음주 이후 지난해 규제 이전 수준으로 복원한다.

최근 ‘잔금일 이내, 전세금 증액분만’ 등의 전세자금대출 규제를 없애는 등 지난해 금융당국의 억제 방침에 따라 가계대출 창구를 틀어막았던 시중은행들이 이제 반대로 빠르게 빗장을 풀고 있다.

사실상 지난해 당국의 ‘구두 지도’ 등에 따라 도입된 각종 대출 규제 가운데 연봉 이내 신용대출 정도만 남는 셈이다.

이런 기조 변화는 무엇보다 은행권 가계대출이 4개월째 뒷걸음치면서, 이제 은행들이 급증이 아니라 감소 또는 정체에 따른 실적 악화를 걱정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 작년 일괄 ‘5000만원’ 묶인 마통 최대 3억원까지

27일 금융권과 연합뉴스 등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다음달 4일부터 신용대출상품 통장대출(마이너스통장) 한도를 5000만원에서 상품 종류에 따라 8000만∼3억원까지 늘린다.

작년 1월 29일 신용대출 상품과 대상에 상관없이 모든 마이너스통장의 한도를 5000만원으로 낮춘지 약 1년 2개월만의 상향 조정이다.

아울러 같은 날부터 대표 신용대출 상품 ‘우리 원(WON)하는 직장인대출’의 한도도 최대 1억원에서 2배인 2억원으로 늘어난다.

신한은행도 마이너스통장과 일반 신용대출 한도 복원을 검토 중으로, 이르면 다음주께 시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신한은행의 마이너스통장 한도도 5000만원에 묶여 있고, 신용 등과 상관없이 일반 직장인 신용대출도 1억5000만원 이상 받을 수 없다.

4대 은행 가운데 KB국민은행과 하나은행은 이미 마이너스통장과 신용대출의 한도 대부분을 작년 상반기 수준으로 돌려놓았다.

KB국민은행은 지난 7일부터 한도거래방식 신용대출(마이너스통장) 상품의 한도를 전문직군 대상 상품(KB닥터론·KB로이어론·에이스전문직 무보증대출 등)은 최대 1억5000만원, 일반 직장인 대상 상품(KB직장인든든신용대출·KB급여이체신용대출·본부승인 집단신용대출 등)은 1억원으로 늘렸다.

지난해 9월 16일 당국의 가계대출 축소 요청 등에 따라 마이너스 통장 한도를 일괄적으로 5000만원까지 줄인 뒤 약 6개월 만에 정상화한 것이다.

하나은행의 경우 일찌감치 지난 1월 말 ‘하나원큐신용대출’의 마이너스통장 대출 한도를 5000만원에서 최대 1억5000만원으로 높이는 등 8개 주요 신용대출 상품의 마이너스통장 한도를 작년 8월 이전 수준으로 되돌렸다.

◇ 우리, 비대면 신용대출 ‘합산 1억’ 한도 없애...KB, 비대면 대환대출 허용

은행들은 지난해 설정된 비대면 가계대출 제한도 하나둘씩 없애고 있다.

KB국민은행은 28일부터 비대면 방식으로 다른 은행의 주택담보대출을 KB국민은행의 대출 상품으로 갈아타는 이른바 대환 조건부 대출 신청을 허용한다. 작년 9월 “실수요자의 실제 소요자금을 중심으로 대출하겠다”는 취지로 막았던 비대면 대환대출 문을 다시 여는 것이다.

우리은행은 다음달 4일부터 앱 등 비대면 채널을 통한 신규 신용대출에 적용해온 ‘당·타행 신용대출 합산 1억원’ 한도를 해제하기로 했다.

◇ 은행, 대출 감소·실적 악화에 완화 불가피...DSR 조정 가능성도

은행들의 이런 가계대출 문턱 낮추기 시도는 영업이나 정치 상황으로 미뤄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무엇보다 은행 실적의 가장 중요한 기반인 가계대출 자산 감소세가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부동산, 주식, 가상화폐 등 자산 시장 상황이 좋지 않기 때문에 대출 수요가 계속 줄고 있다”며 “이 추세가 이어지면 실적 악화가 불가피한 만큼, 최근 경영실적을 관리하는 부서와 여신 담당 부서가 긴밀히 소통하면서 가계대출 규제 완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마이너스 통장과 신용대출 한도까지 다시 늘어나면, 당국의 가계대출 총량 관리 압박에 작년 한 해 잇따라 추가된 수많은 규제 가운데 연봉 이내 신용대출 한도를 빼고는 거의 1년 만에 대부분 작년 초 수준으로 돌아간다.

가장 강력한 거시건전성 정책으로서 개인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가 남아있지만, 이마저도 새 정부 출범 이후 완화될 여지가 있다는 게 은행권의 시각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현행 개인별 DSR 규제 아래에서는 (대선 공약인) ‘주택담보대출비율(LTV) 완화’에 따른 대출 한도 증액 효과가 고소득자에 집중될 수밖에 없다”며 “주택 실수요자의 LTV 상향뿐 아니라 청년·무주택자 등 정책 수혜 대상자의 DSR, DTI(총부채상환비율)도 같이 완화돼야 정책 효과가 커질 것이다”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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