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의 등록말소 처분에 동감하면서도 법령 근거 모호해 결정 어려워

올해 1월 신축공사 중 외벽 붕괴사고가 일어난 광주 서구 화정아이파크 현장의 이달 3일 모습. ⓒ연합뉴스
올해 1월 신축공사 중 외벽 붕괴사고가 일어난 광주 서구 화정아이파크 현장의 이달 3일 모습. ⓒ연합뉴스

[데일리한국 임진영 기자] 국토교통부가 올해 1월 광주 화정아이파크 붕괴사고를 낸 현대산업개발에 대해 가장 엄중한 처분인 등록말소를 관할 지자체인 서울시에 요청한 가운데 서울시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서울시는 이번 사고의 심각성을 볼 때 최고 수위 처분인 등록말소가 필요하다는 국토부의 의견에 동감하면서도 등록말소를 처분할 수 있는 법령 근거가 모호해 숙려하고 있다.

31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지난 28일 현대산업개발에 대해 처분 관할청인 서울시에 등록말소 또는 영업정지 1년 처분을 요청하면서 가장 엄중한 처벌을 내려줄 것을 요청했다.

서울시는 국토부의 이 같은 요청에 등록말소 처분을 해야 한다는 의견 자체는 동감하지만 처분에 대한 시행은 좀 더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윤준필 서울시 건설혁신과 팀장은 “서울시도 가장 엄중한 처분인 등록말소가 필요하다는 국토부의 의견에 동감한다”며 “다만 처분의 시행에 있어서는 서울시가 등록말소를 할 수 있는지 여부는 별개의 문제”라고 말했다.

문제는 국토부가 현대산업개발에 대해 등록말소 처분을 요청한 법령상 근거인 건설산업기본법(이하 건산법)에 등록말소가 가능하도록 해 놓았으면서도 해당 법령에 대한 시행령에는 등록말소 처분을 할 수 있는 내용이 없다는 것이다.

건산법 83조에 따르면 ‘고의나 과실로 건설공사를 부실하게 시공해 시설물의 구조상 주요 부분에 중대한 손괴를 일으켜 공중의 위험을 발생하게 한 경우 국토부 장관이 건설사업자에게 건설업 등록을 말소하거나 1년 이내의 영업정지를 명할 수 있다’고 돼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처분을 시행하는 법령 근거인 시행령인 건산법 84조와 이에 대한 시행령 80조 1항의 처분 기준엔 영업정지 처분에 대한 내용만 있을 뿐 등록말소에 대한 내용이 없다.

윤 팀장은 “건산법에 따라 등록말소가 가능하지만 정작 이에 대한 처분의 법적 근거인 시행령엔 등록말소가 아닌 영업정지에 대한 시행내용만 있다”며 “현행 법이 등록말소 처분이 가능하다고 하면서도 정작 이 처분을 실제 집행을 하는데 있어선 법적 근거가 미흡하게 짜여져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서울시는 세부적인 처분에 대한 시행령 없이 건산법 83조만으로도 등록말소 처분이 가능한지에 대한 여부를 좀 더 따져본다는 입장이다.

이는 만약 법적인 검토없이 등록말소 처분을 내렸다가 현대산업개발이 시행령에 등록말소 처분에 대한 내용이 없다는 이유로 행정처분 가처분 소송 등을 냈다가 승소할 경우 등의 논란을 차단하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윤 팀장은 “향후 소송 가능성 등을 고려해 법적으로 미흡한 부분을 좀 더 세세하게 따져볼 필요가 있다”며 “우선 현대산업개발을 불러 소명 절차를 가지고 TF등을 꾸려 등록말소 처분이 가능할지 여부를 들여다볼 계획”이라고 전했다.

서울시는 국토부의 처분 요청이 들어온 날을 기준으로 6개월 내에 이 조치를 모두 완료한다는 목표를 세운 상태다.

윤 팀장은 “처분이 늦어지면 늦어질수록 (현대산업개발에) 좋은 일을 해주는 것”이라며 “앞으로 6개월 내에 검토를 마치고 처분을 내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대산업개발 측은 우선 앞으로 있을 소명 절차를 준비한다는 입장이다.

현대산업개발 관계자는 “사고 수습에 최선을 다하면서 앞으로 있을 처분에 대한 소명 절차를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30일 서울시는 지난해 6월 학동 철거건물 붕괴사고와 관련해 원청사인 현대산업개발이 건설산업기본법을 위반했다고 보고, 다음 달 18일부터 8개월간 영업을 정지시키기로 결정했다. 이에 대해 현대산업개발 측은 이날 이사회를 열고 서울시의 행정처분에 대해 집행정지 가처분을 신청하고 취소 소송도 제기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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