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설립 회사명 다시 사용…증권·VC·저축은행 계열사 성장 '관건'
[데일리한국 정우교 기자] KTB금융그룹이 최근 다올금융그룹으로 사명을 바꾸고 대대적인 변화를 예고했다. 업계에서는 사명을 순 우리말로 변경한 배경이 주목받고 있으며 '이병철 회장 체제'도 더욱 힘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5일 업계에 따르면 KTB금융그룹은 지난달 25일 사명을 '다올금융그룹'으로 변경했다. 다올은 '하는 일마다 복이 온다'는 순 우리말로 '혁신적인 금융서비스 제공을 통해 고객의 성공과 함께 한다'는 그룹의 가치 체계를 포괄하고 있다는게 회사 측 설명이다.
'다올'은 이 회장이 2004년 세운 부동산신탁의 이름이기도 하다. 다올부동산신탁은 설립 이후 2010년 하나금융그룹으로 편입되면서 '하나다올신탁'으로 이름을 바꿨으며 현재는 하나자산신탁으로 사명을 변경했다. 이 회장은 2006년 다올자산운용이라는 회사도 설립한 바 있다.
이 회장은 다올부동산신탁이 하나금융그룹에 편입됐던 2010년 하나다올신탁의 대표를 역임했으며 그룹 내 부동산그룹장도 담당했다. 이후 2014년에는 '다올인베스트먼트'라는 투자회사도 만들면서 '다올'이라는 이름을 계속 사용했다.
이번에도 KTB를 '다올'로 바꾼 것에 대해 업계에서는 이 회장이 첫 회사에 대한 애착을 상징한다는 시각과 함께, '이병철 체제'를 공고히 하겠다는 의지도 담겨 있다는 해석이 함께 나오고 있다. 현재 이 회장은 다올금융그룹의 지배회사인 다올투자증권(옛 KTB투자증권)의 지분 23.66%(2021년 기준)을 보유한 최대주주다.
다올금융그룹으로 새출발을 알린 후 이 회장이 당면한 첫 과제는 다올투자증권의 실적 안정성을 강화하는 일이다.
금융감독원 공시에 따르면 다올투자증권은 지난해 7799억원의 매출액, 1482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전년에 비해 각각 46.8%, 123.0% 증가한 규모다. 순이익은 전년 대비 132% 급성장한 1761억원을 기록했다. 업계 전반적으로 영업환경이 개선되면서 수탁, 인수·주선 등 수수료 이익이 증가한게 호실적에 영향을 끼쳤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그러나 올해는 상황이 다를 것이라는게 업계의 관측이다. 이들은 1분기 금리 상승과 함께 주요국 증시의 변동성이 커지고 있고 거래대금도 위축되면서 증권업계 실적이 전반적으로 부진할 것이라는 예상을 내놓고 있다. 이에 따라 중형 증권사들은 신규 수익원을 발굴하거나 알짜배기 '딜'에 주력해야 하는 과제를 떠안게 됐다.
다올투자증권은 브로커리지(위탁매매)에 대한 비중이 크지 않으나 자산관리(WM), 투자은행(IB) 등 업계 환경 변화에 적지 않은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이익 체력을 다져야 하는 상황이 됐다는 의미다.
또한 다올인베스트먼트(옛 KTB네트워크)의 역할도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다올인베스트먼트는 2008년 KTB투자증권에서 물적분할돼 설립된 국내 1세대 벤처캐피털(VC)로 지난해 12월 코스닥 시장에 상장했다. 다올투자증권은 현재 다올인베스트먼트의 지분 52.0%(2021년 기준)을 보유하고 있다.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다올인베스트먼트는 지난해 매출액 1140억원, 영업이익 840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70.2%, 88.0% 성장한 호실적이다. 순이익도 358억원에서 648억원으로 81% 증가했다.
올해도 비씨엔씨를 비롯해 투자기업이 잇따라 코스닥 기업공개(IPO) 절차를 진행하거나 진행할 예정이며 3000억원 이상의 스케일업 펀드도 조성할 계획이다. 이들이 다올인베스트먼트가 과거 투자했던 우아한형제들, 토스 등과 견줄만한 효과를 낼 수 있을지 관심이 계속되고 있다.
아울러 지난해 12월 흡수합병을 완료한 유진저축은행도 순항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유진저축은행은 지난해 매출액은 전년 대비 2.7% 성장한 3136억원, 영업이익은 57.08% 불어난 1098억원을 시현했다. 순이익도 61.3% 높아진 838억원을 나타냈다.
다올금융그룹은 공시를 통해 "유진저축은행은 업계 최상위권 규모로 안정적인 자산건전성을 바탕으로 상품 다각화, 성장성·수익성 개선 등을 꾀하고 있다"며 "시대의 흐름에 맞게 디지털 부문에 대한 과감한 투자를 통해 '디지털뱅크'로의 도약을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올금융그룹 관계자는 "그룹은 올해 중장기 신규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리스크 강화, 우량딜 발굴에 초점을 둘 예정이다"라며 "디지털 기술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관련 기업들과의 제휴를 통해 신규 수익원을 창출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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