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사진=연합뉴스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김동선 기자]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서울시장 출마를 두고 당내 반발이 끊이지 않으면서 민주당이 내홍에 빠져드는 모양새다.

송 전 대표의 행보에 반발하는 측은 이른바 '86그룹 용퇴론'까지 꺼내며 차기 총선에 불출마 선언했던 송 전 대표가 대선 패배의 책임을 방기한 채 서울시장에 나서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입장이다. 반면 송 전 대표를 지지하는 측에서는 오세훈 서울시장이 버티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후보군이 마땅치 않은 상황에서 송 전 대표만한 카드가 없다는 의견을 피력하고 있다.

5일 민주당 안팎에서는 송 전 대표의 서울시장 출마를 놓고 설왕설래가 이어지고 있다.

윤호중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YTN라디오에서 송 전 대표의 서울시장 도전이 당내 갈등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에 "송 대표의 출마 문제는 본인 결심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윤 비대위원장은 "지도부는 출마하려는 많은 후보에게 공정한 기회를 드리고 그 과정을 통해 지방선거에서 승리할 수 있는 후보를 공천할 수 있도록 과정을 잘 관리하는 임무를 띠고 있다. 그 일에 우선 집중해야 한다"며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지방선거를 코앞에 두고 당 내홍을 차단하려는 조심스런 발언이다. 그러나 윤 비대위원장의 이런 바람과는 달리 당내 인사들의 반발은 연일 이어지고 있다.

비상대책위원인 조응천 의원은 이날 KBS 라디오에서 "특정인에 대한 공천 문제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면서도 "송 전 대표의 서울 출마에 대해 부자연스럽다"고 했다. 조 의원은 이에 앞서 지난달 31일에도 "대선 패배 당시 당 대표였고, 지역 연고 기반은 인천이고, 그런데 갑자기 서울로 오신다? 그런 것들을 감안하면 자연스럽지 않다"고 한 바 있다.

더불어민주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 원장을 지낸 김민석 전 의원이 지난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총선 출마 선언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 원장을 지낸 김민석 전 의원이 지난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총선 출마 선언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 지역 의원들과 86그룹들의 반발은 강도가 더하다.

김민석 의원은 전날 국회에서 예정에 없던 기자회견을 열고 "대선 책임을 지고 대표직을 사퇴한 지 얼마 안 돼 큰 선거의 후보를 자임한 데 대한 대국민 사과가 필요하다"며 송 전 대표를 공개 비판했다. 김 의원은 특히 "동일 지역구 연속 4선 출마 금지 약속을 선도하고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며 촉발했던 86 용퇴론에 대한 대국민 설명과 양해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송 전 대표가 지난 1월 본인의 차기 총선 불출마를 포함한 당 쇄신 카드를 꺼낸 것을 상기시킨 것이다. 당시 송 전 대표는 "지금도 정권교체를 요구하는 국민의 목소리가 높은 것은 저희의 부족함 때문이라는 것을 깊이 통감한다"며 "민주당은 국민께서 요구하고 계신, 자기혁신과 기득권 내려놓기를 통해 정치의 본령, 정치의 기본으로 돌아가겠다"고 말했다.

당시 쇄신안은 당내에서 일었던 86세대 퇴진론에 부응한 것이었다. 1980년대 학생운동과 민주화 투쟁에 앞장섰던 86그룹은 1990년대 정계에 입문하면서 한국 정치지형에 신선한 반향을 일으켰다. 그러나 풋풋한 30대였던 그들이 세월이 흘러 386에서 586이 되는 사이 스스로 기득권을 챙기는 기성세대가 되고 어느새 구태정치를 재현한다는 비판에 직면했었다.

이에 송 전 대표는 "586세대가 기득권이 되었다는 당 내외 비판의 목소리가 있다"며 "선배가 된 우리는 이제 다시 광야로 나설 때"라며 이른바 86세대 용퇴론을 뒷받침한 바 있다.

이같은 분위기 속에 우상호 의원은 지난해 4월 내놓은 총선 불출마 선언을 재확인했고 86그룹의 대표 주자 격인 김영춘 전 해수부 장관도 정계은퇴를 선언했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 사진=연합뉴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 사진=연합뉴스

이런 상황에서 송 전 대표의 서울시장 출마는 '자기혁신과 기득권 내려놓기'라는 명분에 정면으로 어긋나는 것이어서 86그룹 내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실제 우상호 의원은 이날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송 전 대표의 사실상 출마선언으로 이제 (다른) 카드들은 다 물 건너갔다"며 "바깥에 있는 참신한 분이 그 당의 유력한 당대표가 딱 앉아서 경선하자고 버티고 있는데 어떻게 들어오느냐"고 직격했다.

우 의원은 "이낙연 선배도 송영길 대표도 나오겠다고 하는 판에 한참 후배하고 경선하느냐. 그렇게 해서 나와야 할 이유가 있겠느냐라고 할 것"이라며 "정말 읍소하지 않는 한 송 대표와 경선하면서까지 서울시장에 출마한다는 생각은 꿈도 안 꿀 것"이라고 했다.

서울시장 후보로 나서려는 박주민 의원도 "상당히 많은 의원들이 반대하는 것 같다"며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우선 대선 패배 책임을 지고 물러나겠다던 지도부가 특별한 이유없이 복귀한다는 것도 이해가 안 되고, 원래 서울지역 출신도 아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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