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열사 광림 주축으로 쌍용차 인수 나서
자금력 부족 평가 속 계열사 순손실 부담

[데일리한국 천소진 기자] 쌍방울그룹이 쌍용차 인수에 나선다. 수년째 정체에 빠진 속옷 사업을 대신할 신사업이란 점에서 시장의 기대감도 크지만, 우려의 시각도 적지 않다. 

6일 패션·자동차업계에 따르면 쌍방울그룹은 계열사 광림을 주축으로 쌍용차 인수를 추진한다. 이르면 이번주 내 인수 의향서를 제출할 계획이다.

쌍방울그룹은 제조부문(광림·미래산업·나노스)과 패션부문(쌍방울·비비안), 연예기획부문(아이오케이컴퍼니), IT부문(인피니티엔티·디모아)로 구성된다. 

쌍방울그룹에서는 이번 인수전을 두고 기존 계열사와의 시너지를 강조하고 있지만 시장에서는 사업 확장의 영역으로 분석한다.

양선길 쌍방울그룹 회장. 사진=쌍방울그룹 제공
양선길 쌍방울그룹 회장. 사진=쌍방울그룹 제공

쌍방울그룹은 본업인 속옷 사업의 부진으로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국내 속옷 산업은 트렌드 변화 속 유니클로를 비롯한 SPA 브랜드들이 빠르게 시장을 차지하며, 쌍방울의 입지가 위태로운 상황이다.

업계에 따르면 쌍방울그룹의 재도약을 위해 양선길 회장이 쌍용차 인수에 강력한 의지를 드러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양 회장의 쌍용차 인수 의지는 사실 갑작스러운 결정은 아니다. 양 회장은 예전부터 여러 인터뷰 등을 통해 신사업을 미래 성장 동력으로 삼아왔고, 여러 방면에 가능성을 열어뒀다.

쌍방울그룹이 쌍용차를 인수한다면 그룹 자체가 한단계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점은 분명하다.

특히 쌍방울그룹은 쌍용차 인수를 통해 광림과의 시너지를 강조한다. 광림은 완성차를 분해·재조립해 만드는 특장차 업체다. 완성차 업체인 쌍용차를 품으면 특장차로 변환하는 과정에서 드는 비용을 줄일 수 있고, 제작기간도 단축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또한 미국 기업과 공동으로 개발 중인 자율주행 솔루션 사업과 그린 에너지 사업에도 도움이 돼 실적 회복을 견인할 것으로 판단했다.

쌍방울그룹 본사 사옥. 사진=쌍방울그룹 제공
쌍방울그룹 본사 사옥. 사진=쌍방울그룹 제공

그러나 시장의 우려도 적지 않다. 쌍방울그룹이 쌍용차를 인수하기에는 자금상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계열사를 합쳐 쌍방울그룹의 지난해 매출은 약 6300억원에 그친다. 그러나 쌍용차 인수대금으로만 5000억원 정도가 필요하다. 인수 후 운영자금까지 더하면 약 1조원을 갖고 있어야 안정적인 인수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대해 쌍방울그룹 측은 “지난해 광림과 아이오케이, 그룹의 또 다른 계열사 미래산업 컨소시엄이 이스타항공 인수전 참여 당시 1000억원대 자금을 확보했다”며 “다른 계열사까지 추가로 참여하면 인수자금 마련에는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인수합병 후 사업들이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한 점도 우려스럽다.

1990년 계열사 쌍방울개발이 무주리조트를 개장한 후 1997년 동계유니버시아드 대회 개최를 위해 국제 규격에 맞는 시설을 짓고자 3년 후 3800억원을 투입했다. 또한 2870억원을 추가 대출했으나 외환위기가 불거지면서 부도를 맞았다.

당시 쌍방울그룹 전체 부채는 1조1780억원에 달했으며, 결국 2002년 에드에셋, 2004년 대한전선그룹, 2010년 레드티그리스, 2014년 광림으로 최대주주가 각각 변경됐다.

또한 쌍방울그룹이 인수한 나노스는 인수합병 작업이 완료된 2017년 적자로 전환한 후 최근 5년 연속 100억~200억원대 순손실을 냈다. 비비안 역시 적자가 이어지고 있다. 

이에 주주들의 우려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지난해 쌍방울은 그룹의 이스타항공 인수 의향서 제출 소식에 이틀간 주가가 53%가량 올랐다. 그러나 입찰에 실패했다는 소식에 하루 만에 24.46%까지 급락했고, 이후에도 하락세가 이어졌다.

이에 이번에도 쌍용차 인수에 실패하면 또 다시 같은 상황이 연출되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이스타항공처럼 인수에 실패한다면 롤러코스터 장세가 또다시 벌어질 수 있다는 점 등으로 우려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쌍방울그룹 계열사인 미래산업은 보유 중인 아이오케이 주식 647만6842주를 모두 처분했다고 지난 4일 공시했다. 처분 금액은 124억1479만원으로, 자기자본의 19.38%에 달한다. 

이에 대해 쌍방울그룹은 "조만간 공식 입장을 밝힐 것"이라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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