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추시대 <관자>에 첫 등장… '한집안 이룬 사람들' 뜻해

늦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와중에도 어김없이 추석이 다가오고 있다. 그때가 되면 여기저기 흩어졌던 가족들이 다시 한 자리에 모일 것이다. 그러나 모일 수 없는 사람들이 있으니 바로 이산가족(離散家族)이다. 이산가족들의 삶은 보통사람들과는 차원이 다른 뼈아픈 삶이다. 그래서 정부는 갈수록 고령화되는 남북 이산가족들의 한을 위로키 위해 상봉 재개를 추진 중이라 한다.

宀(집 면)과 豕(돼지 시)로 이루어진 家(집 가)의 어원과 관련하여 근래 우리나라에서 관심을 끌었던 주장은 똥돼지설이다. 즉, 家는 집 아래에 돼지가 있는 모양으로 옛날 집 밑에 똥돼지를 기르는 구조의 가옥에서 ‘집’의 뜻이 되었다는 이야기다. 신중국 건립 후 중국과학원 언어연구소장을 역임했던 라상배(羅常培: 1899~1958)는 <언어와 문화>에서 “내가 짐작하기론 중국 상고시대 사람들의 집은 대개 위층에 사람이 거주하고 아래층에 돼지를 길렀을 것이다. 현재 운남 시골마을에는 이런 양식의 집이 아직도 남아있다.”라고 똥돼지설과 유사한 주장을 하였다. 그러나 그 설은 家자가 나타내는 또 다른 뜻인 ‘전문가’, ‘정통한 사람’ 등을 설명할 길이 없고, 또 돼지 대신 소를 쓴 형태의 牢(우리 뢰)와 함께 검토할 때 설득력이 떨어진다.

사람들의 흥미를 끄는 또 다른 설은 家의 갑골문에 그려진 돼지는 수컷의 생식기를 그렸다는 수퇘지설이다. 이는 꽤 자극적일 뿐 아니라 “家의 豕는 ‘豭(수퇘지 가)’의 생략형”이라 한 허신의 주장과 맞물려 많은 인기를 얻고 있다. 그러나 家의 여러 갑골문형을 보면 그 생식기(?) 선이 없는 豕자도 많고 또 豕가 복수로 쓰인 것도 있으며 갑골문에선 짐승의 수컷을 나타내는 글자로 모두 ‘⊥’ 모양이 쓰였던 사실로 볼 때 타당하지 않다.

필자가 보는 家는 집 안의 가족이 다산의 상징인 돼지처럼 증가하는 모양을 표현, 그러한 모양에서 ‘가정, 집안, 가족 → 일가를 이루다 → (어떤 방면에 일가견이 있는) 전문가, 학자’ 등의 뜻을 나타내는 비유적 글자이다.

家에 親族(친족)의 줄임형인 族(무리 족)을 결합한 家族이란 말은 중국 춘추시대의 고서인 <관자(管子)>에 처음 보이며, 혈연과 혼인 관계 등으로 한 집안을 이룬 사람들의 무리 또는 한 집안의 친족을 뜻한다. 부디 이번 추진 중인 이산가족의 재회가 정치적으로 이용되는 일회성 행사에 그치지 않고 대만과 중국의 경우처럼 상시 이루어질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대종언어연구소장(www.hanj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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