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한국 민병무 기자] 꼬박 2년을 기다렸다. 테너 김세일이 자신의 첫 솔로 음반인 로베르트 슈만의 ‘시인의 사랑(Dichterliebe)’을 발매한 것은 지난 2020년 6월이다. 그리고 이를 기념해 리사이틀을 열려고 했으나 코로나 때문에 두 차례나 연기되는 아픔을 겪었다. 라이브 무대를 열어 앨범을 제대로 알리고 싶었는데 팬데믹 유탄을 맞고 까맣게 속을 태웠다.

김세일이 마침내 ‘하이네의 시에 의한 슈만의 연가곡-시인의 사랑’ 독창회를 연다. 오는 5월 12일(목) 오후 7시 30분 서울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이다. 오랫동안 기다린 만큼 기대도 크고 자신감도 1000% 풀충전이다. 더욱이 세계적인 가곡 반주 피아니스트이자 비엔나 국립음대 교수인 마르쿠스 하둘라와 함께 무대에 올라 더욱 의미가 깊다. ‘시인의 사랑’ 앨범에서도 이미 손발을 맞췄기 때문에 환상의 케미가 예상된다.

김세일은 ‘미성의 테너’다. 유럽에서 동양인에게 주어지는 경우가 드문 에반젤리스트(evangelist) 역을 맡으며 일찌감치 국제무대에서 인정받았다. 오라토리오와 리트(독일 예술가곡) 무대에서 독보적인 활약을 하고 있는 그는 2018년 슈베르트의 3대 연가곡(‘겨울나그네’ ‘백조의 노래’) 중 하나인 ‘아름다운 물방앗간 아가씨’ 전곡 연주를 했다.

그리고 이번에 낭만주의 리트의 정석이자 우리나라 관객이 가장 사랑하는 슈만의 연가곡 ‘시인의 사랑’으로 싱그러운 5월의 문을 연다. 문학과 음악의 가장 완벽한 조합으로 평가받는 ‘시인의 사랑’은 독일의 대표 시인인 하이네의 시와 슈만 특유의 서정성을 예술로 승화시킨 연가곡이다. 테너 김세일과 피아니스트 마르쿠스 하둘라가 음(音)으로 써내려 간 사랑 이야기를 어떻게 녹여낼지 기대된다,

공연 1부는 모두 아홉 곡으로 구성된 ‘리더크라이스(Liederkreis)’로 문을 연다. 슈만이 클라라와 결혼한 해(1840년)에 쓴 가곡집이다. 역시 하이네의 시에 선율을 붙였다. 수준 높은 독일어를 구사하는 김세일의 “귀족적이고 따뜻하며 거장다운 소리”(스위스 ‘란트보테’ 신문)로 슈만 특유의 풍부한 서정성과 다채로운 감정을 만끽할 수 있다.

그리고 발라드 곡인 ‘벨사살(Belsazar)’에 이어 ‘로망스와 발라드 가곡집’ 중 가장 널리 알려진 ‘두 사람의 척탄병(Die beiden Grenadiere)’을 잇따라 연주한다.

2부에서는 제1곡 ‘진정 아름다운 오월에’를 시작되는 ‘시인의 사랑’ 전곡을 들려준다.

‘시인의 사랑’은 김세일이 학창시절 처음으로 접한 연가곡이자 ‘마치 첫사랑과 이루어진 기적’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애정하는 작품이다. 16개의 노래를 한 호흡으로 연결해 슈만이 표현하고자 했던 사랑과 이별의 이야기를 김세일의 깊은 울림으로 만나볼 수 있다.

이번 리사이틀 프로그램을 ‘시인의 사랑’으로 택한 이유는 슈만의 감정들을 오롯이 담기 위한 여정임을 말해준다. 김세일은 “가곡의 묘미는 무한한 상상력이다. 그 상상력 안에 슈만, 하이네 그리고 김세일이 혼재한다. 제 노래를 듣는 분들에게도 이러한 흥미로운 그림들이 마음 속에 펼쳐지기를 바란다”라는 메시지를 전했다.

공연에서 또 한 가지 주목해야 할 점은 듀오 파트너다. 세계정상급 리트 반주자 마르쿠스 하둘라가 함께한다. 그도 김세일처럼 이 작품에 남다른 애정과 의미를 가지고 2년을 기다렸다. 그 시간만큼 더욱 의기투합한 두 연주자의 특별한 만남은 벌써부터 많은 기대를 모으고 있다.

성악가 마르쿠스 셰퍼, 비올리스트 타베아 치머만 등 세계적인 연주자들과 함께 연주한 마르쿠스 하둘라는 정서가 단편적이지 않은 하이네의 시들을 언어가 다 담아낼 수 없는 고통, 그리움 등을 피아노를 통해 표현해낼 것이다. 독보적인 미성의 목소리, 반주자와의 호흡, 전달되는 가사를 통해 슈만 음악의 진수를 오롯이 느껴볼 수 있는 무대다.

독일 가곡이 친숙하지 않은 사람들도 흡입력 있으면서 예술성 짙은 연가곡의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시인의 사랑’ 티켓은 4만~6만원. 예술의전당 티켓과 인터파크 티켓을 통해 예매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