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한국 최성수 기자]제약사들이 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사업에 속속 뛰어들고 있다. 제약사들이 CDMO 사업으로 점찍은 분야는 차세대 먹거리로 꼽히는 세포·유전자치료제(CGT)와 메신저 리보핵산(mRNA) 치료제다.
◇CGT CDMO 설비 늘리는 제약사들
6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차병원·바이오그룹의 차바이오텍은 지난 3일 미국 자회사인 ‘마티카 바이오테크놀로지’를 통해 CGT CDMO 시설 가동을 시작했다.
마티카 바이오는 이 설비를 통해 CGT의 핵심 원료인 렌티 바이러스벡터, 아데노 부속 바이러스 벡터 등 바이럴 벡터를 생산할 예정이다. 여기에 더해 CGT 개발과 생산서비스까지 제공하기로 했다.
몸속 면역세포와 유전자를 조절해 각종 질환을 고치는 CGT는 1세대 재조합단백질, 2세대 항체치료제에 이어 차세대 바이오 의약품으로 꼽힌다.
차병원·바이오그룹은 CGT 분야를 차세대 먹거리로 보고, 이 분야의 CDMO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이 회사는 3000억원을 투자해 오는 2024년 말 준공을 목표로 판교 제2테크노밸리에 CGT 시설 ‘CGB(Cell Gene Biobank)’를 짓고 있다.
CGB가 완공되면 지상 10층, 지하 4층, 연면적 6만6115㎡(2만평)으로 CGT 분야에서 단일 시설로는 세계 최대 규모다. 완공 후에는 세포·유전자치료제, 바이럴벡터, 플라스미드 DNA 등을 생산할 계획이다.
GC셀은 지난달 녹십자홀딩스와 함께 미국 CGT CDMO 바이오센트릭의 지분 100%를 인수했다. 녹십자홀딩스와 GC셀이 투자한 금액은 약 900억원이다.
바이오센트릭은 뉴저지혁신연구소(NJII)의 자회사다. 미국 뉴저지에 위치한 의약품 제조·품질관리기준(cGMP) 생산시설에서 자가 및 동종 세포치료제, 유전자 치료제, 바이럴 벡터 등을 위탁생산하고 있다.
GC셀은 북미에 시설 증설도 고려하는 등 CGT CDMO 사업에 대한 투자를 늘려나갈 계획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다양한 세포유전자치료제 생산이 가능한 ‘멀티모달’ 공장을 연내 착공한다. 내년 말까지 5공장을 완공하는 것이 목표다.
◇코로나19로 떠오른 mRNA CDMO
CGT 분야와 함께 제약사들이 CDMO 사업으로 눈독 들이고 있는 분야는 mRNA 치료제다.
코로나19를 계기로 화이자·모더나 등 글로벌 제약사들이 mRNA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성공하면서 mRNA 플랫폼은 차세대 기술력으로 떠올랐다.
mRNA는 체내 세포에서 단백질을 만들어내는데 필요한 ‘설계도’를 전달하는 물질이다. mRNA가 DNA에 저장된 유전 정보를 세포핵 바깥에 있는 세포질에 전달해 단백질을 생성하고 면역계는 이 항원에 대한 항체를 만들어낸다.
mRNA는 무세포 방식으로 제조할 수 있어 신속하면서도 비용 절감 효과까지 있어 차세대 먹거리로 꼽히고 있다.
국내 제약사들이 이 분야에서 노리고 있는 사업은 mRNA 원료 CDMO다.
에스티팜은 mRNA 원료 중 핵심 원료로 꼽히는 Lipid(지질) 공급계약을 잇달아 따냈다. 지난 3일 에스티팜은 북미 소재 바이오텍과 177억원 규모의 mRNA 핵심 원료를 공급하는 계약을 맺었다. 추가 수주를 포함하면 올해만 네 번째 CDMO 수주다. mRNA 관련 수주금액이 248억 원에 이른다.
에스티팜은 현재 글로벌제약사 2곳을 포함한 7개 기업과 다양한 질환의 mRNA 백신 공동개발과 CDMO 사업도 협의 중이다.
오는 9~12일 미국 보스톤에서 열리는 미국 TIDES 학회에서는 mRNA 플랫폼기술의 경쟁력을 발표하고 글로벌 제약사 및 바이오텍 기업들과 파트너링 미팅도 예정돼 있다.
한미약품그룹의 원료의약품 전문회사 한미정밀화학도 mRNA 백신 등의 원료에 쓰이는 LNP, 뉴클레오타이드, 캡핑 물질 및 폴리에틸렌글리콜(PEG) 유도체, 펩타이드 등 합성 바이오의약품 원료 CDMO를 신사업으로 낙점했다.
이를 위해 한미정밀화학은 이달 들어 100억원 규모의 설비 확충 공사를 진행 중이다. 앞으로 다양한 국내외 박람회에 적극 참가해 추가 수주를 따낼 방침이다.
제약사들이 눈독을 들이고 있는 CGT와 mRNA 치료제 모두 시장 잠재력이 큰 시장으로 분류된다.
한국바이오협회에 따르면 CGT CDMO 시장은 2019년 기준 약 1조8180억원에서 연평균 31% 성장해 2026년에는 12조598억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조사업체 프로스트엔설리번은 mRNA 기반 치료제 글로벌 시장 규모가 지난해 7조원에서 2027년 16조원 이상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세포유전자치료제나 mRNA 치료제 모두 아직까지는 수요가 많지 않은 블루오션 시장으로 꼽힌다”며 “앞으로 이 분야 CDMO에 진출하는 기업들이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