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대통령 취임으로 공약 속도낼 듯…"지역균형발전 vs 비용·인력 등 고려해야"
[데일리한국 정우교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임기를 시작하면서 후보 시절 내놓은 공약인 'KDB산업은행 부산 이전'이 더 힘을 받을 전망이다.
취임식 전날인 9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부산을 찾아 윤 대통령의 공약을 재확인했고, 산업은행 회장도 같은 날 임기를 마무리하면서 윤 대통령이 직접 차기 회장을 임명할 수 있게 돼서다. 그러나 금융권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부산 이전에 대해 우려섞인 목소리가 끊이질 않고 있다.
10일 정치·금융권에 따르면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지역균형발전특별위원회는 전날 부산광역시에서 대국민 보고회를 열고 윤 대통령이 약속한 7대 지역공약, 15대 정책과제를 재확인했다. 특히 세부과제에는 산업은행 이전이 포함돼 있다.
지역균형발전특위는 산업은행 이전 외에도 △블록체인 특화 클러스터 조성 △동남권 차량용 반도체 밸류체인 구축 △디지털 융복합 허브 조성 등 4개 정책과제를 동시에 추진할 예정으로 부산을 '스마트디지털 경제도시'로 바꿀 계획이다.
이는 지난 3일 인수위원회가 산은의 부산 이전 계획을 '110대 국정과제'에 포함시킨 이후 부산에서 공약을 재확인한 셈이다.
박형준 부산시장은 이 자리에서 부산 현안을 공약·정책과제에 반영해준 것에 감사하다며 화답했다. 이어 "윤석열 정부는 중앙정부 주도에서 지자체·지역사회 주도로, 관 중심에서 민간의 자율혁신체제로 지역발전의 패러다임을 전환해 지역균형발전을 반드시 실현해 나갈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부산 이전 계획에 줄곧 비판적인 입장을 내놨던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사임한 것도 윤 대통령의 공약에 힘을 실어줄 전망이다. 현재 산업은행은 수석부행장의 직무대행 체제로 운영되고 있는 상태. 산업은행법 제13조에 따르면 산업은행 회장은 금융위원회 위원장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하게 된다.
현재로서는 이석준 전 국무조정실장,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 등이 차기 산업은행 회장으로 하마평에 오르고 있는데, 이들은 윤 대통령의 후보 시절 대선캠프를 이끌었던 인물이다. 최근 고승범 금융위원장도 사의를 표명한 상황에서 윤 대통령의 부산 이전 의지를 실행시킬 수 있는 인물이 차기 산업은행 회장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그러나 장애물도 만만치 않다. 우선 본점을 서울에 둬야 한다는 산업은행법을 개정해야 하고 노조 측의 강한 반발도 잠재워야 한다. 산업은행 노조는 지난 4일 입장문을 내고 부산 이전을 결사항전으로 막겠다는 의지를 밝힌 상태다.
윤석열 정부의 산업은행 부산 이전에 부산은 들뜨고 있지만, 반면 금융사들이 몰려 있는 서울의 분위기는 '딴판'이다. 금융사 관계자들은 매 정부 반복되는 지방이전 논란을 지적하며 대체로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익명을 요구한 한 금융사의 관계자는 "왜 매번 공공기관들을 지방으로 보내려고 하는지 이해를 할 수 없다"면서 "주요 금융사들이 서울, 여의도에 집중돼 있는 만큼 연관이 있는 국책은행들을 옮기는 것은 효율적이지 못하다"고 비판했다.
다른 금융사의 관계자도 비슷한 의견이었다. 그는 "산업은행처럼 대규모 조직을 이전하는데 따르는 비용과 인력 이동·분산에 대해서도 생각해봤으면 한다"며 "만약 그래도 산업은행을 이전할 것이라면 현 여의도 본점은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대안이 나와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금융사 관계자는 "산업은행이 수행하는 정책금융의 대상은 대부분 서울에 있는 기업인데 굳이 부산까지 내려가야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면서 "산업은행은 엄연히 시중은행과 다른 국책은행인데, 정부와 유기적으로 협업할 수 있도록 서울에 위치하는게 새 정부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