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긴급 도향 점검 나서...“개입할 법적 근거 없어”
[데일리한국 박재찬 기자] 가상자산(암호화폐) 시가총액 순위 10위권 내에 있었던 한국산 코인 ‘루나’와 스테이블 코인 ‘테라USD(UST)’의 대폭락으로 전 세계 암호화폐 시장이 충격에 빠졌다.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한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뒤늦게 긴급 동향 점검에 나섰지만, 코인 거래가 민간 자율에 맡겨져 있어 금융당국이 이번 사태에 개입할 법적 근거는 없다.
다만 이번 사태가 금융당국이 추진 중인 디지털자산기본법 제정에 주요하게 다뤄질 전망이다.
15일 글로벌 암호화폐 시세정보 제공 사이트 코인마켓캡에서 루나와 테라의 가격은 각각 0.00001달러(약 0.3818원)와 0.1533달러까지 떨어졌다. 지난달 5일 119달러까지 치솟았던 루나는 지난 7일 하락세에 접어든 후 불과 나흘 만에 1달러 미만으로 떨어졌고, 이후 사실상 0원에 가까운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루나와 UST는 애플 엔지니어 출신인 30살 권도형 최고경영자(CEO)와 소셜커머스 티몬 창업자인 신현성 씨가 2018년 설립한 블록체인 기업 ‘테라폼랩스’가 발행하는 가상화폐다. 테라폼랩스 본사는 싱가포르에 있지만, 한국인 대표의 블록체인 기업이 발행한 코인이라는 점에서 국산 가상화폐인 이른바 ‘김치 코인’으로 분류됐다.
미국 기준금리 인상과 뉴욕증시 추락이 가상화폐 시장에 찬물을 끼얹은 상황에서 루나와 UST의 특이한 거래 알고리즘은 두 코인에 대한 ‘패닉 셀’(투매)을 촉발했다. 루나는 디파이 등에 쓰이는 스테이블 코인 UST를 뒷받침하는 용도로 발행되는 가상화폐다. UST는 코인 1개당 가치가 1달러에 연동되도록 설계됐다.
문제는 최근 UST의 급락에서 시작됐다. UST 시세가 1달러 밑으로 떨어지면서 자매 코인인 루나가 급락하고 다시 두 코인의 가격 하락을 촉발하는 악순환인 ‘죽음의 소용돌이 현상’에 빠져든 것이다.
UST는 현금이나 국채 등 실제 안전자산을 담보로 하는 테더나 USDC 등 다른 스테이블 코인과 다른 알고리즘을 채택했다. UST가 1달러 아래로 내려가면 루나 공급량을 늘리고, 1달러보다 높아지면 루나 공급량을 줄이는 등 루나를 이용해 UST 유동성을 조정하는 것이다.
UST 가격이 하락하면 투자자는 테라폼랩스에 UST를 예치하고 그 대신 1달러 가치 루나를 받는 차익 거래로 최대 20% 이익을 얻도록 했다. 이렇게 하면 UST 가격 하락 시 UST 유통량을 줄여 가격을 다시 올림으로써 그 가치를 1달러에 맞출 수 있다. 하지만 오로지 투자자들의 신뢰로만 유지되는 이 메커니즘은 최근 작동 불능 상태에 빠진 것이다.
권 대표는 지난 14일 트위터를 통해 “내 발명품(루나·테라)이 여러분 모두에게 고통을 줘 마음이 아프다”며 “여전히 탈중앙화 경제에서 탈중앙화 통화가 마땅하다고 생각하지만 현재 형태의 UST는 그런 돈이 아닐 것이라는 점이 분명하다”며 자신의 실패를 인정했다.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한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긴급 동향 점검에 나섰다고 밝혔다. 그러나 코인 거래가 민간 자율에 맡겨져 있는 상황이라 정부가 이번 사태에 개입할 법적 근거는 없다.
다만 금융당국이 추진 중인 디지털자산기본법 제정에 이번 사태가 주요하게 다뤄질 전망이다. 이 법은 가상자산 시장 확대로 불공정 거래, 불완전 판매, 해킹 등 범죄행위로부터 이용자를 보호할 필요성이 커지자 투자자가 안심하고 디지털자산에 투자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기 위한 것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루나 사태와 관련해 전체적 상황에 대해 모니터링하고 동향 점검을 하고 있지만 당장 정부 차원에서 대응할 수단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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